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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비 내리는 오후

* 학원물

* 쌍흑 전력 60분 4회 <비 내리는 오후>

 

, 전학 간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카하라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사각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미동 없이 숨만 내쉬고 있는 이에게 다자이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다자이가 한 페이지 가득 무언가를 적어 내렸을 때, 그의 손에 들린 펜이 마침표를 찍어 내렸을 때, 그제야 나카하라는 뒤를 돌았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비 내리는 오후

 

다자이 오사무와 나카하라 츄야는 사이가 좋았다. 모두가 다자이에게 나카하라의 행방을 묻고, 나카하라에게 다자이의 안부를 물었다. 둘이 게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나카하라는 그 소문에 대하여 물으면 몸서리치며 싫어했지만 다자이는 그래, 하고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거짓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라고 못을 박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 친구끼리 장난삼아 하는 좋아한다는 한 마디도 서로에게 들려준 적 없었다. 나카하라는 심지어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확신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자이가 나카하라에게 섣불리 사랑을 전할 수가 없었던 것이기도 했다.

 

둘은 빗속에서 시선을 얽었다.

둘은 빗속에서 손을 잡았다.

둘은 빗속에서 입을 맞추었다.

 

그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스운 것은, 이것은 비가 오는 날이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비에 가려지지 않으면 부끄러워. 나카하라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럼. 다자이는 그렇게 말했다. 비가 오는 날은 그들에게 그런 날이 되었다. 암묵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입을 맞추면서도 나카하라는 여전히 제 마음을 몰랐다.

그러면서도 다자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라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 전학 간다, 하는 말에 다자이가 눈물이라도 흘려줄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 어떤 말도, 심지어는 시선도 건네지 않는 그에게 나카하라는 묻고 싶었다. 너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니었어? 한참이나 그 물음을 입 안에서 굴리다가, 결국에는 뒤를 돌았다. 다자이에게서 멀어지는 나카하라는 어쩌면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은 서로의 번호를 몰랐다.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밤에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면 집에 찾아갔다. 자취를 하는 다자이의 방은 거의 언제나 비어 있었다. 부모님께서 집에 안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았던 나카하라의 집에는 거의 언제나 다자이가 있었다. 하다못해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하지 그랬어, 나쁜 새끼. 나카하라는 훌쩍이면서 짐을 쌌다. 그의 가방에는 부모님의 영정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어디서 살게 될지 몰랐다. 어차피 집에 있는 법이 없었던 그들인데,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한들 지금의 생활과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그러지 못했다. 우물거리다가 난 여기가 좋아요.’ 한 마디를 끝으로 입을 다물고 말았던 것이었다. 더 말을 했다간, 그가 다자이와 입맞춤을 한 사실까지 토해낼 것 같았다. 삼촌, 나는 그 아이가 좋아요. 나는 그 아이와 있을래요. 그 말이 목구멍을 콕콕 찔러댔다. 그때 나카하라는 알았다. 다자이가 좋다. 다자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그의 번호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을 인정한 순간, 다자이를 찾아갈 용기조차 잃었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다자이는 입술이 따끔따끔 아팠다. 나카하라를 만나지 못한 후에는 더 그랬다. 다자이는 우산을 쓰고 걷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물웅덩이를 눈으로 쫓으며 걷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결국 나카하라의 집이었다. 나카하라의 집이었던 곳이었다. 다자이는 가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다자이의 손에는 종이 뭉텅이가 들려 있었다. 우산이 손을 벗어난다. 다자이의 머리에 추적추적 빗물이 떨어진다.

, 전학 간다.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다자이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가지 말라는 말, 아니면 가서도 잊지 말라는 말, 쭉 사랑해 달라는 말, 다자이는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커져 버린 마음을, 고작 한 마디에 담아 표현하기에 다자이는 조금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섣부른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네 입술에 입을 맞춘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빗물이 종이에 떨어져 글자가 번졌다겁이 났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편지를, 나카하라를 향한 편지를. 전부 찢어버린다고 해도 좋았다. 모조리 쏟아낸 마음을 읽어 주기만 한다면. 가장 예쁜 말만 골라 사랑을 포장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이상한 곳은 없을까 자꾸 걱정이 되어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사랑스러운 말을 찾아내고 싶어서 사전을, 책을, 인터넷을 마구 뒤졌다.

나카하라가 그를 떠난다는 것은, 다자이의 머릿속에 단 한 순간도 있어 본 적 없었다. 차분히 모든 것을 건네 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늦어 있었다. 다자이의 마음이, 이제서야, 전부는 아닐지언정 사랑스러운 언어로 뒤덮인 채 종이에 녹아들었다. 그래서였다. 늦어버린 주제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을 찾아온 것은.

 

[눈을 감은 네 모습을 볼 때면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었다.]

 

종이는 계속 젖어 들어갔다. 머리카락도, 얼굴도, 옷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축축히 적시고 들어가는 빗물이 차가웠다. 쪼그려 앉았다. 글자가 죄 번져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종이들을 집 앞에 내려놓았다. 가만히 그것들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떼었다. 바람에 흩날려 날아가는 것을 다자이는 붙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음도 이리 흩날려 사라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다자이는 중얼거렸다. 츄야. 조용한 속삭임에 바람이 대답이라도 하듯 다자이의 뺨을 스쳤다. 종이가 사르륵 날아간다. 그 위에 작은 손이 얹힌다. 다자이의 머리 위에 무지갯빛 우산이 씌워진다. 다자이는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비 내리는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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