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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겁페

[마나토도] 사랑이 지나치면 안 좋은 점

 

일단 상대방이 지칩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 사람도 좋아해요. 당연하죠, 누군가 본인을 사랑한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어딨겠어요. 날 이렇게나 많이 좋아해줘서 고마워, 예쁜 목소리로 예쁜 말을 속삭여 줍니다. 새가 모이를 쪼듯 입을 맞춰주면서 ‘나도 널 사랑해’ 말하기 부끄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면 나는, 아, 그러니까 저라는 말은 아니고. 1인칭 시점으로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라구요. 어쨌든 나는 더 많은 걸 바라게 됩니다. 그 사람도 내가 그를 원하는 만큼 나를 원했으면 좋겠고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죠. 하지만 그게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가 내 마음을 따라오려고 열심히 발버둥치는 동안 나는 더 많이, 더 깊이, 더 미치도록 그를 사랑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나는 불안해집니다. 그럼 그를 더 옥죄겠죠. 어디야? 뭐해? 누구랑 있어? 집이라고? 거짓말. 왜 불 하나도 안 켜 놨어? 나 지금 네 집 앞이야. 뭐,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럼 그 사람은 지치게 돼요. 너무 빠른 나의 속도에 따라오지 못해 잠시 쉬어가려는 찰나 나는 이미 한 바퀴를 돌고 그 사람의 뒤에서 그 사람을 쫓고 있는 겁니다. 그는 나를 따라옴과 동시에 나에게서 도망쳐야 해요.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몹시 부담스럽죠. 그 결과 레이스를 포기하게 됩니다. 아주 간단해요, 포기하는 법. ‘헤어지자.’ 이 한 마디면 되는 거예요.
하지만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거든요. …미안해요, 분위기가 조금 어두우니까 한 번 해 봤어요.

대부분의 집착은 여기서 멎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지. 본인들에게 그러한 광적인 사랑이 따라붙는 것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지. 광. 어떤 단어에 쓰이죠? 네, 광견. 딱 그 꼴입니다. 그 눈으로는 자기 주인밖에 안 보여요. 주인에게 조금이라도 접근하면 죽여 버리는 거죠. 내 소유물에 손을 대면 그게 누가 됐든 용서치 않아요. 문제는 뭔 줄 알아요? 그 미친개가 정말로 돌아버리면 지 주인도 못 알아본다는 거야.

주인은 말합니다. 나야, 나. 우리 강아지, 나라고. 제발 이 드러내지 마. 무서우니까 다가오지 마. 제발, 나라고. 네 주인이야. 알아봐줘. 오지 마. 나 무섭게 하지 마. 나 지켜준다고 했잖아. 나 아프지 않게 할 거라고, 네가 그랬잖아. 공포에 사로잡힌 주인은 예전 일까지 끄집어내어 이미 버린 개를 달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개는 그 때 생각하죠. 네가 뭔데 내 주인이랑 내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 주인은 실수를 한 겁니다. 말했잖아요. 미친개가 정말로 돌아버리면,

주인도 못 알아본다고.

뭐, 그렇다고 해서 큰일이 난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끽해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미안합니다, 농담이에요. 인식을 못 하는 쪽으로 가면 그나마 다행이죠.

‘마나미, 왜 그래. 나 무서워.’
‘내가 무섭나요?’

문제는 주인을 알아보는데도

‘하지 마, 응? 나, 나야. 토도야. 응? 네 토도 선배야.’
‘알아요.’

그게 자신이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고 있는데도

‘네, 네가 나 지켜준다며.’
‘그것도 알아요.’

그와 함께 있었던 일

‘나 아프지 않게 해 준다며!’
‘그랬었죠.’

그에게 했던 말들

‘제발, 제발 마나미. 제발 부탁이야. 칼 내려놔. 미안해. 헤어진 게 싫었던 거면, 우리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그치? 아직 안 늦었잖아.’
‘맞아요. 다시 시작하기에 아직 늦진 않았죠.’

다시 사랑을 하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본인도 그것을 원하는데도

‘마, 나미….’
‘그치만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왔어요. 돌아갈 순 있지만 돌아가는 길은 멀어.’

깔끔히 포기하고 마는 거죠.

‘나는 돌아가지 않을래요.’

이유는 간단해요. 그냥 미친 거죠. 알았어요, 장난이라니까?
아마 제 생각엔. 다시 그 사람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어차피 다시 헤어질 거면, 다시 내 소유 하에서 벗어날 거면, 그렇다면 다시 시작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네, 학생 질문.
어,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죽이면 되려나? 보통 그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긴 하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냐구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상대를 죽인다면 마지막으로 보는 게 내 얼굴이 될 테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도 나, 마지막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나로 인한 것. 다시는 아무도 내 사람과 만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게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내가 죽이지 않으면 누군가 그를 죽일 거 아니에요. 그게 사람이 됐든, 사물이 됐든, 자연이 됐든. 내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겁니다.

저요? 저 왜요. 하하, 무슨 그런 질문을 다 하고 그러세요. 제가 미쳤으면 여기서 이런 강의를 하고 있겠어요? 진작 경찰서 갔어야지. 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음,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