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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사귄 지 2년 3~4

* 연예인 AU (모델 X 가수)
* 설정 날조 1 : 이 두 사람은 눈물이 많다.
* 1~2 ( http://xkznshin.tistory.com/187 )


3.

"츄야."
"꺼지자."
"츄우야."
"더 이상 만지면 영원히 손을 쓸 수 없게 해 주마."

그리고 냉담하게 내쳐진 손에 다자이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마찬가지로 시무룩하게 처진 눈이 나카하라를 흘끔흘끔 곁눈질 하지만 돌아오는 시선은 없다. 잔뜩 굳은 얼굴이 단단히 화가 났음을 보인다. 다자이는 입술을 쭉 내민다. 계속되는 이 대치 상황에 본인까지 열이 날 지경이다.

아니, 잘 생각해봐.
드라마에서 키스신이 있을 수도 있지, 안 그래? 자기도 많이 했으면서. 난 처음인데! 생애 첫 연기였는데 응원은 못 해줄 망정, 너무한 거 아냐? 응? 그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다자이, 억울함이 스멀스멀 밀려 나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다자이는 나카하라에게 한 마디 하기로 했다.

츄야, 정말 너무한 거 아냐?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내 야망이 들어간 회심의 첫 작품인데!

ㅡ라고는 당연히 못하고, 어찌저찌 필터링을 거치다 보니

"저어기, 츄야.... 그래도 드라마고, 진심으로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화가 나...?"

아주 공손한 자세로 아주 공손한 어투를. 그래놓고 나카하라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를 팩 돌리자 움찔 떠는 거다. 그래도 눈은 피하지 않고 있는데, 나카하라에게는 그것마저 같잖아 보였다.
나카하라는 시선을 거두고 아예 몸을 돌려 앉았다. 다자이는 갑자기 나카하라가 제게 등을 보이는 것에 당황해 안절부절 못해 하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화를 억누르는 듯 하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 발산하는 중인 것도 같은 목소리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너는 내가 왜 화났는지 생각도 안 해 보지, 멍청한 다자이 새끼야. 하여튼 다자이야, 너는."
"에엑."
"나는 키스신 촬영하는 날, 방영하는 날이면 꼭 말해줬고 그런데도 너는 키스가 짙었네 어쩌네 하면서 화냈잖아. 그런데 어떻게 너는 하나도 안 말해줄 수...!"

나카하라의 타박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바싹 다가와 뒤에서 나카하라의 허리를 껴안은 다자이가 어깨에 머리를 부볐기 때문. 츄야아, 미안해. 잘못했어. 납득을 한 건지 아니면 작전이 먹히지 않아 다시 처음의 태도로 돌아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에 쪽쪽 입을 맞추며 아양이다. 나카하라가 말을 멈춘 이유가 어이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자이는, 아까와는 달리 조금 효과가 있는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자이."

역시나 한껏 다정해진 목소리. 다자이도 애교가 가득한 어조로 대꾸했다.

"응?"
"더 이상 만지면 영원히 손을 쓸 수 없게 해 주마."
"......."
"라고 했었지."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가 고요하게 방 안을 채웠다. 그리고 다자이는 벌떡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나카하라가 그 뒤를 쫓았다.

"누가 좀 살려줘!"
"저승사자가 구하러 올 거다, 다자이!"

둘의 술래잡기는 아래층에서 민원이 들어올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4.

"츄야, 마음의 준비 잘 하고 들어."
"뭐야, 또."
"나 우결 제의 들어왔어."

그 순간 나카하라는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챙강, 바닥과 그것이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다자이의 귀에 처박혔다. 다자이는 평정을 잃지 않은 채였다. 나카하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더듬거리며 외쳤다.

"그, 그, 그래서 거절했겠지?"
"...아니."
"씨발, 뭐라고!"

여기서 잠깐. 나카하라가 왜 이리도 열불을 내는가? <우리 결혼 할 거예요>, 통칭 우결. 실제로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고 연예계에서 소문이 자자한 두 사람이 연애를 향해 한 발 두 발 나아가도록 돕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가 왔다는 소식은, 그저 제의일 뿐임에도 그 당사자의 팬들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겨주기 일쑤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다자이에게 연락이 왔다는 것은 애인인 나카하라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게다가 수락? 아무리 이 둘이 공개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다지만, 그 프로그램에서는 남녀 이외에는 출연한 적이 없으니 다자이가 나카하라와 나가리란 보장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카하라 자신에게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는 거.

여기까지 생각하는 새 나카하라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눈물이 순식간에 한 가득 고여 눈을 감았다간 흘러내릴 터였다. 눈을 부릅 뜨고 나카하라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물기 어린 목소리가 떨렸다.

"장, 난이라고 말해."
"거기 나가는 거? 장난은 아닌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이, 있지. 츄야 되게 몰랐다는 것처럼 말하네."

결국 터졌다, 눈물.
눈물은 뺨을 타고 테이블 위로 똑똑 떨어지고 입술은 꾹 다문 채로 씨근대는데 그 모습에 다자이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서러운지 나카하라는 냅다 소리친다. 쳐 웃지마! 다자이는 테이블을 치면서 웃는다. 나카하라는 발로 의자를 찼다. 그리고 아파서는 쭈그려 앉아 엉엉 운다. 다자이는 숨도 못 쉬고 헐떡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버럭 외쳤다.

"너랑 같이 나가, 바보야!"
"어, 허윽, 으.... 뭐?"

갑자기 뚝 그친 울음에 다자이는 속으로 엄청 놀랐지만 아닌 척, 그러나 얼마나 놀랐던지 웃음이 싹 가신 얼굴로 다시 말한다.

"너랑 같이 나간다고."
"나한테는 연락 안 왔는데?"
"내가 말한다고 했어."
"거기 게이도 받아?"
"우리 나가면 시청률 보장인데 가리겠어?"
"좋아하는 사람 있다며."

다자이가 턱을 괴고 생글 웃었다. 너. 나카하라는 그 짧은 대답을 듣고 이번에는 얼굴을 시뻘겋게 붉혔다. 다자이는 손을 팔랑거리며 아하하, 웃는다.

"장난에 울기나 하고, 츄야 정말 나 좋아하는 구나?"
"다자이."
"응?"
"좋아하는 만큼 때려보자."

그리고 둘의 술래잡기는 아래층에서 민원이 들어올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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