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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달이 아름다운 밤

* 조각글

* 여츄야

* 사극물 : 노비 X 양반집 자제

 

 

오늘은 달이 밝습니다.

어제보다 더, 아름답구나.

저는 모르겠습니다.

 

푸른 눈은 달만을 담고 있었으나 온전히 그러하다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의 대답을 끝으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달을, 그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몇십 분의 적막을 조금 더 고요할지 모르는 목소리가 침범한다. 오사무. 언제나처럼 다정히 그녀는 그를 불러왔고 언제나처럼 그는 머리를 조아렸다. 예, 아가씨. 다시금 찾아온 정적. 찬 공기에 하얀 숨을 불어넣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오사무는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하여 먼저 말을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

예.

그런데 왜 아무 말이 없느냐.

 

늘 그녀가 먼저였다. 손을 잡아온 것도, 마음을 전한 것도, 다시금 이리 물어온 것도, 전부. 오사무는 자신이 어떻게 대꾸해야 하는지 알았다. 항상 그랬듯 그는 입을 다물면 되었다. 그녀가 손을 잡아오면 손을 내어주면 되었고 사랑을 속삭이면 듣지 않은 척 하면 되었다. 왜 아무 말이 없느냐 묻는다면, 침묵으로 대답하면 되었다.

 

오사무.

예, 아가씨.

넌 항상 그 말만 하는구나.

 

고운 손가락이 옷자락을 여며준다. 제 가슴팍에 은근히 닿아오는 손가락을 오사무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녀를 눈에 담아서는 안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 얼굴에 끈덕지게 붙어 오는 시선 또한 오사무가 모를 리 없었다. 오사무는 그녀에게 단 한 가지만을 묻고 싶었다. 더 이상 그 눈길에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되는데, 왜 자꾸 미련을 심어 주시는지요.

 

한 번만 안아주지 않으련.

아가씨.

그것이 안 된다면, 사랑한다고 말해줘.

 

굳은살이 잔뜩 박인 손이 그녀의 손등을 덮는다. 살짝 감쌌던 것에 힘을 준다. 잠시 옷자락을 힘 있게 쥐었던 것은 '아가씨.' 단호한듯한 한 마디에 별다른 반항 없이 떨어진다. 그러나 곧바로 들려오는, 듣고 싶지 않았던 말. 사랑해. 평온함을 잃지 않은 음성이 마당을 뒤덮는다. 오사무는 옅게 웃었다. 웃을 수 없음에도 웃어야만 하는 이의 얼굴이었다.

 

곧, 잊게 되실 겁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냐.

전부 잊게 되실 겁니다.

 

숨을 깊게 들이쉰다. 새파란 향이 날 것 같은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운다. 얇고 긴 숨을 조심히 내쉬며 목소리도 뱉어낸다. 그러겠지. 나카하라는 그를 따라 웃었다. 웃을 수 없음에도, 웃고 싶지 않음에도, 웃어야만 하는 이의 얼굴이었다. 혼인을 치룰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담담히 말하고서 웃으며 떠나는 이의 뒤를 오사무는 지킨다. 그는 홀로 남아 달빛을 받는다. 그와 그녀의 마지막 만남이 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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