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있잖아, 토도.
나 사실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었다. 길 가다 교회 아주머니가 주신 작은 사탕 하나 건네줘도 아이처럼 기뻐하던 네 모습을 보며, 언젠가 돈 많이 벌어 우리가 남 부럽지 않게 살게 되면 그렇게 좋아하던 강아지 하나 네 품에 안겨주고 싶었다.
항상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만 입던 너를 비싼 옷가게에 데려가 네 예쁜 몸에 어울리는 셔츠 한 장 입혀주고 싶었어. 예쁘게 입은 너와 함께, 언제였더라, 네가 술에 잔뜩 취해 먹고 싶다 울었던 닭 한 마리 시켜놓고 네 얘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내게 말 해주는 거 좋아했잖아, 그렇지? 그러다가 네게 입 맞추고, 너를 사랑하고 싶었어.
이게 내가 바랐던 너와 내 모습이었어.
2.
오늘도 네 사진을 봤어. 참 예뻤어, 너. 네게 예쁘다 말 못 해준 게 항상 맘에 걸려 오늘도 네 사진에게 말해 주었다. 예뻐, 토도. 네게 직접 말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네가 내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백 번이고 말해줬을 텐데. 항상 못났다 구박하던 나 때문에, 나 몰래 거울보며 울먹이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왜 이런 것만 생각나는지, 항상 미안해.
하루종일 가지고 다녀 그런지 네 사진이 바래기 시작했어. 네가 열 번 보고 싶으면 세 번 봤는데, 그래도 네 얼굴이 닳아 없어질까 무섭다. 네가 보고 싶은데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날이 온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아. 내가 네 얼굴을 잊으면 어쩌지?
3.
오늘은 네 생일이다, 토도.
그 날 기억 나? 우리 사귄 지 일 년 된 날, 네 생일이었잖아. 난 똑똑히 기억난다. 신카이랑, 후쿠쨩이랑…, 마나미랑. 다들 잘 지내나 몰라. 보고 싶지, 토도? 이 사람들도 너를 다 보고 싶어해. 네가 이 말을 들었으면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갔을 텐데, 보러 가자고. 그럴 네 모습이 눈 앞에 자꾸만 그려진다.
오천 원이면 구할 수 있는 싸구려 반지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울던 너는 정말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웠어. 너를 안아주기는 커녕 부끄러워 땅만 바라보고 멀찍이 서 있던 나 대신 들썩이는 네 어깨를 부둥켜 안던 신카이에게 환히 웃어주던 너는, 나만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가 아닌 내가 너를 안아 주었더라면, 너는 내게 더 예쁘게 웃어주었을 거니?
아마 넌, 그랬을 거야.
4.
있잖아, 토도. 나 네가 너무 보고 싶어.
5.
나 요즘 매일 후회를 한다.
네게 그랬으면 안 되었다, 나는. 불안에 떠는 너를 안아줬어야 했던 걸까? 사랑한다 말 해줬어야 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네게 그랬으면 안 되었다.
6.
토도, 나 네가 보고 싶어. 만약 지금 내가 찾아가도 화 내지 않을 거니? 내치지 않을 거니? 그렇다면, 나 지금 가도 될까?
그곳에선 내가 너와 하고 싶던 것 모두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널 만나면 제일 먼저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다. 보고 싶었다고, 나를 기다렸느냐고. 네가 고개를 끄덕여만 준다면, 너를 안아주고 싶다. 발갛게 물들었을 너의 볼에 입을 맞출 수만 있다면, 한 번 더 죽어도 좋을 것 같다.
생각하니까 네가 더 보고 싶다. 네가 안 된다 해도,
나 지금 너를 보러 간다.
설명충 : 아라키타는 토도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많이 표현하고 싶은데 극심한 가난(...) 때문에 언제부턴가 그 스트레스를 토도를 때리면서 풀고 있었던 거
그리고 토도가 죽은 뒤에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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