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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겁페

[아라토도] 별똥별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아라 : 무슨 소원 빌었냐.
토도 : 너랑 평생! 같이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감동적이지?
아라 : 아.
토도 : 뭐야 그 반응. 넌 무슨 소원 빌었는데.
아라 : 니 소원을 취소해 달라는 소원.
토도 : …….
아라 : 뻥이야.
토도 : 너 짜증나.

​- 아라토도 카피페 (@aratodo_CPP)

어! 곧게 편 손가락으로 가리킨 하늘에는 별들만 무수히 반짝일 뿐, 눈에 띌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병 있냐. 다정하게 건넨 말에 토도가 애인한테 못 하는 말이 없다고 왁왁거렸다. 그래 그래. 아라키타는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토도의 손을 잡아 내렸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러지 마, 창피하니까. 애정 어린 충고에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토도가,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려고 드는 손을 털어냈다.


“멍청아!”
“멍청이는 너지.”
“너야!”
“너.”
“이익…, 별똥별.”
“말을 똑바로 해.”
“별똥별 떨어졌다고, 바보 멍청이 아라키타!!”


자꾸 태클을 걸어오는 아라키타가 얄미워 벌떡 일어나 빽 소리쳤다. 삐졌음을 티내기 위해 고개를 휙 돌렸는데도 어떤 표정일지 예상이 가서ㅡ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하는 얼굴이겠지ㅡ 짜증이 났다. 하지만 알겠다며 저를 다시 앉히려 드는 손에 이끌려 버틸 새도 없이 다시 앉았다. 뭔가 머쓱해져 토도가 버릇처럼 머리카락을 꼬았다. ADHD 있냐. 손 가만히 둬. 제 손을 머리카락에서 떼어내며 해오는 말이 재수 없어 토도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눈을 치켜뜨고 째려보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 깔라고 말하는데, 정말 눈을 깔아버린 자신이 싫어서 토도는 혼자 다짐했다. 오늘 절대 말 안 걸 거야. 대답도 안 할 거야.

“야.”
“…….”
“별똥별 떨어졌어.”
“거 봐!”

앗차. 토도는 제 입을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정말 병원에 데려갈 것 같아 손가락만 꼼질댔다. 그 손을 내려다본 아라키타가 그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살짝 움켜쥐는가 싶더니, 이내 손가락 사이사이 밀고 들어와 깍지를 낀다. 또 쳐내면 죽는다. 부, 불쌍하니까 잡아준다.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무서워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응, 절대 아냐.


소원 빌 거니까 또 별똥별 떨어질 때까지 말 걸지 말라던 토도 때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새까만 밤에, 이 넓은 공원에 둘 밖에 없는데, 그런데 말도 걸지 말라고. 아라키타는 심기가 불편했다. 말 안 걸고 뽀뽀하면 화내려나. 슬쩍 쳐다본 얼굴은 꽤나 진지해서 아라키타는 한숨을 내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박힌 하늘은 예뻤지만 아라키타는 뽀뽀가 하고 싶었다.

…아. 집중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 새로 작게 소리가 새어나왔다.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아라키타도 봤다. 함께 떨어지는 별을 봤다. 아라키타는 거기까지 생각을 미치자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별 거 아닌데 무언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좋았다. 자기가 생각해도 병신 같았다. 아무래도 중증인가 싶었다.


“나 소원 빌었다.”

토도가 여전히 하늘을 보고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으면서. 괜히 툴툴거리자 마음으로 말했다며 발끈했다. 씨발, 귀여워…. 아라키타는 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매 순간 노력 중이다. 툭 건들면 바로 반응이 튀어나오는 게 애 같아서 귀엽다. 그래서 매번 시비 걸지만 그럴 때마다 표정 관리 하느라 힘든 건 본인이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왜 무슨 소원 빌었는지 안 물어봐?’하는 얼굴이 저를 쳐다보고 있어 아라키타는 결국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왜 쪼개.”
“닥쳐.”
“웃다가 정색하면 얼굴 커진대.”
“진짜 죽여 버리는 수가 있어.”
“데이트 폭력.”
“아오, 이게.”


쓸데없이 승리의 미소를 짓는 토도에,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치만 아프다고 찡얼거려서 바로 힘을 뺐다. 엄지 손가락으로 손등을 쓸자 변태같이 뭐하냐고 핀잔을 준다. 태클 걸지 말라고 맨날 떽떽거리지만, 그러는 너도 만만치 않아. 최대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토도와 시선을 맞췄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이 무너질 뻔했지만 간신히 유지했다. 아라키타에 대한 못마땅함이 들어찼지만 토도의 눈은 여전히 말하고 있었다. 무슨 소원 빌었는지 물어봐줘!

무슨 소원 빌었어. 넌지시 물어오는 아라키타에 토도가 원하는 말이었는지 저도 모르게 빙글 웃었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단순한 자식. 아라키타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토도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항상 날 짜증나게 하는 못된 애인이지만,

“어쭈.”
“끝까지 들어! 너랑 평생! 같이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감동적이지?”


칭찬해 줘! 칭찬해 줘! 얼굴을 쑥 들이밀고 그런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지만, 아라키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토도가 너무 예뻐서, 그 말이 너무 예뻐서 그에 어울리는 예쁜 대답을 해 주고 싶은데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아라키타의 머릿속을 점령해 버린 것은 : 뽀뽀하고 싶다. 결국 아라키타는 아무 대답도 해 주지 못 했다.

“아.”

말도 아니고 뭣도 아닌 반응에 토도가 실망한 듯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그 반응. 얼굴이 가까워 입술이 살짝 닿았다. 간지러웠다. 아라키타가 어깨를 움찔했다. 토도의 얼굴이 멀어졌다. 아라키타는 조금 아쉬웠다. 똑바로 앉은 토도가 투덜거리는 어투로 물었다.


“넌 무슨 소원 빌었는데.”
“니 소원을 취소해 달라는 소원.”
“…….”

사실 아무 소원도 빌지 않았다. 뽀뽀하고 싶다는 생각에 소원을 빌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평소 하도 시비를 걸어댔더니 자연스럽게 저런 대답이 나왔다. 말한 본인이 당황해 버렸다. 버럭 화를 내야 할 토도가 아무 대답이 없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입술을 부루퉁 내밀고 땅을 노려보는 토도에 아라키타가 입술을 살짝 벌렸다 닫았다. 변명이 생각나지 않는다. 머리를 열심히 굴렸지만 나온 결론은 : 뽀뽀하고 싶다. 젠장! 그래서 그냥 대충 말했다.

“뻥이야.”
“…너 짜증나.”

내용은 그렇지 못했지만 말투에서 티가 난다. 진심이 아니라는 데 안심한 모양이었다. 원래 잘 삐졌다 풀리긴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금방 풀릴 줄 몰랐는데. 바보 아냐, 이거?
토도의 옆얼굴을 쳐다봤다. 여전히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삐졌다고 시위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눈에서 화가 누그러진 게 보여 입꼬리가 부들거렸다. 웃었다간 다시 삐질 것 같아 열심히 참았다. 웃음 참기 대회에 나가도 될 것 같다.

숨을 들이마셔 스스로를 진정시킨 아라키타가 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토도를 불렀다.

“토도.”
“…….”
“대답.”
“왜.”


팅팅거리는 목소리를 봐서는 죽어도 이쪽은 안 쳐다볼 것 같다. 손을 잡지 않은 쪽 손을 뻗어 토도의 얼굴을 저를 향하게 했다. 손끝에 닿은 뺨이 말랑거려서 저도 모르게 찔러버릴 뻔했지만 그럼 맞겠지. 아라키타는 토도가 다시 고개를 돌릴 틈 없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맞붙었다 떨어졌다. 뽀뽀할 줄은 몰랐는지 얼굴이 화아악 붉어진다. 뭐라고 하고 싶은지 입술이 움찔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못한 건가. 사귄 지 몇 년인데 아직도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 받은 여고생 같은 얼굴이다.
바들거리는 눈이 귀여워서 다시 입을 맞췄다. 맞닿은 입술이 비죽비죽 웃는 게 느껴져, 토도는 이게 내가 우습나 싶었다. 아라키타가 저 생각을 알았다면 멍청이라고 욕을 해줬을 거다. 하지만 아라키타에게 독심술 하는 재주는 없었다. 그래서 토도의 입술에 집중했다. 입술을 문대다 혀를 내어 적시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인지 토도가 팔을 뻗어 아라키타의 목을 확 감싸 끌어당긴다. 밀려들어오는 혀를 휘감으며 아라키타는 토도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아프다는 칭얼거림은 돌아오지 않았다.



알게 된 사실 : 역시 나는ㄴ 수위를 못 ㅆ써ㅓ.. ^^ 겨우ㅜ키스 주ㅇ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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