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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마음을 나누어요

* 학원물 : 고등학교 2학년 X 교사

* 자살 소재

 

 

살아갈 수가 없었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인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자꾸만 귀에 처박혀 오는 그 말이 구역질 날 정도로 싫었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나의 세상은 아름다울 수 없다. 쾌락도 흥미도 추구하고 싶지 않았으며 그들 자체 또한 나의 삶과 먼 곳에 자리하여 있었다. 나의 존재에는 의미가, 이유가 존재치 않았다. 공허에 뒤덮인 뇌를 껴안고 사느니 내려놓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나는 그리 이타적인 이는 되지 못하지만,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을 위함이라는 말을 빌렸다. 타인의 것들을 축내지 말고 어서 죽어 버리자. 쓸모없는 인물로 나를 격하시키면서도 그렇게 말하면 마음이 편하였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으나 사후의 평안함을 손에 넣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래, 간단히 자살 희망자라 표현할 수 있는 타인을 보면 사람들은 질겁하고 설득하려 애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음 한 켠에 자리해 놓은 변명. 언제든지 꺼내 쓰고자 했던 것이었다.

 

이것들이 다만 과거의 일이라면, 현재와 하등 상관없는 지껄임이라면 굳이 꺼내놓을 리가 없지. 그것은 여전한 생각. 그럼에도 과거형의 목소리는, 왜인가.

 

일찍 왔네. 아니면 내가 많이 늦은 거야?”

아뇨, 제가 일찍.”

 

보잘 것 없는, 그런 주제에 전부가 되어 가는 당신의 탓인가.

나의 전부라고는 하지만 무거운 마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의 위에 천천히 쌓이는 것. 그것이 무어든 애초에 아무것도 있지 않던 속내에게는 전부일 수밖에 없지 않나. 나는 죽음을 미루었다. 죽음은 필사적으로 쫓아간다 하여도 도통 나에게 다가올 줄 몰라 했지만, 어찌하였든 나는 그렇게 표현하겠다. 하루에 몇 번이고 죽음에게 노크를 건네었던 내가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끝을 단념하였기 때문이다.

 

그를 마주하게 된 계기는 별 것 아니었다. 강요와 협박에 의한 것이었지. 물론 무시해도 되었을, 그럼에도 모르는 척 넘어가준 강요와 협박. 그것들을 끌어온 것은 내 잘못이라 하면 잘못일지 모른다. 이조차 시시한 것이다만. 일상적이고 재미도 없는 이유. 나는, 죽으려다 살아졌다.

어차피 죽지 못하는(신의 장난인지 나는 죽음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와 굉장히 거리가 멀었다) 녀석인데 조금 붉다 하여 눈물을 질질 흘려댈 것까지야. 그저 새로움을 위해,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분위기를 내겠답시고 텅 빈 교실에서 칼을 들어본 것이 문제였다문제인가? 그를 만나게 해 주었는데 문제인가.

 

아파요.’

당연, , .’

 

물론 그 당시에는 문제였지. 아팠으니까. 고통 없이 한 번에. 그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바랐는데 결국은 온 몸으로 퍼지는 쓰린 통증. 차라리 쓰러지기라도 했으면 좋았겠지만 눈을 감으면 안 된다고, 울면서 어깨를 흔들어 대는 이 덕분에 그러지도 못한 채 아픔을 고스란히 맞이해야 했다. 인상을 쓴 채로 아파요, 하고 몇 번 더 중얼거리자 손도 대지 못하는 주제에 곁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울어 젖히며 어쩔 줄 모르던 바보. 그 바보는 내가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 나타난 다음 날 나에게 찾아왔다.

 

어제는 놀라서 소개를 못했네. 1학년 국어 담당 나카하라 츄야.’

 

너는 다자이 오사무 맞지? 어디서 캐내 오신 거예요. 장난스레 던진 말에도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하던 얼굴이 꽤나 귀여웠던 걸로 기억한다. 불안하게 눈을 깜빡이던 그는 짐짓 단호한 얼굴을 재빨리 지어내더니, 어제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며 억지로 상담실에 나를 끌고 갔다. 뿌리치려 한다면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지만 나는, 손목을 붙든 그 작은 손이 마음에 들었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조그만 몸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순순히 그를 따랐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첫 마디를 꺼내자마자 눈물을 퐁 터뜨려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알았다. 새빨개진 코를 손등으로 부비면서 그는 새빨개진 눈을 나에게서 떨어뜨리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살아갈 이유를 내가 만들어주면 죽지 않을 거니? 나는 어차피 죽지 못하는데. 그 말을 삼켜내고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재밌는 일 있었어?”

츄야 쌤, 저는 초등학생이 아니에요.”

, ? 기분 나빴, 나빴어?”

 

도무지 말투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모습. 그것조차 사랑스러워서 아직도 이 상담실에 붙어 있는지 모르지. 그의 손가락이 붙들고 있는 것은 익숙한 과자 봉지였다. 저번에 먹을 만 한 것을 맛있다고 대충 말해주었더니 잔뜩 신나 하던 얼굴을 하고는, 그 말을 기억하고 가져온 모양이었다. 본인이 더 맛있게 먹었던 주제에. 그렇게라도 신경 써 주는 게 귀여워서 군소리 없이 과자를 입 안에 밀어 넣었던 것이지만.

나와 관련된 거라고는 같은 공간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낸다는 것. 그럼에도 서로 얼굴조차 알지 못하였는데 왜 이리 신경을 써 주는지. 그것을 나는 짐작할 수도 없었지만 끝까지 몰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과자를 접시에 담으면서 흘끔흘끔 내 눈치를 보는 그를, 선생을, 나카하라 츄야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동그란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조금 틀어진 시선에 그가 담겼다. 작고, 여리고, 마음이 넘치는 사람. 그 많은 사랑을 죄 나에게만 쏟아 주었으면 하는데. 머릿속을 스친 문장에 나도 모르게 놀란 기색을 표했다가 금세 감추어 버렸다. 이제는 입 꼬리가 스멀스멀. 웃음을 나는 굳이 밀어 넣지 않았다. 웃을만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웃을만한 날이었다. 처음으로, 욕심이 생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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