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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재회(再會)

술 마시자.”

나 약속이,”

술 마시자.”

 

오늘의 츄야는 이상하다. 제 대답은 들은 체도 안 하고 할 말만을 반복하는 나카하라를 빤히 바라보다 다자이는 부루퉁한 목소리를 내었다. 약속 있다니까? 다시 돌아올 술 마시자.’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째선지 나카하라는 그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린다. 이 모습조차 나카하라답지 못해 다자이는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그 얼굴을 흘끔거리며 망설이다 무언가 결심했다는 양 고개를 팍 치켜든다. 굳게 일자로 다물렸던 입술을 살짝 벌리고 단호한 음성을 내보낸다. 오늘이 아니면 안 돼.

 

도대체 왜?”

안 되니까.”

 

다자이는 결국 알았어, 짧은 대꾸와 함께 승낙하고 만다. 제가 한숨을 쉬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순식간에 밝아지는 얼굴. 저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억지로 내리고서 다자이는 뒤를 돈다. 그에게 등을 보이자마자 다자이는 웃어 버린다.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자는 말에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소리 없이 웃으면서 다자이는 생각했다 : 내가 츄야한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오다 사쿠나 안고와의 술자리는 사실, 딱히 약속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오늘은 다른 곳에서 술을 마셔도 괜찮아. 보스의 호출에 흐느적거리던 다자이의 힘없는 발걸음이, 도착해야 하는 곳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어째선지 잔뜩 경쾌해져 있었다.

 

늦었네.”

일 끝내고 오느라.”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나카하라에 다자이는 묘한 얼굴을 했다. 몇 대 맞을 각오 하고 온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확실히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다자이가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지만 말이다. 나카하라의 옆 자리, 의자를 빼고 앉고서 다자이는 곧바로 그가 채워준 잔을 받았다. 저도 따라주겠다는 뜻으로 손을 뻗었으나 나카하라는 와인 병을 다만 멀리 치워 버린다.

 

안 마셔?”

.”

웬일이야, 츄야가.”

오늘은 너랑 제정신으로 얘기하고 싶다.”

 

제멋대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다자이는 찰랑이는 액체를 입 안에 전부 들이 부었다. 꽤나 도수가 센 술이었는지 한 번에 들이키자 뱃속이 화끈거린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잖아, 이거. 츄야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배를 문지르던 손이 멈추었다. 이거, 설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자이는 황급히 나카하라의 손목을 움켰다. 심각한 빛을 띠는 눈으로 나카하라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뭐 하냐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몸을 바꾸는 이능력자는 아닌 모양인데. 도대체 무슨 일인 거지.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눈을 슬쩍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틀었다. 그 푸른 눈은 여전히 다자이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척, 어느 순간 다시 채워져 있는 술을 홀짝이며 다자이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 심심풀이로 술자리를 갖자고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중요한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다자이는 다시 한 번 잔을 깨끗이 비우고 대뜸 물었다.

 

용건이 뭐야?”

용건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던가, 우리.”

 

조금 씁쓸한 듯한 대답이 돌아왔고 다자이는 스스로 잔을 채웠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감이 안 잡힌다. 복잡한 머릿속을 청소하기 위해 다자이는 술을 자꾸만 삼켜냈고 나카하라는 그를 가만 바라보며 술잔이 비지 않게 병을 계속 기울였다. 계속 다정한 어투로 말을 거는 나카하라가 다자이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보스가 오늘도 힘든 일 시키셨어? 괜찮았어? 피곤하진 않아? 그에 어색한 목소리로 대답을 건넨다. 평소랑 같지. , . 조금 피곤하네. 하나하나 꼬박꼬박 대답을 해야 하는, 쉽게 취하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러워 다자이는 남몰래 이를 갈았다. 나카하라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자이가 아닌, 제 앞을 향해 똑바로 앉고서 나카하라는 말했다.

 

어깨 빌려줄까. 피곤하면 기대서 자라.”

가짜.”

?”

, 아니야.”

 

가짜 츄야는 당장 진짜 츄야를 내 놓아라, 하고 말할 뻔했다. 술자리에서 잘 정도로 피곤하지 않다고 덧붙인 다자이는 술잔을 다시금 나카하라에게 내밀었다. 다자이 쪽으로 다시 몸을 튼 나카하라는 묵묵히 잔을 채웠다. 다자이는 잔을 비웠다. 나카하라는 술을 따랐다. 말없이 이어지는, 의미 없는 동작의 연속에 다자이는 가슴이 답답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오만 생각이 스친다. 타인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도 맞는데, 어째선지 나카하라의 머릿속만은 읽을 수가 없다. 그가 어떻게 싸우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제 말에 그리고 제 행동에 단순한 나카하라가 어떻게 반응해 올지도 거의 언제나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종종, 알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어. 그래서 다자이는 그 누구보다도 나카하라가 어려웠다.

 

다자이.”

, 츄야.”

…….”

츄야?”

 

갑자기 부르더니 입을 닫아 버린다. 다자이는 살짝 눈을 내리깐 옆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나카하라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린다. 나카하라는 얕은 숨을 뱉어낸다. 작게 벌어진 입술 새로 아주 희미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너는, 나를 좋아해?”

 

, 이래서였나.

다자이는 대답 대신 나카하라에게 비워진 술잔을 보였다. 이번에는 술을 따라주지 않는다. 다자이는 손을 뻗어 병을 잡았다. 아무렇게나 술을 따른다. 넘쳐흘러 테이블을 적시는 술을 뒤늦게 자각하고 술병을 내려놓는다. 그것을 다자이도, 나카하라도 보고 있었으나 술이 넘치기 전 누구도 다자이의 손을 멈추지 못했다. 다자이는 술잔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지만 삼켜내지는 못했다. 목구멍이 홧홧하다. 여기서 조금 더 마셨다간 정말 취해버릴 지도. 평소에 비해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정신이 혼미하다. 전부 다 츄야 때문이야. 츄야가 나빠. 속으로 중얼대며 다자이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떨림을 숨기려고 애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구나. 그렇게 미동 없이 앉아 있던 둘은 적막을 맞았다. 고요 속에서 알 수 없는 허공만을 시선으로 헤집다 나카하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다자이.”

…….”

나는 말이야.”

됐어, 츄야.”

 

말 하지 마. 그런 게 아니라. 말 하지 마.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향해 웃었다. 오랜만이었다. 짓궂음이 묻어나지 않는 미소를 보여준 것은. 이렇게 웃어 버리면 그것과 함께 고백이라도 던져버릴 것 같아서 괜히 괴롭히기만 했던 것인데 말이다, 다 소용 없게 됐어. 유치한 짓이라는 건 안다. 마음을 숨기려는 초등학생 남자 아이마냥 못되게 굴었지. 나카하라가 눈치 챌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사랑해서, 그 사랑이 넘쳐서 나카하라에게 닿았다고 말한다면 납득할 수야 있다. 이렇게나 오래, 이렇게나 많이 누군가를 사랑해본 것은 처음이니까. 감정을 감추는 것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랑 하나를 숨기는 것은 도무지 익숙하지 않았던가 보다.

 

화장실 다녀올게.”

 

나카하라를 마주하기가 무섭다. 아직 들려오지도 않은 그의 대답에 벌써부터 겁이 난다. 그 어떤 말로 짓밟히고, 비난을 받더라도 그 입술이 그 목소리가 사랑스럽기만 할 것 같아서 화가 난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랑해. 그래서 다자이는 자리를 무작정 피하려 한 것이었다.

 

츄야?”

 

나카하라가 사라질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술집에 가만 앉아 있는 대신 나카하라는 길을 걷고 있었다.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다리가 휘청인다. 눈을 세게 감았다 뜬다. 다자이가 서 있다. 나카하라는 걸음을 멈춘다. 열여덟이 아닌, 스물둘의 다자이 오사무. 눈높이도 달라졌고 얼굴도 바뀌었다. 스물둘의 너를 만나본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생생한지. 따끔거리는 눈을 감지 못한다. 눈꺼풀이 눈을 덮는 순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환상일 뿐이더라도 네 앞에서 울고 싶지 않다.

 

그래, 너는 나를 좋아했다.

 

사랑해, 츄야.

 

그렇다면 내 대답은?

 

더러워.

 

이제야 말하지만 나는 너를 좋아했다. 너를 사랑했던 것도 같다. 아니, 사랑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너에게 등을 보였고 내 뒷모습에 꽂힌 너의 시선에 울음을 터뜨렸다. 소리 없이 눈물만 떨구며 걸었다.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외쳤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나는 너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열여덟의 겨울이었다.

어쩌면 너는 내게 함께 떠나자고 말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너도 나를 사랑한다면 우리 둘이 멀리 도망가자. 천진난만하게 그런 말을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몸을 담근 조직을 사랑했다. 이에 목숨을 바칠 각오 정도는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너를 더 사랑해서. 네가 그렇게 말했다면 너에게 단숨에 안기고 싶었겠지.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건네지 못한 나는 아마 그러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너를 믿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거짓말이었다며 나를 떠날 너를 나는 그렸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손을 놓아버릴 너를 나는 그렸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너를 양껏 사랑하지 못할 겁쟁이인 나를 믿지 못했다.

 

사랑을 전하지 못한 이유는 다만 두려움이었다. 너와 발을 딛게 될 종착역이 나는 무서웠다. 사랑이라는 것의 끝은 이별이다.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누구라도 내게 물어주기를 바랐다. 무엇이 그리 무서운가요? , 씨발. 헤어지는 게 무섭습니다. 다자이 녀석이 그 대답을 듣고 나를 끌어안아 주기를 바랐다. 나는 너와 헤어지지 않아, 그 사랑해 마지않는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여 준다면 나는 너를 마주 안았을지 모르지.

아니야, 그럴 필요도 없었다. 너는 알았지. 그렇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너는 알고 있었지? 그런데 왜 날 잡아주지 않았니. 이런 이별을 맞게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죽어버릴 줄 알았다면.

 

그깟 이별 따위 두려워하지 말고 진작 너를, 온 힘을 다해 사랑할 걸 그랬다.

너는 그 날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사 년 후 돌아왔다. 다자이 오사무가 죽었다. 그 한 마디로 돌아왔다. 너의 죽음을 알게 된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네가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던 아침. 나는 너를 만났다. 눈을 뜨니 나는 네 앞에 서 있었다. 스물둘의 나는, 열여덟의 너를 만났다. 마지막 기회인 걸까.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걸까. 누군가 너에게 안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내게 건네주었던 걸까. 결국 너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금 나의 세상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역시나 사랑한다고 말 못 했어.

 

한 문장이 머리를 스쳤고 순식간에 밀려들어오는 상실감에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다자이, 다자이. 너의 이름을 자꾸만 부르며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손을 대면 너의 환상마저 사라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네가 닿았다.

 

왜 울어, 츄야.”

…….”

무슨 일 있었어?”

 

, 왜 네 목소리가 들릴까.

나는 더 이상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없었다. 품에 뛰어들어 안겼다. 네 체향을 깊이 들이마시고 네 허리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서 나는, 내 어깨를 감싸 안는 팔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스물둘의 나카하라 츄야는 왜 열여덟의 나카하라 츄야를 만나지 못했는가. 열여덟의 나카하라 츄야 역시 스물둘의 세계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시간대에 사는 자신의 삶 중 하루를 살았다. 그리고 어린 나카하라는 알았다. 다자이 오사무가 죽었다. 나를 두고 죽었다.

열여덟의 자신을 대신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나름 바쁘게 살았던 스물둘의 나카하라와 달리, 어린 나카하라는 종일 울기만 했다. 다자이가 죽었어. 다자이, 씨발, 다자이 씨발놈이 죽었어. 다자이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사실이 나카하라는 그리도 서러웠다. 사 년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길을 걷다 울었고, 사 년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다 울었다. 너와 걷던 길인데. 너와 보던 하늘인데.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 말했을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너는 나를 버리고 간 걸까? 아니야, 너는 그러지 않았을 거야. 나는 결국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걸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네가 없는 세계에서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어느새 새카맣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척비척 걷다 나카하라는 다리가 꼬여 넘어진다. 그 자리에 돌멩이라도 있던 것인지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이 죄 깨졌다. 아픔보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나카하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주변 사람 그 누구가 죽었다 한들 동요해서는 안 되는데,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다자이 오사무 따위의 죽음에 왜 이리도 집착하는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나카하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길이 닿는 곳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츄야, 어디 갔다 왔어?”

 

,

너다.

나카하라는 자기도 모르게 단골 술집을 찾았고 다자이를 보았다. 다자이가 곁에 없는 채로 겨우 하루만을 살았을 뿐인데 오히려 다자이의 얼굴이 낯설다. 다쳤어? 저를 향해 다가오려는 듯 몸을 일으키는 다자이를 보고서 저도 모르게 그에게 달려갔다. 힘을 주어 다자이를 껴안는다. 당황해 하면서도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마주 안았다. 좋아해. 울음에 가득 찬 음성이 냅다 외친다. 다자이는 눈을 깜빡이다 멍청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 기다렸다는 듯 대꾸한다. 좋아해. 마음이 펑 터져서 그 안에 있는 것이 줄줄 새어나오는 양 나카하라는 말을 멈추지 못했다. 좋아해, 좋아해. 다자이, 좋아해. 내가 너를 좋아해. 다자이 오사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카하라 츄야는 도통 멈출 수가 없었다.

다자이는 생각했다. 내가 미쳤을까? 아니면 제대로 취한 걸까?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착각인 걸까, 전부. 꿈이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면 나, 이래도 괜찮지 않을까.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제게서 떼어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의 등을 쓸어주며 달래었다. 나카하라의 손이 다자이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쥐었다. 눈물로 뒤덮인 얼굴로 올려다보는 이의 얼굴을, 다자이는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쥔다.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입을 맞춘다. 입술만 맞댄 순수한 입맞춤이었다.

 

츄야.”

, .”

이거 꿈이야?”

아니야. 꿈 아니야.”

그럼 나 취한 거야?”

 

입술이 맞붙은 채로 웅얼거린다. 나카하라는 대답 대신 다자이의 입술을 입에 담고는 허겁지겁 빨기 시작한다. 제 목을 껴안는 팔이 이리도 벅차오를 수가 없다고, 다자이는 생각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부비다가 힘겹게 말을 꺼낸다. 츄야, 츄야. 우리 연애할까? 그럴까? 나랑 너랑 사귈까? 물기 어린 목소리에 나카하라는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다시금 눈물이 터진다. 열여덟, 바보 같은 이들이 마음을 나눈 밤이었다.

 

살아갈 이유를 그제야 찾게 된 다자이 오사무는 죽지 않았다. 이 날은 또한, 더 바보가 된 스물둘의 나카하라가 스물둘의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으로 만난 밤이기도 했다.

 

 

 

 

타임리프 소재

다자츄 맞관 오다 사쿠 죽음 다자이 고백, 츄야 거절 다자이 떠남 몇 년 뒤 다자이 자살 다자이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된 츄야 한 달 뒤 타임리프 18 다자이와 22 츄야 만남 / 18 츄야가 다자이의 죽음을 알게 됨 18 츄야가 돌아와 18 다자이와 연애를 시작 다자이가 자살하지 않음 22 다자이 살아 있음, 돌아온 22 츄야와 만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