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미친놈 아닙니… 까?)
1. 만났다
"토도!"
아라키타! 예쁜 얼굴 한 가득 미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토도가, 두 팔을 높이 들어 휘저으며 저를 꽤 오랫동안 기다렸을 제 연인에게 뛰어간다. 뛰지 마! 다쳐! 멀리서 보이는 그의 실루엣마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고 토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던 아라키타는 빨라진 토도의 발걸음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천천히 와, 천천히!
물론 다 큰 성인남자가 좀 뛴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겠느냐만은, 아라키타는 토도가 마치 두 살 배기 어린아이로 보이는지 넘어지기라도 할까 안절부절이다.
하지만 어느새 제 앞에 다가온 연인과 마주하자 언제 걱정같은 걸 했냐는 듯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운 채 어깨를 와락 끌어안는다. 보고 싶었어. 토도가 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품으로 파고든다. 미안해, 연습이 길어졌어. 정말 미안하다며 우는 소리를 내는 게 귀여워 소리내어 웃어보인 아라키타가 제 어깨에 기댄 머리통에 입을 맞춘다. 괜찮아, 괜찮아.
둘은 누가 쳐다보던 말던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길 한 복판에서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몇 달은 떨어져 있던 사람들처럼. 하지만 둘은 분명 어제도 만났고,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찾아 서로의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더랬다.
그리고 기분 좋은 정적이 아라키타의 어깨에 묻었던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맞춘 토도에 의해 깨졌다. 그의 입술에 쪽, 소리나게 입 맞춘 토도가 배시시 웃어보였다. 아라키타, 나 배고파.
"배고파? 응, 배고파?"
제 연인의 애교스러운 말투와 행동이 너무 사랑스러워,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아라키타가 어쩔 줄 몰라하며 두 손으로 토도의 얼굴을 부여잡고 연신 입을 맞춰댄다. 토도가 정신없이 쏟아져 내리는 그의 키스 세례에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으응, 토도 배고파. 흔하지 않은 삼인칭 자기 지칭에 아라키타는 정신이 혼미해져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응, 응, 뭐 먹고 싶어? 그 모습은 꽤나 바보 같았지만 그 애인 눈에는 마냥 귀여워 보여서 토도는 자꾸만 입을 맞춰오는 아라키타의 입술을 앙 깨물었다.
2. 밥 먹는다
"잘 먹겠습니다!"
아침도 못 먹었다더니, 열심히 입에 파스타 면을 밀어넣는 토도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라키타가 조금도 손 대지 않은 제 접시를 한 번, 그리고 제 연인을 한 번, 번갈아 쳐다보더니 아예 턱을 괴고 토도가 먹는 양을 지켜보기 시작한다. 이런 것보다, 저거 보는 게 더 맛있어. 그리고 그런 아라키타의 시선을 알아 챈 토도가 열심히 놀리던 손을 멈추고 그릇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그에게 돌린다. 저를 멀뚱히 쳐다보는 토도에, 아라키타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안 먹고 뭐해."
"내가 할 소리거든?"
너 하나도 안 먹었잖아. 팔을 힘겹게 뻗어 제 손을 끌어다 포크를 쥐게 하는 손이 사랑스럽다. 아라키타가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으며, 그 손을 움켜쥐고 참새처럼 쪽, 쪽, 입을 맞춘다.
많이 먹어. 나 배 안 고파. 손을 놓아주며 어서 먹으라며 손짓하는 아라키타를 밉지 않게 흘겨 본 토도가 다시 파스타 면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어? 머리카락이다. 토도를 바라보며 바보같이 웃어보이던 아라키타의 표정이 확 굳는다. 아, 뭐야. 토도는 투덜거리며 머리카락을 빼내느라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다. …머리카락? 응, 머리카락.
아씨, 왜 안 빠져. 온 신경을 기울여 머리카락을 빼내는 데 열중하던 토도는,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아라키타에 놀라 포크를 놓친다. 저기요!
"야, 왜 그래!"
"부르셨어요?"
"지금 장난합니까?"
누구 애인이 먹을 건데 이게 뭡니까! 머리카락이라뇨! 진심으로 화가 난 건지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채 소리치는 아라키타에, 토도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 이런.
아라키타는 정말 어디 내놓아도 무엇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을 만큼 완벽한 애인이다. 잘 생기고, 돈도 많은데다, 성격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좋아해준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면, 나름 큰 문제였다. 아라키타는 좀, 미쳤다. 물론 저한테. 그래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함께 쇼핑을 가면,
아, 사이즈가 없네. 이거 진짜 맘에 들었는데.
…저기요!
네?
애가 입어야 되는데 사이즈를 왜 안 들여놓은 겁니까!
아라키타…, 제발 닥쳐. 정말 죄송합니다.
넌 가만히 있어. 사과를 왜 해?
제발, 너나 가만히 있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토도는 그 때처럼,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라키타를 떫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 운 나쁜 직원에게 허리를 굽혀 연신 사과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얘가 머리카락에 트라우마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3. 데이트한다
"아라키타, 우리 영화 볼까…, 아."
씩씩거리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아라키타를 억지로 끌고 나와, 한참동안 그 가게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 그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 힘들게 기분을 풀어준 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걷고 있던 차였다. 반대편으로 걸어오던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힌 토도가 작게 신음을 내며 뒤로 살짝 밀려났다. 그런 토도를 힐끔 쳐다본 남자가 다시 휴대폰으로 코를 박은 채 갈 길을 간다. 아, 왜 사과두 안 해. 투덜대는 토도의 시야에, 익숙한 뒷모습이 잡힌다. 아, 이런.
"저기요."
"…뭐야?"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너 때문에 우리 애기가 넘어질 뻔했잖아. 토도를 치고 간 남자를 붙든 아라키타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얼떨떨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그가,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생각했다. 애기? 나랑 부딪힌 건 남자였는데? 그 남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라키타를 올려다 보았다.
아라키타! 저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아라키타와,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아라키타의 팔을 꼭 붙드는 토도를 번갈아 보던 남자의 입술 새로 황당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게이냐? 아라키타가 험악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뭐, 게이면 어쩔래.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살짝 벌렸던 남자가 사람 하나 죽일 기세인 아라키타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게 아라키타를 더 화나게 했다. 씨발, 사과하라니까 왜 입을 쳐 닫고 지랄이야!
"야, 너 사과 하라고."
"나 괜찮다니까?"
저 좀 보라고 붙든 팔을 흔들어도 화가 난 시선은 여전히 남자에게 꽂혀 있다. 위협적으로 한 발 짝 남자에게 더 다가가는 아라키타에 토도가 결국 큰 소리를 냈다. 아, 진짜! 아라키타, 그만해 좀. 뭘 그만하냐고 따지려 토도를 향해 몸을 틀었을 때 시야에 잡힌 굳어진 토도의 얼굴은 아라키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 화를 억누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침착한 목소리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얘가 그 날이라 좀 예민해요. 남자에게 말도 안 되는 말로 대강 변명을 하며 토도는 파스타 집에서 아라키타를 끌고 나왔던 힘을 다시 발휘해 아라키타를 끌고 갔다.
어, 어, 토도… 어이, 사과 하라고 임마! 제 기분을 눈치 챘으면서도 끝까지 뒤돌아보며 소리치는 아라키타에, 토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씨발, 존나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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