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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앙스타

[스바호쿠] 한 여름 밤 기묘한 만남

* 호쿠른 전력 2회 「분장」

* 늑대인간 스바루 X 고등학생 호쿠토

 

 

발을 뗄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손이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달달 떨리는 입술을 짓이겨 멈추지도 못한다. 형형히 빛나는 커다란 눈에게, 회색빛 털에 시선을 빼앗긴 채 히다카 호쿠토는 그 자리에 그렇게 멈춰 버렸다. 그것, 그러니까, 이곳에 있을 리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한 마리 거대한 늑대가 천천히 다가온다. 호쿠토의 것과 꼭 빼닮은 푸른 눈이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다.

호쿠토는 홀린 듯 잠시 두려움마저 잊고 그 빛을 가만히 바라보다 알아냈다. 지금 당장, 그의 자의로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감는 것뿐이다. 그래서 호쿠토는 눈을 감았다. 깊은 산 속 이 야심한 밤에 늑대의 밥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비참하지만, 다리가 뜯겨지는 꼴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아니, 머리부터 먹나. 상황에 그닥 어울리지 않고 유쾌하지도 않은 고민을 끊어낸다. 숨이 빨라진다. 거칠다. 그리고 그 숨소리는 이내 뚝 멈춘다.

 

“헤에, 인간?”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닿았을 때.

눈꺼풀에 덮였던 눈동자가 사르르 모습을 드러낸다. 파아란 두 시선이 다시 맞닿았다. 이번에는 둘 모두 인간의 것이었다.

 

***

 

아케호시 스바루는 혈통 좋은 늑대 인간이다. 완연한 늑대의 상태도, 반인반수 상태도 모두 가능. 하지만 흠 잡을 구석 없이 사람으로 변하기에는 백 여섯 살 스바루는 아직 어려서 이렇게 산에서 지내는 것이다. 인간 세상은 이백 년 정도 더 지날 때까지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아버지에 스바루는 꼬리를 내리고 산 속에서 외로이 지내고 있다.

사실은 외로운 건 아니지. 다른 늑대 인간들에 비해 온순하고 상냥한 스바루는 모든 동물들과 친하다. 종종 육식 동물 답지 않다며 호랑이 녀석들이 이를 세우지만 모르는 척. 참고로, 이 산의 동물들은 모두 영리하여 사냥꾼의 출입을 방지할 수 있도록 모두 멸종된 양 숨어 사는 중이다. 그래서 종종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산에 올랐다 그들과 마주치는 인간들이 있긴 한데, 이미 이 산의 야생 동물은 전멸이라고 모두 믿고 있어 헛것을 본 것이라 핀잔만 듣는다. 그래서 스바루가 이 침입자에게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냐 함은, 그건 또 아니지. 다만 그가 태어나 처음 보는 인간이었으며 주변에 그를 말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이다.

스바루는 바로 알았다. 처음 보지만, 이 애가 인간이구나! 인간은 다 이렇게 예쁘고 반짝반짝한 눈을 가졌나? 본인 역시 인간화 할 수 있으면서도 스바루는 처음 본 ‘완전한 인간’에 매료되어 그리 생각하였다.

그리고 호쿠토는 그 반짝이는 눈으로 스바루를 가만히 쳐다보다, 스바루가 그 집요한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갑자기 얼굴을 험악하게 굳혔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졌다.

 

“뭐하는 거야?”

“응?”

“대체 왜 이 밤에 산에서 늑대 분장 같은 거나 하고 있냐고.”

 

스바루는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멍청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다 입을 작게 벌리고 탄성을 내뱉었다. 물론 음 소거 버전으로. 놀란 것 같아 재빨리 인간화 했더니, 방금 전의 늑대는 스바루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스바루는 멋쩍게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미, 미안. 사람이 있을 줄 몰랐어. 호쿠토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많이 놀랐어?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이에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어, 그리고 밤늦게 산에 오른 저도 잘못이니 호쿠토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스바루가 환히 웃었다. 그 얼굴을 흘깃 본 호쿠토의 눈에 무언가 들어온다.

 

“…그거.”

“그거?”

“되게 진짜 같네. 귀.”

 

쫑긋거리는, 아마 늑대의 것일 귀. 회색 털로 뒤덮인 분홍빛 귀가 놀라 파드득 떤다. 아, 또 실수. 스바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인간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횐데, 들켜버리면 안 되는데. 저절로 울상이 지어진다.

호쿠토는 그의 표정에 의아한 낯을 띄더니 손을 뻗으려다 멈춘다. 만져 봐도 돼? 그리고 제게 건네어 온 의외의 말에 스바루의 얼굴이 갑자기 화악 펴진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자 호쿠토의 눈이 재차 묻는다. 스바루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예의가 잔뜩 섞인 인사말과 함께, 신경이 집중된 귀에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닿는다. 생각보다 더 보드랍고 차가운 감촉에 귀가 제멋대로 움찔거린다. 스바루는 그에 조금 당황하여 주먹을 쥐었다 폈다 남몰래 안절부절 못 했으나 호쿠토는 진지한 얼굴로 귀를 살필 뿐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잘 만들었다. 아님 산 거야?”

“아, 우, 으? 어, 응. 사, 샀어.”

“흐음. 대단한걸.”

 

중얼거림 이후 손이 떨어진다. 스바루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 더 물으려 입을 열었다 호쿠토는 자신이 왜 산에 왔는지 본분을 깨닫는다. 급작스레 다시 크기를 키우는 눈에 스바루가 덩달아 눈을 크게 뜬다.

 

“왜 그래?”

“혹시 이 근처에서 반지…, 여깄다.”

“에. 이거 네 거야?”

 

호쿠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바루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금속 물체를 빼내어 그에게 건넨다. 근처에서 주웠어. 반짝반짝한 거 좋아하거든. 설명을 덧붙이자 호쿠토가 그것을 제 손가락에 도로 끼우며 희미하게 웃는다. 고마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할아버지 유품이라. 잃어버리면 안 되거든.”

“아하. 유품.”

 

무슨 뜻인지 아는 척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히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쿠토는 제 자리를 찾은 반지를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입고 있던 야구잠바 주머니에 손을 쑤욱 밀어 넣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곧 스바루의 앞에 무언가 내밀어진다.

 

“답례할 게 이거밖에 없어서 정말 미안.”

“어, 어. 고마워. 우와.”

 

늑대의 눈이 봉지에 든 알록달록 별사탕에 박힌다. 시선을 좀체 떼지 못하는 모습에 짧게 소리 내어 웃은 호쿠토가 한참을 그 자리에 박혀 있던 다리를 드디어 움직인다. 조금 저린 것 같기도 한 걸음을 옮기며 호쿠토는 스바루의 곁을 스쳤다.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그럼 이만 가볼게. 너도 조심히 가.’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이와 순간적으로 주고받은 시선에 스바루는,

 

“…와아.”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반짝이는 것과 마주했다.

 

***

 

“어머, 반지 찾았네.”

“응.”

“결국 산에 다시 갔던 거야?”

 

얘, 얘. 위험해. 밤에 그렇게 돌아다니면! 그것도 산이 뭐니. 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 하는 내내 팔을 찰싹찰싹 때리는 아라시에 호쿠토는 인자히 웃어 보였다. 손이 꽤 매워 당장이라도 저지하고 싶다만 저를 이리도 생각해주는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지… 는 무슨. 멈추지 않으면 네 화장품과 함께 폐기처분 될 줄 알아. 조곤조곤하게 날아오는 욕설 아닌 욕설에 아라시의 손이 멈췄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그에게서 뒷걸음질 친다. 정말 잔인해! 잔인해! 빽빽거리는 목소리는 요란하게 열리는 앞문에 멈춘다. 호쿠토는 드디어 평화를 되찾았다.

 

“다들 앉아. 전학생한테 처음부터 못 볼 꼴을 보여줄 셈이냐?”

 

뜬끔 없는 전학생 소식에 웅성웅성. 호쿠토는 반장인 저도 처음 듣는 말에 조금 놀랐지만, 이 반의 대표로서 전학생을 잘 도와주어야겠다는 결심을 재빠르게 하고 차분히 열려 있는 앞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분함은 일 분도 채 가지 못했다. 아니, 십 초.

 

“너…!”

“안녕, 반짝이 눈!”

“반짝이 눈?”

 

옆에서 코가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와 호쿠토는 헛기침을 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재회가 바로 다음 날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인데. 그리고 호쿠토가 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아도 싱글벙글한 얼굴로 꿋꿋이 그를 바라보며 스바루는 교탁 옆에 똑바로 섰다.

 

“나는 아케호시 스바루! 샛별의 아케호시야.”

 

좋아하는 건, 반짝반짝 한 거.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웃는 얼굴 뒤로 북슬북슬한 꼬리가 흔들렸다. 늑대인간 아케호시 스바루, 인간 놀이 시작.

 

 

먼가 분장 키워드에 첨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1. 호쿠토가 분장이라고 착각하는 거

2. 스바루가 전학 오면서 인간 분장하는 거랑 똑같다구 생각햇음

그러나 fail... 생각한 내용 다 쓰려고 후닥닥 햇더니 퀄까지 망햇내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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