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D/히로아카

[데쿠캇] 내 거야! 1~2

(부제 : 이 새끼 원래 안 이랬잖아요)

 

* 원포올 완전 습득 후 히어로가 된 이즈쿠가 이전의 찌질미를 버리고 와악! 하는 성격의 미친 팔불출이 됐다는 미래날조

* 동거 중인 히어로 데쿠캇의 커퀴 일화 모음입니다

 

 

1. 빌런 꺼져!

 

"하?"

 

카츠키는 제 뺨을 스친 화끈거리는 느낌, 그리고 뺨을 타고 무언가 주륵 흐르는 느낌에 인상을 팍 구겼다. 괴물 주제에 개성 꽤나 화려하구만. 카츠키는 손등으로 피를 슥 닦아내고 따끔거리는 상처를 꾹 눌렀다. 눈으로는 정체불명의 빌런이 괴성을 지르며 주변의 모든 물건을 집어 던져대는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이나 발 그 무엇도 대지 않고 날리는 걸 보니 개성은 염력인 것 같고.

냉장고가 텅 비어서 마트에 가던 중 시민 하나의 제보로 후닥닥 달려 오자마자 한 대 맞은, 그것도 얼굴을 다친 카츠키는 저 꼴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확 났다. 개성은 수준급이나 비리비리한 게 한 대 치면 뒤질 것 같다. 그런 주제에 존나 나대? 카츠키는 왼손으로 작은 폭발을 두어 번 내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감히 날 귀찮게 했겠

 

"스매애애애애애쉬!"

"……."

"자기야아아아아아!!"

 

카츠키의 손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이 푸쉬쉬 꺼졌다. 어디선가 나타난 이즈쿠가 빌런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제게 울먹이며 뛰어오는 꼴을 바라보는 카츠키의 표정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저 새끼 뭐야?

눈을 껌뻑이는 카츠키에게 순식간에 달려온 이즈쿠가 그의 허리를 휙 잡아채 안았다. 다른 손으로는 카츠키의 턱을 붙잡고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길다랗게 난 얕은 상처에 이즈쿠는 자기가 다친 것 마냥 아픈 표정을 지었다. 카츠키는 이즈쿠에게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이즈쿠는 여전히 울망울망한 표정으로 '어떡해. 캇쨩, 아프지? 아프지?'하며 한심하게도 카츠키의 상처에 바람을 호호 부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당연히 카츠키의 불만 가득한 눈빛 따위 알지 못했지.

 

쏟아지는 물건 때문에 몸을 잔뜩 수그리고 덜덜 떨던 시민들이, 기절해버린 빌런 탓에 다시 고요하고 평화로워지자 슬금슬금 일어나더니 데쿠가 그것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알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환호도 들렸다. 그 소리들이 귓가에 닿자 공공장소의 예의범절을 그나마 애인보다야 많이 알고 있는 카츠키가 이를 악 물고 이즈쿠에게 위협하듯 속삭였다.

 

"이거 안 놓,"

 

정정. 그러려 했다.

 

"캇쨩, 다른 데는 괜찮아?!"

"야, 내 말이,"

 

바로 코앞에 있는 주제에 기차 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고래고래 물어봐 놓고선, 애초 대답 따위 바라지 않았다는듯 다짜고짜 입술을 들이박아오는 이즈쿠에 카츠키는 어이가 없어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이 새끼 이러는 거 한 두번도 아니지만… 오늘따라 일도 내가 마무리한 게 없고 말도 끝마친 게 없냐

 

여기서 하나 참고할 것이 있다. 이즈쿠가 한 유명세 타는 히어로인 주제에 역시 유명 히어로인 카츠키에게 사람들 앞에서 입술을 부벼댈 수 있느냐 함은, 생각도 뇌도 없는 행동대장 이즈쿠가 공사 구분 못하고 장소 가릴 줄 몰라 히어로 데뷔 첫날부터 이랬기 때문에 자연스레 커밍아웃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제는 저들이 키스하거나 심지어 같이 있기만 해도 사진을 찍어대는 동인녀 추종자이 생길 지경이었다.

처음에 카츠키는 질색을 했지만, 몇년 간 히어로 생활을 하다 보니 적응할 필요 없는 것에도 적응해버려 이제 무뎌졌다. 이즈쿠의 관심사는 처음부터 카츠키 뿐이어서 그런 사람들, 그런 수근거림 언제나 전부 안중 밖이었지만.

 

어쨌든 그래서 주변에서 터진 환호성과ㅡ이즈쿠의 빌런 퇴치와 저들의 키스를 위한 것이었다ㅡ 찰칵이는 셔터 소리 그리고 제 입술을 물어뜯을 듯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이즈쿠 때문에 카츠키는 오늘도 수명이 줄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시발, 될 대로 되라지. 근데 이 새끼 키스는 왜 이렇게 잘해?

 

 

2. TV 꺼져!

 

"야, 너 티비 나온다."

"그래?"

"엉.

 

짧게 대꾸한 카츠키는 제 허리를 꼭 끌어안고 목덜미에 쪽쪽대기 바쁜 이즈쿠의 머리를 꾹 밀어냈다. 출동 명령도 없고, 순찰 당번도 아닌 한가로운 오후. 무료한 표정으로 TV 채널을 느릿느릿 돌리던 카츠키가 리모콘을 내려놓았다.

히어로 일을 시작하자마자 둘은 꽤나 유명세를 탔다. 게이 히어로 커플인 것 때문에 조금 더 이름을 알린 것도 없지않아 있지만 순수한 능력 때문에 그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이니 자랑스러워 해도 돼, 진짜야. 그런 둘이 TV에 나오는 것은 예삿일이었지만 티비 속 이즈쿠는, 카츠키가 빌런과 싸우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 아예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고 심지어 화질 짱짱한 풀 HD 화면이었기 때문에 카츠키는 TV 속 이즈쿠를 볼 때마다 그에게 새삼 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빌런으로부터 시민을 구하는, 원포올의 계승자 히어로 데쿠. 멋지다, 데쿠. 최고다, 데쿠.

그렇기 때문에 카츠키는 TV에 이즈쿠가 나올 때마다 채널을 고정시키고 집중.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금세 TV 화면에 정신이 팔린 애인의 뺨을 핥으며 이즈쿠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즈쿠의 손가락은 춤추듯이 얇은 반팔티 위로 카츠키의 허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즈쿠는 얼굴을 살짝 뒤로 빼 멍하니 TV 속 자신에 집중한 카츠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카츠키가 자신의 영상을 찾아보는 걸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쯤, 카츠키의 공식 스토커 이즈쿠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카츠키가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부끄러워 노트북을 폭살시킬까봐 비밀에 부쳐두고 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애인에게 그런 잔망스러운 취미가 있다는 게 너무 귀여워 당장 근처 학교로 달려가 운동장을 100바퀴 뛰었지만, 갈수록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다. 아니, 내가 있는데. 내가 이 내가 옆에 있는데 왜 모니터 속 나를 찾는 거야?! 정말 하찮은 질투심이다.

 

"캇쨩."

"어."

"자기야아."

"아, 시끄러. 소리 안 들리잖아."

 

제 귓볼을 앙 깨물며 저를 안은 팔을 살살 흔드는 이즈쿠의 얼굴을 확 밀며 카츠키가 짜증을 냈다. 빌런을 해치우면 언제나 받는 식상하고 식상한 질문, '빌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개성 이외의 힘은 무엇이었나요?'에 대해 데쿠가 막 '왜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하시는 거죠. 당연히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폭살왕 아닌가요. 아니, 너의 사랑은 아니고. 내 사랑.'이라는 대답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이즈쿠는 심술이 잔뜩 난 표정으로 혀를 쏙 내밀어 제 얼굴을 막고 있는 카츠키의 손을 핥았다. 그 축축하고 간지러운 감촉에 카츠키가 몸서리치며 손을 확 떼어냈다. 놀란 탓에 반대쪽 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와중에 이즈쿠의 얼굴에 닿아 있던 손에서는 개성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주제에 오만상을 찌푸린 카츠키가 버럭 소리쳤다.

 

"아악! 좀!"

"저거 보지 마."

"아니, 왜."

"질투나."

 

뚱한 얼굴로 입술을 쭉 내밀고 툴툴거리다 결국 제멋대로 TV를 꺼버린 이즈쿠에 카츠키가 이건 대체 뭐야, 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제게 제대로 시선을 준 카츠키에 이즈쿠가 방긋 웃었다.

 

"내가 보고 있던 거 넌데."

"알아."

"근데 왜 질투가 나."

"여기 나 있는데, 나 안 봐주잖아. 저거 보잖아."

 

애 같은 말투로 당연하다는듯 대꾸하는 이즈쿠에 카츠키가 헛웃음을 쳤다. 이 자식, 점점 사고 능력이 퇴화하는 건가. 사물에 질투하는 것까지는 어찌저찌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이제 과거의 본인한테까지 질투를. 얘 진짜 왜 이러는 걸까요….

이젠 나랑 놀아, 하며 제 입술에 쪽쪽쪽 아기새처럼 입을 맞추는 이즈쿠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툭 친 카츠키가 이즈쿠의 입술을 앙 물었다.

 

 

두뇌가 돌아가고 귀찮지만 않으면 아마 계속 쓰지 않을까 싶내요

'2D > 히로아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쿠캇] 내 거야! 3~5  (0) 2016.05.30
[데쿠캇] 환상이라는 것은  (0) 2016.05.30
[데쿠캇] 별이 지는 날  (0) 2016.05.27
[데쿠캇] 울보 남편  (0) 2016.05.26
[데쿠캇] 내일로 이어져  (3) 201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