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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앙스타

[미도치아] 무지개 우산 * 앙스타 전력 * 사망 소재 1. 모리사와 선배는 무지개 우산을 썼다. 무지개 우산만 썼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찰박찰박 요란하게, 우산을 쓰는 의미도 없이 온 몸에 물을 묻혀 가며 달려오던 무지개 우산. 무지갯빛 선배.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 오는 날만 좋아했다. 일부러 비를 맞으며 선배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면 선배는 안절부절 못해 하며 소매로 뺨을 닦아줬다. 그 모습을 사랑했다. 예뻤다. 그래서 나는 비 내리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미도리 군." "......." "너무 실망하지 마요, 상처 받는답니다." "......." "가요, 어서. 감기 걸려요." 이제 나는 비가 싫다. 2. 선배는 아팠다. 아주 많이 아팠다. 나는 그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선배에게 아프지 말아 달라고.. 더보기
[미도치아] 어서 오세요, 마법의 세계 1~3 * 해리포터 AU * 순수혈통 X 머글태생 마법사 1. "어떻게 하란 거야." 새까만 망토로 온 몸을 두른 남자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절망에 물든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다. 한숨을 두어 번 내쉬고서 다시 한 번 카드를 알맞은 장소에 대어 보지만 오류가 났다는 경고음만 울릴 뿐이다. 남자는 제 뒤에 서 있다 옆 개찰구로 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살려줘! 소리 없는 도움 요청, 그에 돌아오는 답이 있을 리 없지. 그런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양 옆에서 톡톡 쳐 오는 손길에 남자는 경기를 일으키듯 화들짝 놀라고는 고개를 팩 돌린다. 눈앞에 보인 것은 어느 한 여성. 남자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그 여자는 남자에게 상냥한 어조로 묻는다. "도와드릴 일.. 더보기
[스바호쿠] 처음 뵙겠습니다! * 회사원 * 애 딸린 이혼남 호쿠토 * 호쿠른 전력 6회 "오늘요, 유치원에서요, 아빠요, 그렸어요." "그랬어요. 아빠 그렸어요?" "으응, 이따 보여줄 거예요." "기대 많이많이 해도 돼요?" 응, 하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는 딸 아이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놓는 것으로 호쿠토는 대답을 대신했다. 콧대 높은 거래처와 접촉한 이후 내내 굳어 있던 얼굴이 화악 피어난다. 어린 아이 특유의 말투로 재잘대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는, 누군가 들었다간 딸 바보 소리를 들을 법한 생각을 하다가 히다카 호쿠토는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혼자 웃어 버리는 아빠를 의아한 얼굴로 올려다 보는 딸과 눈을 마주치고, 호쿠토는 빙그레 미소를 전했다. 영문도 모르면서 아이는 그저 .. 더보기
[미도치아] 운명을 믿으십니까? * 네임버스 타카미네 미도리는 모리사와 치아키가 싫다. 항상 웃기만 하는 그 뻔뻔한 낯짝이라던가 당연하다는 듯 집 한 구석을 차지하고 신나서 떠들어대는 태도라던가. 운명이고 나발이고 알 바 없으니 제발 좀 귀찮게 하지 말고 꺼지라고 성을 냈을 때 다 안다는 표정으로 손을 잡아오질 않나, 정말 짜증나고 제멋대로인 사람. 타카미네는 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떠오르는 그 망나니 같은 얼굴에 진저리 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구리게 하루를 시작하는 일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못마땅한 기색을 팍팍 드러내며 타카미네는, 얼른 씻고 그가 쳐들어오기 전 집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닥에 발을 딛었다. 그리고 팔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돌린 순간, "잘 잤는가, 타카미네!" 타카미네는 이마를 짚었다. 주말이었음에도 모리.. 더보기
[미도치아] 연모와 연민 * 강간 나무 바닥이 딱딱하게 배기는 그 교실의 뒤편에서 타카미네 미도리는 모리사와 치아키를 강간했다. 타카미네는 모리사와를 사랑했다. 실수로 아이돌과에 들어와? 웃기지도 않는 소리. 타카미네는 바보가 아니다. 타카미네는 아주 오래 전부터 모리사와를 지켜봤고 연모했고 그가 손끝에 닿길 바랐다. 그러니 아이돌과는 그 무엇보다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모리사와가 아는 타카미네 미도리는 처음부터 전부 연기의 일환이었다. 원치 않는 아이돌을 직업으로 가질 위기에 처해 버린 설정으로 시작하여 타카미네는 훌륭한 가면을 만들었다. 힘도 의욕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도움을 받아야 하고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주 한심하고도 훌륭한 가면. 타카미네는 그것을 뒤집어 쓰고 모리사와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것이 가면임.. 더보기
[미도치아] 시간이 멈춘 세상 * 사망 소재 1. 웃기지도 않는 일, 시간이 멈췄다. 여느 삼류 판타지 소설들에서 즐겨찾는 소재가 현실로 다가왔다. 커튼을 치고 시계를 버렸다. 고요하게, 숨소리만 가득 찬 방 안 나는 혼자 있다.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처박는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두 손을 맞잡는다. 거칠어지는 숨을 애써 고르며 수그렸던 몸을 편다. 익숙해져야 해. 허공을 바라보며 웃어 본다. 입꼬리가 경련하듯 떨린다. 입술을 깨문다. 익숙해져야 해. 주문처럼 되뇌이는 말. 이 상태가 지속된 게 얼마나 됐지. 문득 든 의문에 바로 따라붙는 헛웃음, 시간이 멈추었는데 무얼 계산하려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선다. 뻑뻑하게 조여오는 듯한 눈두덩이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고서 문을 향해 다가간다. 잠시 망설이던 손이 곧 문고리를 움킨다. 차가운.. 더보기
[미도치아] 타카미네 치아키의 임신 일지 1~2 * [미도치아] 선배, 잠깐만요! ( xkznshin.tistory.com/176 ) 번외 * 알오버스 / 캠퍼스물 * 알파 X 오메가 1. 안녕, 아가야. 새까만 잉크가 버석한 종이에 스며든다. 그리고 펜을 꼭 쥔 손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톡톡. 마지막 글자 옆에서 펜촉이 머뭇거린다. 치아키가 붙들고 끙끙거리는 중인 공책 옆에, 예쁘게 깎인 사과로 채운 접시 하나가 얌전히 놓인다. 그 소리마저 듣지 못하는 것이 꽤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언제나처럼 이상한 방식으로 펜을 쥐고 있는 치아키의 손으로 미도리가 손을 뻗는다. 제대로 잡아야져. 툭 건넨 핀잔과 갑자기 닿아오는 찬 손에 놀라 소리 없이 파드득 떤다. 뒤를 향해 몸을 튼 치아키가 입술을 삐죽이더니 한숨을 폭 내쉰다. "놀랐다, .. 더보기
[미도치아] 선배, 잠깐만요! * 알오버스 / 대학생 ㅐ캠퍼스물이라고 적었던 건 대학생이라는 의미엿ㅅ습니다 하핫 머쓱 ! * 알파 X 오메가 죽고 싶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죽고 싶다. 그것이 모리사와 선배와 연애를 시작한지 대략 일 년 되는 현 시점에서의 심정. 오해할까봐 못 박아 두는데 나는 선배가 싫지 않다. 좋아한다. 진심을 다해 좋아해. 첫 연애라 더 그러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 이전의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이후의 그 누구보다도 좋아할 거야. 가끔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기뻐하는 선배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감당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랑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차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이 감정이 들게 된 것의 연원, 지금부터 삼 개월 정도.. 더보기
[스바호쿠] 한 여름 밤 기묘한 만남 * 호쿠른 전력 2회 「분장」 * 늑대인간 스바루 X 고등학생 호쿠토 발을 뗄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손이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달달 떨리는 입술을 짓이겨 멈추지도 못한다. 형형히 빛나는 커다란 눈에게, 회색빛 털에 시선을 빼앗긴 채 히다카 호쿠토는 그 자리에 그렇게 멈춰 버렸다. 그것, 그러니까, 이곳에 있을 리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한 마리 거대한 늑대가 천천히 다가온다. 호쿠토의 것과 꼭 빼닮은 푸른 눈이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다. 호쿠토는 홀린 듯 잠시 두려움마저 잊고 그 빛을 가만히 바라보다 알아냈다. 지금 당장, 그의 자의로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감는 것뿐이다. 그래서 호쿠토는 눈을 감았다. 깊은 산 속 이 야심한 밤에 늑대의 밥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비참하지만, 다리가 뜯.. 더보기
[스바호쿠] 너와 별사탕 * 호쿠른 전력 1회 [별사탕] 너는 과자를 좋아했다. 가끔은 서운할 정도로 남에게 기대는 법을 몰라 했던 너를, 그래서 혼자 전부 해내려는 모습이 미련스럽기도 어른스럽기도 했던 너를,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동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놀려대곤 했지만 슈퍼에 들렀을 때 가장 먼저 과자를 집어 드는 모습은 꽤나 어린 아이 같아 귀여웠던 기억이. 여러 가지에 손을 대는 나와는 달리, 너는 입에 착 달라붙은 과자 한 가지만 질릴 때까지 먹는 타입이었다. 너와 같은 공간에서 살기 시작했을 무렵 너는 별사탕이 든 과자를 매일매일 사 들고 왔다. 별사탕은 여느 별사탕들이 그렇듯 단 설탕 덩어리. 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자는 밋밋하고 텁텁하기만 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봉지를 뭣도 모르고 뜯어 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