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포터 AU
* 순수혈통 X 머글태생 마법사
1.
"어떻게 하란 거야."
새까만 망토로 온 몸을 두른 남자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절망에 물든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다. 한숨을 두어 번 내쉬고서 다시 한 번 카드를 알맞은 장소에 대어 보지만 오류가 났다는 경고음만 울릴 뿐이다. 남자는 제 뒤에 서 있다 옆 개찰구로 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살려줘! 소리 없는 도움 요청, 그에 돌아오는 답이 있을 리 없지.
그런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양 옆에서 톡톡 쳐 오는 손길에 남자는 경기를 일으키듯 화들짝 놀라고는 고개를 팩 돌린다. 눈앞에 보인 것은 어느 한 여성. 남자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그 여자는 남자에게 상냥한 어조로 묻는다.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
"아, 저, 그게."
우물거리던 남자는 여자에게 카드를 내민다. 설명을 요하는 눈에 남자는 민망한지 주먹을 쥐었다 편다. 찍히지가, 않아서요. 여자가 카드를 살피는 동안 안절부절 못 하던 남자가 한 마디 덧붙인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여자는 듣지 않은 듯 하다. 한 박자 늦게 고개를 퍼뜩 치켜들며 뭐라고 하셨느냐 묻는 여자에 남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여자가 손을 뻗는다. 카드가 제 자리에 들어찬다.
"아...."
"어서 지나가세요."
"가, 감사합니다."
초록색 빛이 깜빡이고 개찰구가 열린다. 남자는 멍청한 소리를 내고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후다닥 그곳을 지난다. 저기요, 카드! 조금 높아진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제가 여자에게 두고 간 카드가 날아온다. 팔을 휘적이다 얼떨결에 붙잡고는 다시 한 번 인사. 여자는 손을 흔든다. 남자는 조금 웃었다.
덜컹이는 지하철 안에서 구역질 난단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던 남자는, 혹시라도 잊을까 계속 중얼거리던 역의 이름이 귓가에 박히자 벌떡 일어선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씹으면서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전광판과 맞는지 확인하고서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열차에서 나왔음에도 복작이는 바깥에 멀미가 멈추지 않는 듯 하다.
"잠시만여..., 윽."
사람들 사이를 헤쳐 표지판을 따라 걷던 남자는 더 이상 무리라는 기색을 보이고는 숨을 멈추었다. 그가 다시 숨을 내뱉었을 때는 출구로 빠지는 계단. 헉헉거리며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 멈추어 잠시 쉬던 남자는 몸을 바르게 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단의 끝에 올랐을 때서야,
"타카미네!"
조금은 미소.
타카미네 미도리는 저를 향해 팔을 뻗은 이를 품 안 가득 끌어 안았다.
2.
"머글 세상은 너무 불편함다."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그건 당연한 거잖아여. 짜증나, 진짜. 어엄청 힘들었단 말임다. 이상한 거나 시켜."
무어라 욕을 먹어도 오랜만에 만나는 타카미네가 지나치게 반가워 그런지 모리사와 치아키는 웃기만 할 뿐이다. 타카미네는 그의 반응에 혀를 쯧 차고는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아프다, 타카미네! 칭얼칭얼 엄살을 부려도 모르는 척. 곧 잠잠해진다. 조용히 타카미네가 이끄는 대로 걷기만 하던 모리사와가 곧 다시 입을 연다.
"저, 타카미네."
"왜여."
"길 알아?"
아차.
호탕하게 웃는 모리사와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여 버렸어... 죽을래.' 우울한 상태로 질질 끌려 온 타카미네는, 현재 모리사와의 집 일인용 소파에 파묻혀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도깨비도 없고 너무 지루함다. 투덜거리는 이의 앞에 딸기 주스를 탁 내려 놓으며 모리사와는 그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머글 세상에 도깨비가 나타난다면 큰일이지, 타카미네. 타카미네는 여전히 뚱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겨 주스를 떠오르게 한다. 자신에게 둥실둥실 다가오는 주스 잔이 갑자기 테이블에 착 달라붙자 타카미네는 놀란 얼굴을 했다가 불만 가득한 눈으로 모리사와를 바라본다.
"뭐 하는 검까."
"우리 집에서는 마법 금지."
"하아? 대체 왜..., 순간 이동도 하지 말라고 해서 그 이상한 차까지 타고 왔잖슴까. 왜 그러는 거예여?"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타카미네는 얌전히 손을 뻗어 '머글스러운' 방식으로 컵을 집어 든다. 입을 대고 홀짝이면서 저를 노려보는 타카미네에 모리사와는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으며 저 역시 컵을 집어든다. 진한 커피가 모리사와의 입 안으로 한 모금 들어간다. 그것을 삼켜내고 모리사와는 대꾸한다.
"너와 나는 앞으로도 계속 교제를 해 나갈테니, 너는 머글 세상에 올 일이 많아질 거야."
"흐음."
"생각해 봐라. 머글의 방식을 모르면 어떡해, 결혼이라도 하면 말이지."
순식간에 얼굴을 화악 붉히는 타카미네를 모르는 척 모리사와는 고개를 살짝 틀고 까닥이며 있지도 않은 리듬을 타는 척 한다. 머글들 가득한 이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밖에서 마법 쓰면 큰일이잖아. 뒤따라오는 말에 집중하지 못한 채 타카미네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다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냥 우리 집에서 살면 되잖슴까...!"
"그런 의미에서 머글 체험이다, 타카미네!"
정말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타카미네는 한숨을 쉬면서도 발개진 얼굴을 지워내지 못했다.
3.
"굳이 장까지 봐야 했냐구여."
"이왕 하는 거 완벽하게!"
타카미네는 가득 찬 마트 비닐 봉지를 고쳐 쥐고 모리사와의 뒤를 따랐다. 장 본 물건들이 전부 담긴 하나의 봉지가 타카미네의 손에 들려 있었는데, 모리사와가 본인이 나누어 들겠다고는 했지만 영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 편할지 앞으로도 옆으로도 비틀어지게도 걸어 봤는데 전부 실패. 앞으로 뒤뚱대며 걷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비틀비틀 걷던 타카미네는 순간 멈춰 섰다. 모리사와는 들려오지 않는 발소리에 덩달아 멈춘다. 뒤를 돌아보자 사색이 된 타카미네가 외쳤다.
"비!"
그리고 천둥이 쳤다. 순식간에 둘의 얼굴은 빗물로 흠뻑 젖는다.
"뛰자, 타카미네!"
"짐을 보라구여!"
"이런."
"아무래도 순간이동을,"
"이왕 젖은 거 그냥 걷지, 뭐."
타카미네는 황당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마에 착 달라붙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역시 잘 생겼구나, 타카미네. 거세게 쏟아지는 빗물에 눈을 뜨려 애쓰며 모리사와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였다. 타카미네는 인상을 찌푸리고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모리사와가 머글답지 못하다며 태클을 걸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망토를 벗어 모리사와의 머리에 푹 뒤집어 씌운다.
"무겁다, 타카미네!"
"시끄러워여."
그리고 다시 봉투를 들더니 걷기 시작한다. 모리사와는 망토를 대충 정리해 제대로 덮어 쓴다. 이번에는 모리사와가 타카미네를 따라간다. 타카미네, 천천히. 빨리 안 오면 감기 걸려버릴 거라구여.
"으, 싫다. 푹 젖었잖아여."
"이것도 추억이지."
"최악."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타카미네는 어기적 어기적 거실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곧바로 모리사와에게 뒷덜미를 붙잡힌다. 거긴 화장실이 아냐. 언제 위치를 바꿨슴까. 그런 적 없다, 바보. 이 사람한테 바보 소리 듣다니 살 이유가 없어졌어.
투덜투덜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하면서도 타카미네는 모리사와가 끌고 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걷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타카미네를 세운 모리사와가 그의 머리에 수건을 얹고 머리에 잔뜩인 물기를 털어준다.
"어차피 씻을 거잖아여."
"오."
"오는 무슨 오, 바보."
돌려주듯 톡 내뱉은 말에 모리사와가 수건으로 타카미네의 얼굴을 가린다.
"뭐 하는,"
"같이 씻을까? 추억이니."
무언가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기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잠시 찾아왔던 어색한 침묵이 타카미네에 의해 깨진다.
"...최악이야."
그리고서 타카미네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것이 거절의 의사인가 싶어 모리사와는 조금 머뭇거리다, 빨리 씻게 옷이나 벗으라는 퉁명스러운 말에 그를 힘껏 안아 버린다.
* 순수혈통 X 머글태생 마법사
1.
"어떻게 하란 거야."
새까만 망토로 온 몸을 두른 남자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절망에 물든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다. 한숨을 두어 번 내쉬고서 다시 한 번 카드를 알맞은 장소에 대어 보지만 오류가 났다는 경고음만 울릴 뿐이다. 남자는 제 뒤에 서 있다 옆 개찰구로 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살려줘! 소리 없는 도움 요청, 그에 돌아오는 답이 있을 리 없지.
그런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양 옆에서 톡톡 쳐 오는 손길에 남자는 경기를 일으키듯 화들짝 놀라고는 고개를 팩 돌린다. 눈앞에 보인 것은 어느 한 여성. 남자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그 여자는 남자에게 상냥한 어조로 묻는다.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
"아, 저, 그게."
우물거리던 남자는 여자에게 카드를 내민다. 설명을 요하는 눈에 남자는 민망한지 주먹을 쥐었다 편다. 찍히지가, 않아서요. 여자가 카드를 살피는 동안 안절부절 못 하던 남자가 한 마디 덧붙인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여자는 듣지 않은 듯 하다. 한 박자 늦게 고개를 퍼뜩 치켜들며 뭐라고 하셨느냐 묻는 여자에 남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여자가 손을 뻗는다. 카드가 제 자리에 들어찬다.
"아...."
"어서 지나가세요."
"가, 감사합니다."
초록색 빛이 깜빡이고 개찰구가 열린다. 남자는 멍청한 소리를 내고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후다닥 그곳을 지난다. 저기요, 카드! 조금 높아진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제가 여자에게 두고 간 카드가 날아온다. 팔을 휘적이다 얼떨결에 붙잡고는 다시 한 번 인사. 여자는 손을 흔든다. 남자는 조금 웃었다.
덜컹이는 지하철 안에서 구역질 난단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던 남자는, 혹시라도 잊을까 계속 중얼거리던 역의 이름이 귓가에 박히자 벌떡 일어선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씹으면서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전광판과 맞는지 확인하고서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열차에서 나왔음에도 복작이는 바깥에 멀미가 멈추지 않는 듯 하다.
"잠시만여..., 윽."
사람들 사이를 헤쳐 표지판을 따라 걷던 남자는 더 이상 무리라는 기색을 보이고는 숨을 멈추었다. 그가 다시 숨을 내뱉었을 때는 출구로 빠지는 계단. 헉헉거리며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 멈추어 잠시 쉬던 남자는 몸을 바르게 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단의 끝에 올랐을 때서야,
"타카미네!"
조금은 미소.
타카미네 미도리는 저를 향해 팔을 뻗은 이를 품 안 가득 끌어 안았다.
2.
"머글 세상은 너무 불편함다."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그건 당연한 거잖아여. 짜증나, 진짜. 어엄청 힘들었단 말임다. 이상한 거나 시켜."
무어라 욕을 먹어도 오랜만에 만나는 타카미네가 지나치게 반가워 그런지 모리사와 치아키는 웃기만 할 뿐이다. 타카미네는 그의 반응에 혀를 쯧 차고는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아프다, 타카미네! 칭얼칭얼 엄살을 부려도 모르는 척. 곧 잠잠해진다. 조용히 타카미네가 이끄는 대로 걷기만 하던 모리사와가 곧 다시 입을 연다.
"저, 타카미네."
"왜여."
"길 알아?"
아차.
호탕하게 웃는 모리사와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여 버렸어... 죽을래.' 우울한 상태로 질질 끌려 온 타카미네는, 현재 모리사와의 집 일인용 소파에 파묻혀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도깨비도 없고 너무 지루함다. 투덜거리는 이의 앞에 딸기 주스를 탁 내려 놓으며 모리사와는 그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머글 세상에 도깨비가 나타난다면 큰일이지, 타카미네. 타카미네는 여전히 뚱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겨 주스를 떠오르게 한다. 자신에게 둥실둥실 다가오는 주스 잔이 갑자기 테이블에 착 달라붙자 타카미네는 놀란 얼굴을 했다가 불만 가득한 눈으로 모리사와를 바라본다.
"뭐 하는 검까."
"우리 집에서는 마법 금지."
"하아? 대체 왜..., 순간 이동도 하지 말라고 해서 그 이상한 차까지 타고 왔잖슴까. 왜 그러는 거예여?"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타카미네는 얌전히 손을 뻗어 '머글스러운' 방식으로 컵을 집어 든다. 입을 대고 홀짝이면서 저를 노려보는 타카미네에 모리사와는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으며 저 역시 컵을 집어든다. 진한 커피가 모리사와의 입 안으로 한 모금 들어간다. 그것을 삼켜내고 모리사와는 대꾸한다.
"너와 나는 앞으로도 계속 교제를 해 나갈테니, 너는 머글 세상에 올 일이 많아질 거야."
"흐음."
"생각해 봐라. 머글의 방식을 모르면 어떡해, 결혼이라도 하면 말이지."
순식간에 얼굴을 화악 붉히는 타카미네를 모르는 척 모리사와는 고개를 살짝 틀고 까닥이며 있지도 않은 리듬을 타는 척 한다. 머글들 가득한 이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밖에서 마법 쓰면 큰일이잖아. 뒤따라오는 말에 집중하지 못한 채 타카미네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다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냥 우리 집에서 살면 되잖슴까...!"
"그런 의미에서 머글 체험이다, 타카미네!"
정말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타카미네는 한숨을 쉬면서도 발개진 얼굴을 지워내지 못했다.
3.
"굳이 장까지 봐야 했냐구여."
"이왕 하는 거 완벽하게!"
타카미네는 가득 찬 마트 비닐 봉지를 고쳐 쥐고 모리사와의 뒤를 따랐다. 장 본 물건들이 전부 담긴 하나의 봉지가 타카미네의 손에 들려 있었는데, 모리사와가 본인이 나누어 들겠다고는 했지만 영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 편할지 앞으로도 옆으로도 비틀어지게도 걸어 봤는데 전부 실패. 앞으로 뒤뚱대며 걷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비틀비틀 걷던 타카미네는 순간 멈춰 섰다. 모리사와는 들려오지 않는 발소리에 덩달아 멈춘다. 뒤를 돌아보자 사색이 된 타카미네가 외쳤다.
"비!"
그리고 천둥이 쳤다. 순식간에 둘의 얼굴은 빗물로 흠뻑 젖는다.
"뛰자, 타카미네!"
"짐을 보라구여!"
"이런."
"아무래도 순간이동을,"
"이왕 젖은 거 그냥 걷지, 뭐."
타카미네는 황당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마에 착 달라붙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역시 잘 생겼구나, 타카미네. 거세게 쏟아지는 빗물에 눈을 뜨려 애쓰며 모리사와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였다. 타카미네는 인상을 찌푸리고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모리사와가 머글답지 못하다며 태클을 걸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망토를 벗어 모리사와의 머리에 푹 뒤집어 씌운다.
"무겁다, 타카미네!"
"시끄러워여."
그리고 다시 봉투를 들더니 걷기 시작한다. 모리사와는 망토를 대충 정리해 제대로 덮어 쓴다. 이번에는 모리사와가 타카미네를 따라간다. 타카미네, 천천히. 빨리 안 오면 감기 걸려버릴 거라구여.
"으, 싫다. 푹 젖었잖아여."
"이것도 추억이지."
"최악."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타카미네는 어기적 어기적 거실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곧바로 모리사와에게 뒷덜미를 붙잡힌다. 거긴 화장실이 아냐. 언제 위치를 바꿨슴까. 그런 적 없다, 바보. 이 사람한테 바보 소리 듣다니 살 이유가 없어졌어.
투덜투덜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하면서도 타카미네는 모리사와가 끌고 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걷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타카미네를 세운 모리사와가 그의 머리에 수건을 얹고 머리에 잔뜩인 물기를 털어준다.
"어차피 씻을 거잖아여."
"오."
"오는 무슨 오, 바보."
돌려주듯 톡 내뱉은 말에 모리사와가 수건으로 타카미네의 얼굴을 가린다.
"뭐 하는,"
"같이 씻을까? 추억이니."
무언가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기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잠시 찾아왔던 어색한 침묵이 타카미네에 의해 깨진다.
"...최악이야."
그리고서 타카미네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것이 거절의 의사인가 싶어 모리사와는 조금 머뭇거리다, 빨리 씻게 옷이나 벗으라는 퉁명스러운 말에 그를 힘껏 안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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