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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쿠캇] 금요일의 아침 인사 * 무개성 학원물 * 후배 X 선배 안녕이라는 말을 연습해보고, 머리손질도 확실히 OK. 금요일엔 힘내야만 해, 왜냐면 이틀이나 만나지 못하니까. ¹ 앞으로 향하는 뻣뻣한 발걸음 뒤에는 두 명의 응원이 따라붙는다. 데쿠 군, 힘내! 미도리야 군, 자네는 할 수 있다. 속삭임과 같은 음성이었고 소란스러운 등굣길에 서 있음에도, 제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까지 그 목소리들이 닿을까 전전긍긍해 하는 표정으로 뒤를 휙 돌아본 이가 입술에 검지 손가락 댄다. 쉿, 쉬잇. 그의 뒤를 멀리서 종종 따라오던 두 사람이 동시에 헙, 하고 입을 막는다. 그제야 안심해서 둘을 향했던 시선은 다시 앞으로 돌아간다. 걸음이 생각보다 느린 그 남자와의 거리는 이제 1m 남짓. 미도리야의 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빨간 운동화가 터벅거.. 더보기
[다자츄] 죄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토도바쿠] 어서 오세요, 바쿠고 하우스에. * 무개성 * 유령 X 인간 캇쨩! 캇쨩, 캇쨩! “…….” 왜 나 안 봐줘, 바쿠고. “더럽게 부르지 마.” 뾰로통하게 내밀어진 입술을 한 대 치고 싶다. 바쿠고는 이를 가는 것으로 그 욕망을 대신했다. 입술을 우물거리며 옹알이처럼 늘어놓는 말은, 조금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귀를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파고 들더라. 캇쨩이라고 부르면 바쿠고가 꼭 돌아봐 주니까. 시선과 미움을 함께 받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지. 톡 내뱉고 싶은 그 말을 삼켜내고 바쿠고는 하나도 듣지 못한 척 뒤를 팩 돌았다. 어디 가, 바쿠고. 나갈 거야? 나가지 마. 속사포처럼 다다다 달라붙어 오는 목소리를 바쿠고는 죄 무시했다. 저 놈에게서 벗어나려면 어쩔 수가 없다. 오늘은 집에서 편히 쉬려 했건만. 그러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리 .. 더보기
[다자츄] 마음을 나누어요 * 학원물 : 고등학교 2학년 X 교사 * 자살 소재 살아갈 수가 없었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인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자꾸만 귀에 처박혀 오는 그 말이 구역질 날 정도로 싫었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나의 세상은 아름다울 수 없다. 쾌락도 흥미도 추구하고 싶지 않았으며 그들 자체 또한 나의 삶과 먼 곳에 자리하여 있었다. 나의 존재에는 의미가, 이유가 존재치 않았다. 공허에 뒤덮인 뇌를 껴안고 사느니 내려놓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나는 그리 이타적인 이는 되지 못하지만,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을 위함이라는 말을 빌렸다. 타인의 것들을 축내지 말고 어서 죽어 버리자. 쓸모없는 인물로 나를 격하시키면서도 그렇게 말하면 마음이 편하였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으나 사후의 평안함을 손에 넣.. 더보기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4 * 03 : http://xkznshin.tistory.com/255 * 학원물 공주. 공주야. 츄야, 우리 공주. 시답잖은 말들이 귓가를 맴돈다. 손바닥으로 귀를 짓눌러 막아도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검지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틀어막아 보았지만 그 다정하고 짜증나는 부름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주머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이어폰을 구멍에 맞추어 쑤시는 손이 거칠다. 최대한 시끄러운 노래를 틀어 귀에 이어폰을 끼웠다. 그리고 나카하라의 얼굴이 잔뜩 구겨진다. 공주야. 공주야. 음량을 아무리 키워도 속삭임은 그 사이를 파고들어 나카하라를 괴롭혔다. 목소리를 지워내려 계속 소리를 키웠더니, 노랫소리가 .. 더보기
[다자츄] 전화 * 조각글 * 다자이가 포트 마피아를 떠나고 한 달 뒤 * 글귀 인용 진동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보스의 명령, 혹은 누군가의 사상 소식을 전할 때. 이를 제외하고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그에게 이 진동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뜸을 들이다 마지 못해 액정에 시선을 주었다. 휴대폰을 밝히고 있는 이름 하나. 그것을 확인하고서 그는 진동이 온 몸에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진동의 의미는 곧 변화한다. 반갑지 않은 전화에서, 피하고 싶은 전화로.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렸다. 휴대폰은 꾸준히 울렸다. 그러나 그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가만히 두었더니 굳어 버렸다. 다만 그것 때문인지, 혹은 시야에 들어온 이름 탓인지. 실은 모든 것이 상대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더보기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3 * 02 : http://xkznshin.tistory.com/254 * 학원물 “야.” “…….” “야!” “…음?” 턱을 괸 채, 초점을 맞추지도 않고 어딘가를 쳐다보며 아련히 과거 회상에 잠겨 있던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부름에 허리를 찬찬히 폈다. 눈을 꾹 감았다 뜨고는 나카하라와 시선을 얽었다. 다자이의 눈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이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자이의 얼굴을 훑는다. 입술을 작게 벌리고 그 사이로 부루퉁한 목소리를 낸다. 뭘 보냐고, 자꾸. 입술이 오물거리는 것에 한 눈을 팔고 있던 다자이가 한 템포 늦게 대꾸한다. 아?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을 얼굴로 여실히 보여주며 나카하라는 급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자이는 눈으로 나카하라를 멍하니 쫓더니, 그가 테이블에서 꽤나 멀어졌.. 더보기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2 * 01 : http://xkznshin.tistory.com/253 * 학원물 “안녕, 츄야. 오늘도 못생겼네.” “아침부터 왜 지랄이야?” 눈을 세모꼴로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카하라의 머리를, 다자이는 장난스럽게 헝클였다. 못생긴데다가 귀여운 맛도 없고. 우리 츄야 장가가기는 글렀네. 잔뜩 놀려먹고 있으면서도 다자이는 눈빛으로 외치고 있었다. 사랑스러워! 츄야 사랑스러워! 옆을 지나가다 우연찮게 그 눈을 목격한 나카지마는, 아쿠타가와마저 저런 흉측한 것을 보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의 눈을 가려주었다. 무슨 짓이냐며 욕을 하려던 아쿠타가와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다자이의 목소리에 얌전히 나카지마의 팔을 잡았다. “방금 일어난 티내는 거야, 츄야? 얼굴 부은 거 봐.” “아, 좀 꺼지라고.” “목소.. 더보기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1 * 학원물 다자이 오사무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 당장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면 머리에 구멍을 뚫어 버리겠다고 총을 들이밀어도,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의 일급비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끄러우니까! 수업을 배경음악 삼아 볼펜으로 무언가를 끼적이던 다자이의 두 눈이 갑작스레 초점을 찾는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턱을 괸 그대로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글자를 읽어 내린다. 아아, 다자이 오사무는 믿을 수가 없는 사실을 직면하고 만다. 제 손은 도대체 무엇을 써 내려가고 있던 것인가. 인정할 수가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순간 열이 훅 끼친다. 발갛게 물든.. 더보기
[다자츄] 달이 아름다운 밤 * 조각글 * 여츄야 * 사극물 : 노비 X 양반집 자제 오늘은 달이 밝습니다. 어제보다 더, 아름답구나. 저는 모르겠습니다. 푸른 눈은 달만을 담고 있었으나 온전히 그러하다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의 대답을 끝으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달을, 그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몇십 분의 적막을 조금 더 고요할지 모르는 목소리가 침범한다. 오사무. 언제나처럼 다정히 그녀는 그를 불러왔고 언제나처럼 그는 머리를 조아렸다. 예, 아가씨. 다시금 찾아온 정적. 찬 공기에 하얀 숨을 불어넣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오사무는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하여 먼저 말을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 예. 그런데 왜 아무 말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