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카가미네 렌 - 단풍길
머 저는 들으면서 봣을ㄹ 때 좀 ㄱㅊ앗던 것 같은대,,, 안 들으셔도 상관 업구,,, 안 듣는ㄴ 게 더 ㅇ나을 수도 잇구요,,,, (노답 들으신다면 쪼끔 천천히... 봐주새욤,,!
* 전쟁물 아닌 전쟁물
모두의 죽음 위에 세워진 같잖은 평화 속에서 미도리야 이즈쿠는 살고 있었다. 쾅쾅 울리는 대포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던, 저승에서부터 온 영혼들의 메아리로 뒤덮인 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다. 차라리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 되돌아 오길 바라면서 이즈쿠는 죽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 그 마음을 알았다면 웃기지도 않는 생각 집어 치우고 살아 남았음에 하루하루를 감사히 생각하라 으름장을 놨을지도 모르지만 이즈쿠는, 자신이 살아남는 것 이외에 그 무엇도 머릿속에 담을 수 없는 전쟁통이 그립기까지 했다.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고 나서부터 이즈쿠는 그 아이가 살아 있을까, 떠올리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런 질문들에 휩싸여 있었다. 그것은 총탄을 피해 진흙탕을 굴러대던 때보다 더 이즈쿠를 힘들고 아프게 했다.
이즈쿠는 매일 자신이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십여 년 전부를 보낸 그 작은 마을에서 가장 초라하고 멋없는 벚꽃나무에 찾아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밥 먹는 것보다 더 자주 찾던 곳이라 눈 감고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갈 때면 이즈쿠는 정말 눈을 감은 채였다.
'전쟁이 끝나면,'
'으, 응.'
'세상에서 가장 예쁜 벚꽃나무 아래에서 보자.'
그래서 이즈쿠는 눈을 뜰 수 없었다.
너희도 어리지 않으니 이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이 외딴 마을까지 찾아온 흉터 투성이 병사가 툭 던진 통보에 멍청이처럼 엉엉 울던 제 앞에서 누구보다 빛나던 그 아이가, 그 순간마저도 반짝이며 한 말 때문에 이즈쿠는 차마 눈을 뜰 용기를 가질 수 없었다. 눈을 뜬 순간 그 아이가 없다면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던 것이 현실로 다가와 자신을 무너뜨릴 것임을 이즈쿠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약속을 어길 리 없다. 그러니까, 만약 그 아이가 없다면, 그것은, 분명.
그래서 이즈쿠는 눈을 감고 그 익숙한 비탈길을 내려와, 세상에서 가장 형편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벚꽃나무 앞에 서 그 아이와 자신이 어린 시절 새겨놓은 흠집을 한참이나 매만지다 눈을 감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 나무는 이제부터 이 바쿠고 님의 소유다.'
'와아.'
'뭐, 너도 원한다면 이름 정도는 새기게 해줄게.'
'정말?'
'착각하지 마. 그래봤자 넌 데쿠니까.'
별 것도 아닌 그 아이의 선심에 그 무엇보다도 진귀한 것을 받은 마냥 기뻐하던 제 모습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 이즈쿠는 돌아오는 길목에서 잠시 멈추어 눈물을 꼭꼭 삼키었다. 그러고는 붉어진 코를 소매로 슥 훔치고는 괜히 활기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돌아와서야 이즈쿠는 눈을 떴다. 그리고 휑한 집 안에 큰 목소리로,
"다녀왔어, 캇쨩!"
벚꽃나무를 찾아갈 때를 제외하고 이즈쿠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떨어졌을 때만 집 밖으로 나섰다. 이즈쿠는 일부러 그 아이와 자주 지나던 길은 피했다. 그것이 한참을 돌아서는 길일지라도 이즈쿠는 그 아이가 생각나지 않는 길만을 고집했다. 길에서 그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게, 그가 이 마을에 더 이상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그 아이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즈쿠는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들어 무언가 이상해졌다.
벚꽃나무를 찾아가는 길에 누군가 함께인 것 같다. 며칠 간은 잘못 들은 거라 치부했지만 그것이 나흘 째 계속되자 이즈쿠는 그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뛰기 시작하면 함께 빨라지고 멈추면 함께 멎는 발소리. 집에 홀로 있으면 가끔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가게에 갈 때도 누가 뒤를 밟는 것 같다. 그리고 어쩔 때는,
"썩을 너드 새끼."
아주 작은 투덜거림이 귓가에 닿는다.
이즈쿠는 눈을 뜬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애일까? 그 애일까? 그 애일까? 그렇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못했다. 창 밖을 내다보진 못했다. 아직 이즈쿠는 겁이 났고 무서웠다. 혹시, 혹시 아니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나 헛것을 듣는 거면? 이즈쿠는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 덮고 눈을 꼭 감았다. 이즈쿠는 잠에 빠지는 순간마저 내일도 이 환각이 사라지지 않길 바랐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오후 두 시, 이즈쿠는 결국 식탁 의자에 앉아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창 밖으로 후다닥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이대론 안 되겠다. 그 애가 맞는지 이즈쿠는 확인해봐야 했다.
겁쟁이 이즈쿠는 그 애가 아닐까봐, 바라던 게 전부 허상일까봐 그 아이가 돌아왔을지도 모르는데 걱정에 사로잡혀 바들바들 떨기만 하던 심장이 갑자기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이즈쿠는 현관을 냅다 박차고 나왔다. 한 켤레뿐인 신발에 발을 구겨넣고 뛰기 시작했다. 그 비탈길에 발이 닿으니 저절로 감기려는 눈꺼풀에 힘을 주고, 몇 년만에 자신과 그 아이의 발길이 수없이 닿았던 길을 마주했다. 대충 구겨 신은 신발이 벗겨지려 하고 그 탓에 자꾸만 넘어지려 했지만 이즈쿠는 멈추지 않았다. 어디에 돌멩이가 톡 튀어나와 있는지 알지만 피할 겨를이 없어 데구르르 구르기도 했다. 아려오는 무릎을 무시하고 이즈쿠는 벌떡 일어서 다시 달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벚꽃나무 아래에서 보자.
이즈쿠는 멀리서 그 못생기고 아름다운 나무가 보이자 결국 몇년 간 참았던 눈물을 웃음을 왈칵 터뜨렸다. 흐려진 시야 속에서 그 애를 닮은 벚꽃나무만 선명했다. 이즈쿠는 그것만 보고 뛰었다.
나무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 뒤엔 네가 있을까? 나처럼 그 바보같은 낙서를 문지르며 내 생각에 잠겨 있을까? 곧 우리가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까?
이즈쿠는 팔로 얼굴을 뒤덮은 눈물을 훔쳤다. 축축히 젖은 뺨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그러는 와중에 이즈쿠는 한 번 더 넘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일어나 달렸다. 여태껏 무서워서 보지 못했다, 너와 함께 했던 이 길을 이 마을을. 몇년 간 네가 죽었을까봐 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이제는 네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 이 길의 끝에 네가 없어도 그 나무를 마주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만약 내 주변을 맴돌던 모든 것이 내 환상이었다면 이제 깨어날 거야. 그치만,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 나무에서 벚꽃이 몇 번이나 피었다 지는 동안 나 너를 잊지 못했고 네 속에서 살았고 지금에서야 널 마주할 용기를 냈다.
카츠키, 나 이제서야 너에게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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