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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혐관에서 맞관되기 02

* 01 : http://xkznshin.tistory.com/253

* 학원물

 

 

 

안녕, 츄야. 오늘도 못생겼네.”

아침부터 왜 지랄이야?”

 

눈을 세모꼴로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카하라의 머리를, 다자이는 장난스럽게 헝클였다. 못생긴데다가 귀여운 맛도 없고. 우리 츄야 장가가기는 글렀네. 잔뜩 놀려먹고 있으면서도 다자이는 눈빛으로 외치고 있었다. 사랑스러워! 츄야 사랑스러워! 옆을 지나가다 우연찮게 그 눈을 목격한 나카지마는, 아쿠타가와마저 저런 흉측한 것을 보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의 눈을 가려주었다. 무슨 짓이냐며 욕을 하려던 아쿠타가와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다자이의 목소리에 얌전히 나카지마의 팔을 잡았다.

 

방금 일어난 티내는 거야, 츄야? 얼굴 부은 거 봐.”

, 좀 꺼지라고.”

목소리도 잠겼어. 바보 같아.”

 

부은 얼굴도 귀엽지 않아? 잠긴 목소리가 섹시하지 않아? 다자이는 내면의 목소리에 고개를 마구 끄덕일 뻔하다가 주먹을 세게 쥠으로써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입을 일자로 다물고 저를 노려보고 있는 나카하라를 뒤늦게 알아차리고서 다자이는 부러 소리 내어 웃었다. 누가 봐도 어색한 웃음이었다. 잔뜩 열이 뻗친 나카하라만 모르는. 자신이 듣기에도 자연스럽지 못해 다자이는 더 과장된 목소리로 나카하라를 놀려댔다.

 

그렇게 보면 어쩌게, 츄야. 그런다고 네 못생김이 나한테 옮을 것 같아?”

오늘 너랑 밥 안 먹어.”

 

유치한 소리를 다 하네, 츄야. 키가 초등학생이라고 정신 연령까지 초등학생이 되면 안 되지.’ 얄밉게 눈을 찡긋거리며 나카하라의 뺨을 꾹꾹 찔러야 했을 다자이는 그 한 마디에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을 한다. , 츄야? 조심스레 이름을 부르자 제 머리를 계속 쓰다듬고 있던 손을 쳐내고(다자이는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카하라는 달리기 시작했다. 육상부 주장 나카하라 츄야, 진심으로 달리는 그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지. 간절한 다자이 오사무만 빼고 말이다.

 

츄야아, 어디 가!”

따라오지 마, 씨발! 너랑 안 놀아!”

 

빽빽 소리치며 아침부터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다른 학우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았다. 빠르게 옆을 스치는 것에도 평온하게 빵을 씹어 먹으며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학교 건물을 향해 걷고 있었다.

 

맨날 못생겼대! 좆나 고추나 떨어져라!”

좆이 나고 고추가 떨어질 수는 없는 거야, 츄야!”

 

그리고 내가 아침의 츄야도 예쁘다고 말하면 정말 나랑 절교할 거잖아! 그 뒷말을 뱉기 전에 다행히도 입을 틀어막은 다자이 오사무는, 오늘도 자신이 아침부터 나카하라를 예쁘다고 생각했다는 것에 절망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혐관에서 맞관되기 02

 

 

뭘 봐, 멍청아.”

밥 먹는 츄야도 못생겨서.”

 

그렇게 대꾸하고 다자이는 급식판에 얼굴을 박았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아마 빨개졌을 얼굴을 절대 나카하라가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츄야를 쳐다보고 있었다니, 죽자. 그냥 죽자. 요새 저도 모르게 나카하라를 빤히 쳐다보는 시간이 늘었다. 눈앞에 없으면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고, 눈앞에 있으면 보지 못했던 시간의 자신을 위로라도 하려는 양 열심히 나카하라를 관찰하고 있다. 이것과 관련된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둘째, 상대가 알아챌 정도로 쳐다보는 것.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간 나카하라가 의구심을 품고 다자이를 추궁하게 될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유를 몇 번이고 물어 댄다면 다자이가 거짓말을 계속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도 예뻐, 귀여워, 좋아해, 와 같은 낯간지러운 말들을 뱉어내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셋째, 볼수록 예뻐 보인다.

 

그 때문에 다자이는 딱 죽을 맛이었다. 츄야는 예쁘지 않아. 마치 주문처럼 하루에 스물다섯 번씩 되뇌는 말이지만 나카하라의 얼굴을 보면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사랑과 자신, 다자이가 그 사이에 열심히 쌓아올린 철벽은 나카하라와 손등이 스치면 순식간에 내려앉는다.

 

언제부터 다자이의 눈에 나카하라가 이렇게 예뻐 보였던가. 그것은 다자이 오사무가 나카하라에게 사랑에 빠졌음을 자각하기 직전, 삼 개월 하고도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츄야, 안녕.’

, , 안녕.’

 

나카하라 츄야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걸음걸이에서부터 기품이 넘쳐흐른다고, 나카하라는 그녀를 그렇게 찬양했다. 너무 넘쳐서 다 흘렸나보다.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으며 솔직하게 제 감상을 말했던 다자이의 머리에는 나카하라의 주먹이 꽂혔지.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그 애를 좋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츄야는 내 건데. 이 시절을 다시 떠올리면 다자이는, 자신이 이 때도 나카하라를 좋아했던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곤 한다.

어쨌든 둘 사이를 훼방 놓고 싶다는 생각이 다자이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나카하라는 그녀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그 여자 아이도 은근한 호감을 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욕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잘 되기 전에 떼어놔야 한다. 다자이는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두 번째로 본 거 괜찮았지.’

, . 나쁘지 않더라.’

나는 츄야가 화면에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죽고 싶냐?’

 

그러나 셋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때문에 이만 갈던 다자이에게, 어느 날 별로 좋지는 않은 타이밍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전날 다자이의 집에서 시청한 AV 이야기를 복도에서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남녀공학이지만 남녀 분반인지라, 복도에서의 그런 대화는 아무리 큰 소리로 한들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을 만큼 일상적이었다. 그러던 중 멀리서 그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다자이는 봤고, 나카하라는 보지 못했다.

지금이다. 또다른 찬스는 오지 않아. 다자이의 뇌가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밖에서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다자이는 자신이 이번에 사용할 방법을 택했다. 나카하라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 그다지 괜찮은 수단은 아니지만 그때 다자이가 떠올릴 수 있던 것은 그게 다였다. 그래서 다자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가슴 흔들릴 때마다 좋다고 손 흔들어댄 주제에.’

미친놈아, 진짜. 그만 지껄여라.’

여자 느낌이 궁금하다고 박아달라고도 하지 않았었나?’

내가 언제!’

남자랑 안 해본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둘의 옆을 그녀가 스쳤다. 미친 소리 말라고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 주려던 나카하라의 입이 멈췄다. 커진 눈이 그녀의 것과 마주쳤다. 새까만 눈이 살짝 찌푸려진 채로 나카하라를 훑었다. 둘 사이에 오간 인사말은 없었다.

너무 심했나? 그녀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카하라를 내려다보며 다자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 여자가 츄야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이런 말로 츄야를 싫어하게 된다면, 츄야의 여자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신의 합당함을 증명한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손목을 잡았다. 온전히 감싸 쥘 틈도 없이 내쳐진다. 씨발놈, 미친놈, 살 가치도 없는 놈, 온갖 욕이 날아들기를 기다렸으나 나카하라는 고개를 푹 숙이기만 한다. 다자이가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작게 벌어진 입술 틈으로 의아함에 가득 찬 부름이 샌다.

 

츄야?’

오는 거, 알고 있었, 있었지.’

 

더듬거리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 있어 다자이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츄야가 울어? 황급히 손을 뻗어 나카하라의 뺨을 감싸 쥐었다. 약간 힘을 주어 들어 올리자 순순히 얼굴을 보인다. 새빨개진 눈에 눈물이 그득 고여 있다. 울지 않으려고 잔뜩 눈에 힘을 주고서 나카하라는, 눈물을 떨어뜨릴까봐 더 말도 못하고 다자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츄야. 당황한 음성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결국 나카하라는 울음을 터뜨렸다.

너는 도대체 왜 그래. 내가 쟤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 알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1년 넘게, 거의 매 순간을 함께 한 다자이에게도 우는 나카하라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두커니 멈춰 선 채로 다자이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제 손에 폭 싸여진 얼굴이 사랑스럽다. 일그러진 얼굴이, 뭉개지는 발음이 귀엽다.

 

어라?

츄야가 예쁘다.

 

물론 객관적으로 잘난 얼굴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다자이는 더 생각을 잇지 못했다. 예비종이 시끄럽게 울렸기 때문이었다. 어서 달래서 반에 들여보내야 한다. 나카하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등을 때리는 것을 전부 맞아주며 잘 토닥인 뒤에 눈물까지 다 닦아주고 반에 보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어. 다자이는 뻔뻔하게도 그렇게 생각하며, 저 역시 반에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나카하라의 우는 얼굴을.

츄야, 예뻤지미쳤나봐. 아니야. 안 예뻐. 못생겼어. 츄야는 못생겼다. 츄야는 예쁘지 않아! 다자이는 그렇게 몸부림 치고는, 그 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죄 갈라지고 뜯어져 피 칠갑이 되어 있더라. 다자이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했다. , 따갑네. 호들갑을 떤 건 역시 나카하라 쪽이었다. 분명 화가 나 있었는데. 다시는 너랑 말도 안 할 거라고 울면서 그렇게 말했었는데. 다시 본 나카하라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다자이의 입술을, 물티슈로 조심조심 닦아주고 있었다. 입술이 그렇게 맛있냐고 짜증을 내는 나카하라에게 다자이는 대뜸 물었다.

 

츄야, 화 풀렸어?’

아니.’

왜 풀렸어?’

안 풀렸걔 남자친구 있었대.’

 

어차피 안 될 거였으니까, 화낼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성질을 내려다 말고 담담하게 말하는 나카하라의 눈이 여전히 발갰다. 내 여자 친구가 너 게이냐고 물어보던데. ? . 내 여자 친구 걔 맞아. 몰랐어? 장난끼 가득했던 같은 반 친구의 목소리가 나카하라의 머릿속을 윙윙 울렸다.

금세 울적해지는 얼굴이 안쓰러워 다자이는 손을 뻗어 나카하라의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주었다. 사실은 그런 마음보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다행이다. 츄야가 화가 안 나서 다행이다. 츄야가 그 애를 포기할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다자이는 몰랐다. 자신에게 불행이 닥쳐왔다는 사실을. 다자이의 공책이 나카하라의 이름으로 뒤덮이게 된 것은, 정확히 그날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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