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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데쿠캇] 별이 지는 날

bgm : 신사회인 - 천성의 약함

노래 들으실 경우,, 천천히 읽어 주십쇼,,

 

* 소방대원 데쿠캇

 

 

"데쿠!!"

"큭, 캇, 쨩."

"씨발, 씨발, 씨바알!!"

 

이, 병신 머저리 새끼야!! 꼴사납게도 그 외침에는 나도 녀석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울음이 잔뜩 배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데쿠가 죽을지도 모른다. 불길에 휩쓸려 나자빠져 있는 녀석을 본 순간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냐. 나는 데쿠의 하반신을 짓누르고 있는, 기둥인지 뭔지 거대한 무언가에 달려들었다.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일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데쿠가 죽는다. 데쿠를 꺼내야 했다.

진짜 생각이라고는 좆도 없는 녀석이, 아직 자기 여자친구가 나오지 않았다고 찔찔 짜는 병신 하나 때문에 전체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건물 안으로 다시 뛰어 들었을 때 온 힘을 다해 나는 녀석을 말렸어야 했다. 네 이름을 부르는 나를, 처음으로 무시한 너를 진작 쫓아 들어왔어야 했다. 같이 있었으면, 그럼 내가 너를 구했을 텐데.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도록 놔두지 않았을 텐데. 정말로.

 

너는 이미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걸로 충분하잖아, 너. 대체 그 사람 하나 더 구해서 어쩌려고 그랬던 건데. 네가 그 사람을 구하고 뒤져 버리면, 어차피 누군가한테 소중한 사람이 하나 죽는다는 건 똑같잖아.

 

"이, 씨바아알, 존나 무겁네!!"

 

데쿠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쉬이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들어내는 데 남은 힘을 전부 쏟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거웠던지 아님 내가 너무 지쳐 있는 건지, 어쨌든 나는 알았다. 나는 이걸 들 수 없어.

아니, 아냐. 고개를 마구 저으며 순간 힘이 빠진 손가락 끝에 다시 힘을 주었다. 나 아니면 누가 해. 나 아니면 누가 이 병신을 구해.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빨리 이것을 치우고 데쿠를 데려가야 했다. 조금만 더 늦으면 녀석도 나도 죽는다.

드는 건 포기. 나는 대신 온 체중을 실어 그것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조금도 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이를 악 물고 악을 쓰면서 그것을 마구 밀었다.

 

그 때 내 목소리, 위협적으로 타오르는 불길 모두를 헤치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들렸다. 그토록 가냘프고 자그마한 목소리가.

 

"캇, 쨩, 목 나가, 겠어."

 

누가 데쿠 아니랄까봐 쓸데없는 말이나 지껄이고 있는데도, 그 말이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선명하게 들려서 결국 나는 정말로 울어 버렸다. 존나 알 바!? 괜히 성질을 내고 신경질을 냈지만 확실히 내가 듣기에도 나는 지나치게 울고 있었다.

왜 갑자기 울음이 터졌는지는 나도 모른다. 건물 안을 휘젓고 다니는 내내 녀석이 보이지 않아 무섭고 무섭고 무서워서 정말로 울 것 같긴 햇으나 왜 그 시답잖은 말에 울음이 터진 건지. 지금이라서 그럴까? 지금이라서 하필 지금이라서 별 것 없는 네 목소리가 미약하게나마 살아 있음을 들려주는 하필 지금에서야 그 같잖은 말의 소중함을 알아 버려서.

그래서 나는 더욱 데쿠를 깔아뭉갠 것과 닿은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 목소리, 이상한 말이나 하면서 들려주려고 했던 그 목소리 이따 건물 밖에서 실컷 들려주란 말야.

 

그치만 그것은 나를 약올리듯 여전히 미동조차 않았다. 넌 안 돼, 불길이 날름날름 속삭이고 있었다. 알아, 안다고.

 

하지만 쟤를 살리고 싶은 걸 어떡해.

 

"캇쨩."

"말하지 말라고, 좀!!"

 

네 목소리는 점점 꺼져가고 있어 나는 정말 조바심이 났다.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에 그래서 그만 버럭 화를 내었고 바로 후회했다. 그러나 사과는 이따 나가서, 둘 다 멀쩡히 나가서 해도 되니까. 네가 너무 걱정돼서 나 그만 화내 버렸다고 이따 말해도 되잖아.

 

아까부터 나는 데쿠에게 대답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울음이 자꾸자꾸 차올라 자꾸자꾸 삼켜내느라 그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너의 말에는 온 힘을 다해 대답했다. 발끝에서부터 뱃속에서부터 모든 힘을 짜내어 대답했다. 나중에, 대답을 건네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봐.

아, 그만. 그만. 왜 자꾸 그런 생각이나 하는 거야? 왜 자꾸 못 나갈 걸 먼저 생각해? 나갈 수 있어. 할 수 있어. 왜 못해? 내가 데리고 갈 거야.

 

"캇쨩,"

"왜, 왜 자꾸 불러 새끼야?!"

 

내가 데리고 갈 거라고.

 

"있, 잖아. 음, 잘, 잘 살, 아."

 

그러니까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데쿠 주제에.

 

"닥쳐, 썩을 너드가!!"

 

왜 다 끝난 것처럼 말해, 씨발이. 사람 간 떨어지게, 어? 나는 너랑 같이 살 거야. 네가 있어야 잘 사는 거야.

 

"나, 이제, 같, 이 못 있, 어 주니, 까…."

"왜, 왜 못 있는데!!"

"다들, 그래도, 캇, 윽, 캇쨩 많이, 많, 이 좋아하, 고,"

 

그 목소리에 어째선지 진심으로 좋아해, 하고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던 네가 겹쳐져서 나는 화가 났다. 결국엔 같이 있어 주지도 않을 생각이면서 잘도 그런 소릴 했겠다?

 

"야!!!!"

"……."

"난 씨발, 좋아하고 나발이고 몰라!! 근데, 근데 씨발,"

"……."

"그냥 니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난 그 뿐이란 말야!!"

  

난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거 대답도 안 했는데. 왜 혼자 끝난 것처럼 이상한 말이나 하냐고, 니가 뭔데.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옆으로 기둥 하나가 쿵 쓰러졌다. 내가 데쿠를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발을 디딘 지점.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간 것 마냥 땀을 흘렸는데도 식은땀이 삐질삐질 솟았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빨리, 빨리. 근데 씨발, 왜 안 밀려? 도대체 왜?

내가 기둥을 발로 차고 밀고 애원하는 동안, 그것보다 더 지랄맞게도 데쿠 녀석은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무어라 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것 때문이, 야, 캇, 쨩."

"뭐가?!"

"나, 도 네가, 죽지 않, 았으면, 하니까…"

"그만, 좀!! 나 너 없이 안 가니까,"

"생각보, 다도, 큭, 후으, 윽, 널, 더 사랑, 사랑해, 서,"

 

네가 살기만 하면 나 여기서 어떻게 되든 좋아.

 

나는 그 마지막 말을 듣고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너를 위한다 뭐다 너를 구하겠다 그 지랄을 했던 내 마음은 전부 그저 얄팍한 것이었을 뿐임을 알아서, 네 말에 전해진 진심이 너무 깊고 눈물나게 슬퍼서 널 붙잡은 그것을 더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렇게 서 있다가 결국 나는,

 

"…씨발."

"잘, 가, 캇쨩."

"씨발, 데쿠!!!"

 

너를 버렸다.

난 너를 버리고 뒤돌았다. 그리고 뛰었다. 너를 두고 이 건물을 벗어나려고 뛰었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이름도 안 불러주고 다정한 말 하나 안 해주고 가 버렸다. 불길 속에 너를 두고 갔다. 난 너를 죽도록 놔 두고 갔다. 너를 죽였다, 내가.

 

그리고 순간 알았다. 마지막까지 해 주지 못한 네 고백에 대해 내가 이제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너를 버리고 너를 죽이고 뒤돌아선 지금에서야 알았다. 너에게 돌아가 그 말을 건네기엔 너무 늦은 지금에서야 알았다.

 

데쿠도 아니고

썩을 너드 새끼도 아니고

이즈쿠

이즈쿠를 사랑해

내가

 

"씨바아아알, 진짜로…"

 

별이 지는 날,

이미 피어 있던 사랑을 똑바로 바라보게 된 첫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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