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쿠로코의 농구 캐릭터송] 미도리마 신타로 X 타카오 카즈나리 - 내일로 이어져
* 브금 때문에 제목은 저런데 딱히 관계 X
* 번외를 보셔야 이해가 될 텐데 번외 쓰는 날 : 123년 뒤
이즈쿠는 울고 있었다. 조그만 손으로 커다란 로보트를 꼭 쥐고 앙앙 울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꼭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을 퐁퐁 흘려 보내고 있었다. 이즈쿠가 홀로 서 있는 공터는 친구를 놓쳐 버린 지금의 이즈쿠에게는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넓어 보였다.
이즈쿠는 흐느끼며 억지로 눈을 떠 잠시 주위를 둘러 보고는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분을 못 이겨 들고 있던 로보트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로보트는 이즈쿠의 이즈쿠의 발치에서 굴렀다. 로보트가 아파할 거란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지만 모르는 체 하고서는 꼭 쥔 주먹으로 눈을 부비며 다시금 울음소리를 쏟아 내려는데,
"소중한 거잖아."
"……."
"그치?"
그럼 소중히 다뤄야지.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놀라 눈물을 뚝 멈춘 이즈쿠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물을 대롱대롱 매단 이즈쿠의 앞에는 그와 꼭 닮은 형이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로보트를 내밀고 있었다.
"안 받을 거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ㅡ너무 자신과 닮았다거나, 그 어떤 소리도 없이 다가와 있었다거나ㅡ 맹한 얼굴로 저를 올려다 보는 이즈쿠에게 형이 로보트를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즈쿠는 주먹 쥔 손을 펴고 형에게 쭉 뻗었다. 형이 그 손에 로보트를 들려줄 때까지도, 그 이후에도 이즈쿠는 멍한 얼굴이었다.
형은 키들키들 웃으며 이즈쿠를 위해 굽혔던 무릎을 조금 더 굽히고 손을 뻗어 눈물에 흠뻑 젖은 이즈쿠의 뺨을 검지 손가락으로 훑었다. 왜 울고 있었어? 갑작스러운 형의 등장에 멎었던 눈물이, 그 다정하고 차분한 말투에 다시금 비죽비죽 삐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형이었지만 내내 혼자 있던 이즈쿠에게 건넨 말은 어린 소년의 마음을 부드럽게 토닥여 울지 않을 수 없게 했던 것이었다.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울음을 터뜨릴듯 말듯한 얼굴로, 로보트를 꼭 쥔 양손에 힘을 주며 형 앞이라고 눈물을 꼭꼭 참으려는 이즈쿠에 형은 되려 당황하여 '아, 아니, 아니. 울리려던 건 아닌데….' 손사래치다 쭈그려 앉았다. 그 부슬부슬한 머리통에 손을 턱 얹은 형이 초록빛 눈동자에 초록빛 눈동자를 맞추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 없이 머리만 살살 쓸어주는 형에게, 입술을 삐죽이며 울음을 참느라 다 뭉개지고 부정확한 발음으로라도 이즈쿠는 열심히 상황설명을 하려 노력했다. 그래도 물기 어린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친구랑 싸어서, 친구 화나서 갔는데, 미운데, 생각하면 내가 잘못해서…. 정말 속상한지 말하는 내내 울먹이다 결국은 다시 펑 터져버린 울음보에 형은 웃었다. 그 웃음은 이즈쿠에게 옮았는지 물기가 어려 있었다.
"이즈… 많이 좋아하는 친구인가봐."
"응, 네에."
"그럼 가서 사과하고, 다시 친하게 지내 달라고 말하고 싶겠네?"
"근데요, 근데, 실타구 하면,"
"그럴 리 없어."
그 친구도 분명 너를 많이,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 한 마디가 어태껏 듣고 싶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건지 다정한 형의 말에 이즈쿠는 힘겹게 한 손으로 로보트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이제야 웃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형의 얼굴 위에, 왜인지 모르게 순간 울 듯한 표정이 자리 잡았으나 그것은 너무 순간이었기에 이즈쿠는 보지 못했다.이즈쿠는 코를 훌쩍이며 형에게 로보트를 내밀었다. 형이 그것을 받으면서도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저를 바라보자 이즈쿠는 여전히 울먹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그러나 씩씩하게 말했다.
"친구가 준 거예요."
"응? 응."
"형아는 착하니까 한 번 가지고 놀게 해 줄게요."
그치만 주는 건 아니에요! 다급하게 따라붙는 말에 형은 처음으로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이즈쿠의 머리를 잔뜩 헝클였다. 이즈쿠는 형이 기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물에 젖은 솜 마냥 축 처져 있던 조그만 어깨가 쭉 펴졌다.
형은 손이 커서 로보트를 한 손에 거뜬히 들 수 있을 텐데도, 양 손으로 아주 소중히 그것을 들고 아주 소중한 것을 보는 눈으로 이즈쿠의 장난감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완전 멋있죠!! 주먹을 꼭 쥔 이즈쿠가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동의를 구하는 말을 던지자 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대꾸했다. 정말, 정말로.
이즈쿠는 언제 울었냐는 듯, 여전히 발간 눈시울을 빛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형아도 로보트 좋아해?"
"응, 좋아해."
"와아. 다른 형아도 좋아한댔어요!"
그 때 형이 고개를 팍 들었다. 살짝 커진 눈이 이즈쿠에게 '다른 형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형은 그 사람이 자신이 찾는 이가 아닐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 가능성을 외면하고 간절하게 이즈쿠에게 대답을 바랐다. 이즈쿠는 그를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몰라 '어, 어….' 우물쭈물하다 말을 꺼냈다.
머리가 삐죽삐죽, 캇쨩이랑 똑같아요. 근데 캇쨩 형아랬어요. 형아 캇쨩 모르잖아요, 근데. 알아요? 이거 줬어요. 내 친구!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쭉쭉 잡아 당겨 뻗친 모양을 만들다, 검지 손가락으로 로보트를 가리키며 방싯 웃는 이즈쿠를, 형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청한 얼굴로 응시하다 더듬더듬 물었다.
"어, 언제 왔어?"
"어제요!"
즉각 나온 대답에 형은 이즈쿠와 마주한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미동 하나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즈쿠는 갑자기 이상해진 형에 고개를 갸웃했고, 그 순간 형의 한 쪽 눈에서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형이 떨구던 눈물은 곧 울음으로 번졌다. 멋지게 웃기만 하던 형의 얼굴이 일그러져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이즈쿠에게 가히 당황스러웠다. 형의 입술 새로는 절망 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또, 또야.
"형아…?"
"나, 또, 놓쳤어."
난 왜 매번 늦는 거야!! 갑자기 형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로보트를 들고있던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 다음 바로 그것을 던져버릴 듯해 이즈쿠는 깜짝 놀라 형을 말리려 손을 뻗었다가, 고개를 푹 숙인 형이 로보트를 자신의 가슴팍에 턱 안겨주자 눈을 깜빡깜빡 하며 그것을 껴안았다. 로보트를 건네는 형의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쭈그려 앉아 있던 형은 다리 힘이 풀렸는지 무릎을 대고 풀썩 주저 앉았다. 형은 땅에 양 손바닥을 대고, 목소리처럼 나락으로 떨어진 듯 절망에 가득 찬 울음을 내뱉었다. 흐, 욱, 아아. 형은 몸을 점점 움츠렸다. 한 손으로는 가슴팍을 세게 부여잡았다. 형의 셔츠가 구겨졌다.
형이 너무 아프게 울어서 이즈쿠는 괜히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형아가 갑자기 왜 울지? 이즈쿠는 형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했다가, 방금까지 혼자 우두커니 서서 울던 자신을 떠올렸다. 아, 형아도? 이즈쿠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 그래서 뿌듯한 얼굴로 조심히 로보트를 옆에 내려놓고 손을 뻗어 형의 어깨를 토닥였다. 작은 손이 닿아오자 형은 제 앞에 이즈쿠가 있음을 그제야 깨달았는지 숨을 흡 들이켰다. 울음을 삼키려 노력하는 형의 어깨를 쓸어주며, 이즈쿠는 서툰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형아도 캇쨩 형아랑 싸웠죠?"
"응, 으응. 아니, 응."
"괜찮아요. 화해할 수 있어요!"
"못, 못 해. 너무, 늦어서, 나…."
"아니에요. 캇쨩 형아도 형아 많이많이 좋아할 테니까!"
팔을 쭉 벌려 어제의 형이 지금의 형을 얼마나 좋아할지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즈쿠에게, 형은 대답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 팔을 꽉 붙들었다 놓더니 그를 끌어당겨 안았다. 기계적인 몸짓이었다. 이즈쿠도 형의 등을 꼭 안았다. 뼈가 툭 튀어나온 마른 등이 잘게 떨렸다. 형이 눈물을 멈추지 않아서 이즈쿠의 작은 어깨가 축축히 젖어들었지만 이즈쿠는 어른스럽게 참았다. 형은 그런 소년의 배려를 온 마음으로, 온몸으로 느끼고 피식 웃었다. 이즈쿠도 덩달아 웃었다.
그러겠지? 용서해 주겠지, 나.
제 어깨에 턱을 대고 작게 중얼거리는 형의 슬픈 목소리에 이즈쿠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그 옆으로, 샛노란 나비가 팔랑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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