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D/문스독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3

* 02 : http://xkznshin.tistory.com/254

* 학원물

 

 

 

.”

…….”

!”

?”

 

턱을 괸 채, 초점을 맞추지도 않고 어딘가를 쳐다보며 아련히 과거 회상에 잠겨 있던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부름에 허리를 찬찬히 폈다. 눈을 꾹 감았다 뜨고는 나카하라와 시선을 얽었다. 다자이의 눈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이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자이의 얼굴을 훑는다. 입술을 작게 벌리고 그 사이로 부루퉁한 목소리를 낸다. 뭘 보냐고, 자꾸. 입술이 오물거리는 것에 한 눈을 팔고 있던 다자이가 한 템포 늦게 대꾸한다. ?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을 얼굴로 여실히 보여주며 나카하라는 급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자이는 눈으로 나카하라를 멍하니 쫓더니, 그가 테이블에서 꽤나 멀어졌을 때서야 황급히 따라나섰다. 나카하라를 따라가는 데 급급해 급식판을 두고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건 비밀. 급식판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나카하라가 없는 급식실을 터덜터덜 가로질러 걸으면서, 다자이는 꽤나 심란한 얼굴을 했다.

 

아아, 또 보고 있었군.

 

그러나 지금 당장은 나카하라에게서 도통 눈을 뗄 줄 모르는 자신을 때려주는 것보다, 왠지 토라진 것 같은 그를 따라잡는 게 먼저였다. 다 비우지도 못한 식판을 대충 정리하고 식수대를 그냥 지나친 다자이는 급식실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빨리했다. 조금 열심히 걸으면 반에 도착하기 전의 나카하라를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급식실을 빠져 나올 때쯤에는 거의 뛰다시피 걷고 있었는데,

 

왜 뛰냐? 자빠지려고?”

, 츄야. 나 기다려준 거야?”

 

건물 벽에 기대 한심하다는 눈을 하고 있는 나카하라를 지나칠 뻔하고 다급하게 멈추었다. 다자이의 물음에 나카하라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내가 네 놈을 기다리긴 왜 기다리냐는 식의 부정조차 안하는 것에 다자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나카하라에게 다가갔다. 츄우야, 하고 부르는 신이 난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정정. 그러려고 했다. 포옹을 무시당했음에도(받아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다자이가 입가에 손을 모으고 잔뜩 들뜬 음성을 내뱉기 전에는 말이다.

 

츄야, 공주, 쪼꼬 우유 사 주까?”

씨발아,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쪼꼬 우유.”

사줘.”

 

눈을 세모꼴로 뜨고 뒤를 확 돌아봤는데, 마주친 눈이 진실로 초코 우유를 사줄 법한 빛을 띠고 있어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되돌아갔다.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이 귀여워, 매점을 향해 앞장 서는 나카하라를 따라가면서 다자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초코 우유에 빨대를 꽂아 입에 물고 나서야 나카하라의 표정은 평화를 되찾았다.

 

공주, 수업 열심히 듣고.”

너 그렇게 부르는 거 재밌지.”

.”

 

가볍게 윙크를 하고 제 반으로 뛰어간다. 뒤에 대고서라도 욕을 해 줄까 하다가 우유 값으로 치고 넘어가기로 한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 마시며, 복도 저 끝에서 뒷문을 열고 반에 들어가는 다자이를 나카하라는 쳐다보고 있었다. 다자이가 사라지고 저도 반으로 들어가려 한 순간 다자이가 뒷걸음질 치며 모습을 드러낸다. 나카하라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다자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카하라를 향해 몸을 튼 다자이가 팔을 높이 들고 휘젓는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나카하라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갑자기 왜 저래. 별다른 대꾸 없이 보기만 하고 있으니 머리 위로 커다랗게 하트를 만든다. 그것을 나카하라에게 던지는 시늉을 하고서 후다닥 반으로 도망친다.

상황 파악이 덜 되어 인상을 쓴 채로 가만히 서 있던 나카하라가, 종이 침과 동시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 저게 뭐하는 거야. 나카하라는 빨대를 거칠게 씹으며 반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것 같다. 요즘의 다자이 오사무는 조금 이상하다.

 

 

 

혐관에서 맞관되기 03

 

 

졸지 않기 위해 나카하라는 교과서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잠을 자든 낙서를 하든 수업을 듣지 않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잠에 들었다가 쉬는 시간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놀러 온 다자이가 미인은 잠꾸러기라더니, 누가 공주 아니랄까봐.’ 놀려댈 게 뻔해서 그런 듯 했다. 순간 얼굴이 구겨졌다. 저를 더 다양하게 놀리고 싶었는지 최근 다자이는 공주, 공주, 하면서 애 취급을 시작했다. 평소에는 언제나처럼 이름을 부르다가 나카하라가 방심한 틈을 파고들어 공주 타령을 한다. 나카하라는 교과서의 여백에 흘려 쓴 다자이의 이름 위에 커다랗게 X 표시를 했다. 저 위에 쓴 이름에도, 맨 아래에 쓴 이름에도.

인물 사진에 수염을 그리고 머리카락을 덧붙이던 손은 어느 순간부터 다자이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 교과서가 죄다 다자이 투성이다. 다자이가 교과서를 빌려갈 때가 많으므로 처음에는 어쩌나 싶었지만, 이제 그러한 미래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물론 며칠 후의 나카하라가 후회할 게 뻔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이름을 될 수 있는 한 지우려고 했다. 자신이 그 이름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다자이 오사무. 멍청이. 다자이 오사무. 바보.

 

의식을 하지 않으니 역시나 저런 거 쓰고 있지. 펜을 내려놓고 신경질적으로 다자이의 이름 위에 화이트를 직직 그었다. 못나게 덧칠해진 것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머릿속에서도 다자이가 이렇게 지워졌으면 좋겠다. 유치한 것을 알면서도 나카하라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생각을 했다.

나카하라는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그냥 잠이나 잘 요량이었다. 별로 졸리지도 않으니 종이 치면 깨어나겠지 싶었다. 선생에게 걸릴 걱정은 없다. 맨 뒷자리라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도 않을 터였다.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딱딱한 책상에 얼굴이 아프다는 거. 가방 안에서 구겨져 있는 체육복이라도 꺼내 벨까 하다가 관두었다. 다자이 녀석과 같은 섬유 유연제 향이, 제 체향과 섞여 잠에 들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또 다자이를 떠올렸다는 데서 짜증이 나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게 다 다자이 새끼 때문이야. 최근 나카하라는 자꾸만 다자이를 떠올렸다. 전부 다자이 오사무의 시선 때문이었다.

 

, 왜 자꾸 꼴아 보냐고.’

, 예뻐서.’

눈 깔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다자이에게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긴 거지. 몇 달 전부터 자꾸만 시선을 얽는 것에 집착하길래, 작작 보라고 타박을 주었더니 이러한 버릇이 생겨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더라. 얼마 전까지는 그 눈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익숙해지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요새 다자이의 눈길이 달라진 것 같다고, 나카하라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금 집요하고 조금 이상하다. 맞아, 이상해. 이상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도끼병에 걸렸나. 처음 며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의심은 곧 사라졌다. 자신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나카하라 츄야, 하루는 다자이의 시선에 대하여 넌지시 다른 이들에게 물은 적 있었다.

 

첫 번째, 나카지마 아츠시.

 

다자이 눈빛 좀 구리지 않냐.

(인상) 선배한테만 그럴걸요.

개자식이.

 

두 번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새끼, 요새 사람 너무 쳐다보지 않냐?

어느 정돕니까.

좀 민망할 정도로.

저는 잘 모르겠군요. (흘끔)(피식)

(이 새끼가?)

 

세 번째, 쿠니키다 돗포.

 

다자이가 징그럽게 쳐다본다 이거지.

.

그래서는 안 된다고 분명 충고를 했는데. (중얼)

뭐라는 거야?

 

이러한 반응은 저를 보는 다자이의 시선이, 타인을 향할 때보다 묘하다는 것의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이 날의 하굣길. 다자이의 옆에서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던 나카하라는 생각했다 : 저 새끼 날 좋아하나? 그리고 저도 모르게 제 뺨을 쳤다. 그 말도 안 되다 못해 징그러운 물음을 머릿속에서 지워내기 위해 뇌에서 명령한 행동이었는데, 다자이가 화들짝 놀라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어 생각은 더 짙어지고 말았다.

 

순간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 나카하라는 몸을 움찔 떨었다. 선생은 열심히 강의를 펼치느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몸을 아주 조금 일으켜서, 조심조심 휴대폰을 꺼내 책상에 바싹 엎드렸다. 앞에 앉은 친구의 등을 이용해 선생에게 들키지 않게 휴대폰 화면을 켰다. 다자이에게 메시지가 두 통 와 있었다. 수업 열심히 들으라던 게 누구더라. 투덜거림을 속으로 삼키고 나카하라는 잠금을 해제했다.

 

[고등어 새끼 : 공주 나 졸려 (사진)]

[고등어 새끼 : (사진)]

 

처음 온 메시지에는 책상에 엎드려 있는 다자이의 얼굴이, 두 번째 메시지에는 전화번호부 캡처본이 딸려 왔다. 다자이 놈은 누워도 잘생겼다고 생각한 것은 역시나 분하지만 그것은 둘째 치고. 분명 저번에 싸우면서 나카하라는 다자이를 고등어 새끼,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미니 민달팽이로 저장했던 것 같은데 다자이가 보낸 사진에서 나카하라는 공주로 저장되어 있었다.

나카하라는 입을 일자로 다물고 휴대폰을 꺼 버렸다. 끄기 직전 진동이 잠깐 울린 것 같았지만 알 바냐. 그리고 나카하라는 다시 책상에 머리를 대었다. 옆에서 열심히 칠판의 내용을 받아 적고 있는 짝이 희미하다. 방금 본 다자이의 얼굴이 지나치게 선명한 탓이었다. 그 사진이 시야를 점령해 버려서 나카하라는 꼭 다자이와 마주하고 누워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셀카 선물에, 공주 호칭에.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것 같다. 요즘의 다자이 오사무는 조금 이상하다. 더하여 요즘의 나카하라 츄야도 조금 이상하다. 실은, 조금 많이.

 

그리고 나카하라만 모르는 사실. 저런 문자를 보내놓고 이래도 되는 거냐며 소리 없이 난리 법석을 떨던 다자이는, 결국 빨갛게 익은 얼굴을 들켜 수업 도중 잠시 놀림거리가 되었다고. 다행히도 빼앗기지 않은 휴대폰으로 [너는 공주 나는 왕자 얼른 이름 바꿔줘] 본인 딴에는 놀림으로 무마하려고 한 것이었지만 굉장히 오글거리는 문자 한 통을 보내었다. 그러다 교실을 한 바퀴 돌던 선생에게 휴대폰을 압수당한 것은 다자이를 삼 일 간 울게 만들었지.

'2D > 문스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4  (3) 2017.03.15
[다자츄] 전화  (0) 2017.03.09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2  (0) 2017.02.28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1  (0) 2017.02.27
[다자츄] 달이 아름다운 밤  (0) 201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