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도치아] 선배, 잠깐만요! ( xkznshin.tistory.com/176 ) 번외
* 알오버스 / 캠퍼스물
* 알파 X 오메가
1.
안녕, 아가야. 새까만 잉크가 버석한 종이에 스며든다. 그리고 펜을 꼭 쥔 손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톡톡. 마지막 글자 옆에서 펜촉이 머뭇거린다. 치아키가 붙들고 끙끙거리는 중인 공책 옆에, 예쁘게 깎인 사과로 채운 접시 하나가 얌전히 놓인다. 그 소리마저 듣지 못하는 것이 꽤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언제나처럼 이상한 방식으로 펜을 쥐고 있는 치아키의 손으로 미도리가 손을 뻗는다. 제대로 잡아야져. 툭 건넨 핀잔과 갑자기 닿아오는 찬 손에 놀라 소리 없이 파드득 떤다. 뒤를 향해 몸을 튼 치아키가 입술을 삐죽이더니 한숨을 폭 내쉰다.
"놀랐다, 미도리."
"저, 저도거든여."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호칭. 미도리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고서 큼큼 헛기침을 한다. 치아키가 예상치 못하게 놀라는 바람에 본인 역시 덜컥 내려앉았으며 아이나 그에게 좋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그 한 번의 부름에 하얗게 사라져 버린다. 벌개진 귀끝이 귀여워 치아키는 괜히 조금 더 그를 흘기고는 다시 정면을 향한다.
"뭐 함까?"
"앗. 비밀이다!"
다시 수첩에 얼굴을 처박길래 궁금해져 고개를 들이미니 온 몸으로 그것을 가리며 팔을 휘적거린다. 순식간에 불만이 자리 잡은 표정으로 미도리는 그 얄미운 뒤통수를 잠시 바라보다 치아키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는다.
"뭐, 뭐야!"
"안 봐여. 보라고 애원을 해도 안 보니까 똑바로 앉기나 하십셔."
제 몸을 갑작스레 쥐어오자 잔뜩 경계하여 몸을 더욱 움츠리더니, 잔뜩 삐진 티를 내는 그의 목소리에 순순히 이끌려 온다. 허리를 꼿꼿히 폈다가, 미도리의 손이 떨어지자 치아키는 몸을 반쯤 튼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눈과 시선을 똑바로 맞춘 채 팔을 뻗어 목을 감싸 당긴다. 저도 몸을 바짝 곧추세우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에 쪽. 턱선에, 입술에, 조금 더 애를 써 코끝에도.
"...뭠까."
"삐지지 말라고, 미도리?"
"안 삐졌어여."
"음! 정말 믿음이라고는 하나도 가지 않는군."
애인의 얼굴에 이제는 어이 없다는 기색이 자리 잡자 치아키는 소리 내어 웃더니 입술을 맞대어 조금 길게 부비고는 떨어진다. 어차피 나중에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좀 참도록 해라. 미도리는 입술을 톡 내밀고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셈 치져, 네.
치아키는 빙긋 웃어 보이고는 책상 앞에 다시 정자세로 앉는다. 다시 펜을 든다. 그리고 아까 막혔던 부분에 내용을 추가한다. 나는 치아키 아빠야. 정말로 별 거 아닌 한 문장, 그럼에도 치아키는 정말 기쁜 듯 어깨를 들썩인다.
입가에 와 닿는 사과를 와삭 베어물고 치아키는 세 번째 문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도리의 존재를 망각한 채.
2.
이마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살살 떼어낸다. 동그랗게 드러난 이마를 엄지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저도 모르게 비식 웃는다. 그에 조심히 입술을 붙였다 떼고, 붙였다 떼고, 붙이기를 반복하다 고개를 내려 곱게 감긴 눈꺼풀에 입 맞춘다.
행복해, 하는 생각. 순간 머릿속을 스친 감정에 화끈거리는 뺨을 감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서 지금 치아키가 잠들어 있다는 데 조용히 감사했다.
막상 진짜로 임신하게 되면 치아키가 후회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고 얼마나 자책을 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은 정확히 이 주 전 이른 아침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울음으로 터져 버리고 말았더라.
'타카미네.'
'응, 선배... 나 자고 있었는데.'
'임신.'
'.......'
'나 임신했다, 타카미네.'
그리고 치아키는 울었다. 임신, 이 한 마디와 내 이름을 반복해 말하며 울었다. 나는 휴대폰을 찾으러 일어나 전화를 받은 그대로 멈추어 섰고. 치아키는 울음이 잦아들 때 쯤 되자 물기 어린 목소리로 자꾸만 무어라 중얼거렸다. 나는 그것을 알아듣지 못했고 그럴 노력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지나치게 혼미해져 있었다. 그리고 치아키는 장장 삼십 분 가량을 울어 제끼더니, 완전히 그치고서는 버럭 소리 쳤다.
'죽을 거야, 나!'
'.......'
'너무, 너무, 너무, 너무...'
'.......'
'좋아, 좋아서... 좋아 죽겠다고, 타카미네. 너는, 너는 안 그래?'
그제야 나는 울 수 있었다.
곧바로 치아키의 집에 가서 그를 한참이나 껴안고 한참이나 울고 한참이나 사랑한다 마음을 전했다. 이후엔 창피해서 고개도 들지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병원에 갔고 집을 알아봤다. 치아키는 내 손을 꽉 움켜쥐고 고맙다고 했고 나는 그 손을 두 손으로 붙들고 꼴사납게 길거리에서 한 번 더 울어버렸다. 치아키가 나에게 뭐라 말했더라. 아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피곤한가.'
...
였을 리가 없잖아?
"피곤한가."
"깼슴까."
회상을 깨고 갑자기 들려온 치아키의 목소리에 놀라지 않은 척 담담히 대꾸했다. 어느 순간부터 깨어 있었나 보다. 눈이 충혈됐군. 좀 쉬어. 손을 뻗어 눈가를 어루만지더니 작게 하품. 그 때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벌개졌나보다.
손등으로 눈을 대충 부비고 치아키의 뺨을 감싸쥔 채 살짝 눌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뻗쳐 오는 손. 그것을 잡고서는 다리를 굽혀, 허리를 받쳐서 일으켰다. 소파에서 내려오자마자 여전히 잠에서 덜 깨었는지 어리광 부리듯 안겨 오는 치아키를 마주 끌어안았다. 길게 드러난 목선에 입을 맞추었다. 간지러워 어깨를 움츠리는 이를 조금 더 세게 안고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요. 고마워.
우리의 아이를 가져줘서, 갖겠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내 사람이 되어 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
물론 마음 속으로만.
* 알오버스 / 캠퍼스물
* 알파 X 오메가
1.
안녕, 아가야. 새까만 잉크가 버석한 종이에 스며든다. 그리고 펜을 꼭 쥔 손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톡톡. 마지막 글자 옆에서 펜촉이 머뭇거린다. 치아키가 붙들고 끙끙거리는 중인 공책 옆에, 예쁘게 깎인 사과로 채운 접시 하나가 얌전히 놓인다. 그 소리마저 듣지 못하는 것이 꽤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언제나처럼 이상한 방식으로 펜을 쥐고 있는 치아키의 손으로 미도리가 손을 뻗는다. 제대로 잡아야져. 툭 건넨 핀잔과 갑자기 닿아오는 찬 손에 놀라 소리 없이 파드득 떤다. 뒤를 향해 몸을 튼 치아키가 입술을 삐죽이더니 한숨을 폭 내쉰다.
"놀랐다, 미도리."
"저, 저도거든여."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호칭. 미도리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고서 큼큼 헛기침을 한다. 치아키가 예상치 못하게 놀라는 바람에 본인 역시 덜컥 내려앉았으며 아이나 그에게 좋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그 한 번의 부름에 하얗게 사라져 버린다. 벌개진 귀끝이 귀여워 치아키는 괜히 조금 더 그를 흘기고는 다시 정면을 향한다.
"뭐 함까?"
"앗. 비밀이다!"
다시 수첩에 얼굴을 처박길래 궁금해져 고개를 들이미니 온 몸으로 그것을 가리며 팔을 휘적거린다. 순식간에 불만이 자리 잡은 표정으로 미도리는 그 얄미운 뒤통수를 잠시 바라보다 치아키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는다.
"뭐, 뭐야!"
"안 봐여. 보라고 애원을 해도 안 보니까 똑바로 앉기나 하십셔."
제 몸을 갑작스레 쥐어오자 잔뜩 경계하여 몸을 더욱 움츠리더니, 잔뜩 삐진 티를 내는 그의 목소리에 순순히 이끌려 온다. 허리를 꼿꼿히 폈다가, 미도리의 손이 떨어지자 치아키는 몸을 반쯤 튼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눈과 시선을 똑바로 맞춘 채 팔을 뻗어 목을 감싸 당긴다. 저도 몸을 바짝 곧추세우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에 쪽. 턱선에, 입술에, 조금 더 애를 써 코끝에도.
"...뭠까."
"삐지지 말라고, 미도리?"
"안 삐졌어여."
"음! 정말 믿음이라고는 하나도 가지 않는군."
애인의 얼굴에 이제는 어이 없다는 기색이 자리 잡자 치아키는 소리 내어 웃더니 입술을 맞대어 조금 길게 부비고는 떨어진다. 어차피 나중에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좀 참도록 해라. 미도리는 입술을 톡 내밀고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셈 치져, 네.
치아키는 빙긋 웃어 보이고는 책상 앞에 다시 정자세로 앉는다. 다시 펜을 든다. 그리고 아까 막혔던 부분에 내용을 추가한다. 나는 치아키 아빠야. 정말로 별 거 아닌 한 문장, 그럼에도 치아키는 정말 기쁜 듯 어깨를 들썩인다.
입가에 와 닿는 사과를 와삭 베어물고 치아키는 세 번째 문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도리의 존재를 망각한 채.
2.
이마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살살 떼어낸다. 동그랗게 드러난 이마를 엄지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저도 모르게 비식 웃는다. 그에 조심히 입술을 붙였다 떼고, 붙였다 떼고, 붙이기를 반복하다 고개를 내려 곱게 감긴 눈꺼풀에 입 맞춘다.
행복해, 하는 생각. 순간 머릿속을 스친 감정에 화끈거리는 뺨을 감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서 지금 치아키가 잠들어 있다는 데 조용히 감사했다.
막상 진짜로 임신하게 되면 치아키가 후회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고 얼마나 자책을 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은 정확히 이 주 전 이른 아침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울음으로 터져 버리고 말았더라.
'타카미네.'
'응, 선배... 나 자고 있었는데.'
'임신.'
'.......'
'나 임신했다, 타카미네.'
그리고 치아키는 울었다. 임신, 이 한 마디와 내 이름을 반복해 말하며 울었다. 나는 휴대폰을 찾으러 일어나 전화를 받은 그대로 멈추어 섰고. 치아키는 울음이 잦아들 때 쯤 되자 물기 어린 목소리로 자꾸만 무어라 중얼거렸다. 나는 그것을 알아듣지 못했고 그럴 노력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지나치게 혼미해져 있었다. 그리고 치아키는 장장 삼십 분 가량을 울어 제끼더니, 완전히 그치고서는 버럭 소리 쳤다.
'죽을 거야, 나!'
'.......'
'너무, 너무, 너무, 너무...'
'.......'
'좋아, 좋아서... 좋아 죽겠다고, 타카미네. 너는, 너는 안 그래?'
그제야 나는 울 수 있었다.
곧바로 치아키의 집에 가서 그를 한참이나 껴안고 한참이나 울고 한참이나 사랑한다 마음을 전했다. 이후엔 창피해서 고개도 들지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병원에 갔고 집을 알아봤다. 치아키는 내 손을 꽉 움켜쥐고 고맙다고 했고 나는 그 손을 두 손으로 붙들고 꼴사납게 길거리에서 한 번 더 울어버렸다. 치아키가 나에게 뭐라 말했더라. 아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피곤한가.'
...
였을 리가 없잖아?
"피곤한가."
"깼슴까."
회상을 깨고 갑자기 들려온 치아키의 목소리에 놀라지 않은 척 담담히 대꾸했다. 어느 순간부터 깨어 있었나 보다. 눈이 충혈됐군. 좀 쉬어. 손을 뻗어 눈가를 어루만지더니 작게 하품. 그 때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벌개졌나보다.
손등으로 눈을 대충 부비고 치아키의 뺨을 감싸쥔 채 살짝 눌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뻗쳐 오는 손. 그것을 잡고서는 다리를 굽혀, 허리를 받쳐서 일으켰다. 소파에서 내려오자마자 여전히 잠에서 덜 깨었는지 어리광 부리듯 안겨 오는 치아키를 마주 끌어안았다. 길게 드러난 목선에 입을 맞추었다. 간지러워 어깨를 움츠리는 이를 조금 더 세게 안고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요. 고마워.
우리의 아이를 가져줘서, 갖겠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내 사람이 되어 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
물론 마음 속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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