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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앙스타

[미도치아] 선배, 잠깐만요!

* 알오버스 / 대학생
ㅐ캠퍼스물이라고 적었던 건 대학생이라는 의미엿ㅅ습니다 하핫 머쓱 !
* 알파 X 오메가


죽고 싶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죽고 싶다. 그것이 모리사와 선배와 연애를 시작한지 대략 일 년 되는 현 시점에서의 심정.

오해할까봐 못 박아 두는데 나는 선배가 싫지 않다. 좋아한다. 진심을 다해 좋아해. 첫 연애라 더 그러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 이전의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이후의 그 누구보다도 좋아할 거야. 가끔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기뻐하는 선배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감당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랑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차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이 감정이 들게 된 것의 연원, 지금부터 삼 개월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장 우리 집]
[아무것도 사지 마]

이 짧은 문자 두 통이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에 대한 복선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만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트라우마라도 생긴 모양이다.

그 날은 눈을 뜨자마자 선배에게서 온 아프다는 새벽의 연락을 보고 하루종일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했었다. 다행히도 오전에 수업이 몰려 있었고, 발걸음을 재촉하면 선배의 점심을 챙겨줄 수 있다는 데 조금 안도했다. 나는 무엇 하나 망설이지 않고 선배의 집으로 급히 향했다. 죽과 약을 구입할 생각이었으나 그 때 도착한 저 문자 두 통에 관두었다. 정말 괜찮을까 했지만 지금 선배에게 내가 많이 절실한가 싶어 달리기 시작했고.

'선배!'

문을 열어제낀 직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었다. 당황했고, 당황했으며, 당황했다. 코끝을 아프게 찌르는 달큰한 향, 오메가.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나는, 나는 어떡해야 하지.
선배가 오메가인 것을 몰랐냐고? 알았지. 천 년 전처럼 오메가가 박대 당하는 시기도 아니므로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으니. 다만 평소의 그 은은한 페로몬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는 알파를 만나서는 안 된다. 예외, 아이를 가질 생각이 아니라면.

선배는 알파의 향을 맡은 건지 아니면 그저 문 여는 소리를 들은 건지 복도 저 끝의 방에서 얼굴을 내밀더니,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희미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선배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도망칠 수는 없었다. 히트 사이클은 아주 괴로운 거라고 들었어. 힘들어하는 선배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발갛게 열에 달뜬 얼굴로 선배는 나를 불렀다.

'타카미네.'
'오면 안 됨다.'
'난 괜찮으니까,'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사실을 두 개 알았다.

'섹스 하자! 지금이 타이밍이다!'
'...아악!!'

하나.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가 정신 못 차리고 아무 남자에게나 들러 붙는다는 내용의 드라마 <레인보우 오메가>는 설정부터 순 뻥이다.

'하자, 타카미네. 임신 시켜줘, 얼른!'
'저리 가여, 바보야!'

둘. 나는 생각보다 절제력이 강하다.

결국 나는 선배를 어르고 달래어 약을 먹이고 재웠다. 말똥말똥하다며 눈을 부릅 뜨고 올려다 보는데... 하아. 째려 보자 되도 않는 자는 시늉을 하더라. 웃기지도 않으니까 안 잘 거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얘기나 해 보라고 하자 선배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타카미네가 한 명. 타카미네가 두 명. 타카미네가 셋...'

무엇도 말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사 표시였다.

인류의 진화 덕에 히트 사이클이 되면 본능이 온 몸을 지배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선배가 잠들고 난 뒤 인터넷에서 알았다. 그러나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가 알파의 정액을 받으면 백 퍼센트의 확률로 임신하게 된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다. 선배가 다른 의도 없이 정말 우리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해도, 그것은 아마 충동. 나는 선배에게 짐을 지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어리다. 나는 몰라도, 뱃속에 아이를 열 달 간 품게 될 선배는 꿈을 포기해야 될 수도 있어.
가끔 선배의 뱃속에 생명 하나를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참았다. 그와 섹스를 해도 절대 내벽에 사정한 적 없다. 만일의 확률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으니 콘돔 착용은 필수. 우리는 내내 함께할 것이고 아이는 나중에, 여전히 원한다면 나중에 얻으면 된다.

'타카미네!'
'선배, 미쳤어!!'

라고 나만 생각했나 보다.
그 일이 있었던 다음 달 선배의 히트 사이클은 주기를 엇나갔다. 선배는 나를 집에 초대했고 나는 의심 없이 응했다. 결과, 역 강간 당할 뻔 했습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힘으로 찍어 누르자 벌개진 얼굴로 분하다고 바닥을 내리치는 선배의 모습 그리고 우리의 상황에 왠지 모르게 섰지만 선배에게 들키지 않고 줄행랑 쳐 집에서 처리했다. 나는 그리고서 조금 눈물 지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우주 비행사였다. 어느 행성에 도착했고 그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 배를 짓누르는 엄청난 중력에 놀라서 깼다. 침대에 누운 채로 왜 어깨나 머리 쪽이 아니라 하필이면 배가 무거웠나 의아해 하던 찰나 알았다 : 누가 내 배 위에 앉아 있어.
그것을 자각한 순간 나는 뻣뻣하게 굳었고 달달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열어,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침입자에게 물었다.

'누, 누구세여...'
'타카미네, 오늘이다.'

그것이 저번 달 히트 사이클이었다.
고로 나는 요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밀어내 이번 달을 넘겼다 치자. 다음 달은? 또 다음 달은? 선배가 마음을 고쳐 먹지 않는 한 매번 반복될 일. 그리고 임신하자고 달려드는데 애인이 자꾸만 밀어내고 있는 상황은 전혀 유쾌하지 않으니까. 히트 사이클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지만 속이 곪아 터지고 있을까봐 그게 조금 걱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서 살아가다 보니 나는 결국, 위기의 주간에 와 있다.
나의 현 위치는 우리 집. 더하여 초인종이 울리는 중이다. 길고, 느리게. 언제나 듣던 소리지만 괜히 온 몸에 소름이 쫙 돋고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저 밑에서부터 솟은 듯한 한숨을 한참이나 내쉬고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손을 뻗는다. 문이 열린다. 문틈 새로 복도가 보인 순간 찾아온 이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당연히도 선배였다.

"타카미네."
"선배, 오늘?"
"응."

최근 히트 사이클의 선배보다 심지어는 평소의 선배보다 차분해 보이는 모습에 조금 의아했지만 향은 분명하다. 선배가 들어오고, 뒤쪽으로 손을 뻗어 문을 닫았다. 철문이 닫히며 경쾌한 음이 어째선지 조용한 집 안을 채운다. 선배는 옷을 벗지도, 덤벼들지도, 섹스 타령을 하지도 않고 있다. 나는 선배가 얌전한 틈을 타 선수를 치기로 했다 : 오늘 역시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기.
선배. 나름 단호한 음성으로 부르자 움찔, 작게 떤다. 꽉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고 견디지 못하게 사랑스러운 향을 풍기고 있었으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져."
"음."
"안 함다. 저어얼대 안 해여. 콘돔 끼면 생각, 아니, 그래도 안 해."
"으음."
"안 해. 알아 들었으면 집에 가서 약 먹고 자여."

마지막 말이 좀 셌나 싶어, 데려다 줄까 물으려던 찰나 옷자락을 잡아온다. 간당간당 걸쳐진 손가락이 옷을 쥐고 흔들흔들. 선배는 시선을 조금 깔고 타카미네, 하고 목소리를 낸다. 아. 나는 그제야 알았다. 선배는 조금 울고 있다. 놀라서 선배의 손목을 잡아 챘다. 아픈지 옷을 놓고 주먹을 쥐었다 편다. 힘을 조금 뺐다. 물기가 진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말을 시작한다.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인다.

"나는... 말이다. 너무, 너무 사랑해서."

나도 많이 사랑하는데, 하는 말을 꼭 건네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를 방해하면 안 될 듯 했다.

"너와 나를 닮은, 아니, 닮지 않았어도 우리 아이가 갖고 싶었어."
"...그건 저도,"
"네가 쾌락에 취해 한 말까지도 지켜 주고 싶을 만큼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고."

아?
그랬던가, 나.
설마 섹스 중이라던가 아님 음주 상태에서 선배한테 임신 해달라거나 그런 말 했던가. 조금 손이 떨리는 것도 같아 선배의 손목을 놓았다.

"그리고, 난, 불안하니까,"
"......."
"아이로라도 너를 잡아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순간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뎅, 뎅.

이젠 나도 모르겠다.



ㅋㅋㅋ
ㅋㅋ...
끝이 넘 흐지부지내욤 번외로 바보들의 육아일기도 써보고 십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