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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데쿠캇] 꽃, 꽃, 꽃!

* 치비데쿠캇

 

초록빛 물결이 끝없이 펼쳐진 어느 언덕, 일곱 살 미도리야 이즈쿠는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조그만 손으로 꼼질꼼질 무언가를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즈쿠의 동갑내기 친구 바쿠고 카츠키는 이즈쿠가 무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든 길다란 나뭇가지로 땅을 쿡쿡 쑤셔대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도 제가 이즈쿠와 함께라는 것은 잊지 않고 있는지 이즈쿠의 주변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즈쿠는 그렇지만 제가 한눈을 판 사이 카츠키가 멀리멀리 사라져 버릴까봐 안절부절 못하며, 계속 그의 눈치를 보며 손을 황급히 놀렸다.
그리고 카츠키가 그 주변을 크게 열 다섯 번 돌았을 때 이즈쿠는 화안히 웃으며 제가 만들던 것을 높이 들어올렸다ㅡ카츠키가 볼세라 바로 제 품에 꼬옥 숨겼지만. 다행히 카츠키는 나비를 쫓는 데 정신이 팔려 이즈쿠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지 못했다. 휴우, 작게 한숨을 내뱉은 이즈쿠는 등 뒤에 그것을 숨기고 손을 높이 들고서 파닥파닥 흔들며 카츠키를 불렀다. 캇쨩! 카츠키가 나비를 향해 흔들던 나뭇가지를 내리고 뒤를 돌았다. 이즈쿠가 손을 쥐었다 피며 이리 와보라는 시늉을 했다. 뭐하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몸짓을 보고만 있는 카츠키에 이즈쿠가 말을 덧붙였다.

 

"이리와봐!"
"뭐야?"
"어, 어어. 잠깐만…."

 

말끝을 흐리더니 이즈쿠는 몸을 휙 돌려 제 손에 들린 것에 다시 시선을 주었다. 캇쨩한테 보여줬는데 이상하면 놀림 받을 테니까. 여기도 튀어나온 것 같고, 저기도 삐뚤어진 것 같고. 제 작품이 마음에 안 드는지 울상이 된 이즈쿠는 그것을 꾹꾹 누르고 이리저리 틀어보며 수선하기 시작했다.
카츠키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 불러놓고는 등을 돌린 채로 무언가에 열심인 이즈쿠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봐도 다시 저를 볼 기색은 보이지 않아 카츠키는 씨익씨익 짜증을 내며 발을 쿵쿵 굴렀다. 그 소리가 분명 들릴 거리인데도 이즈쿠는 여전히 제 일에만 집중. 카츠키는 나뭇가지를 훽 버려두고 이즈쿠를 향해 종종종종 뛰어가기 시작했다. 한창 원을 그리며 돌던 터라 조금 먼 거리에 있어 카츠키는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빠르게 달렸다.

 

"야, 데쿠!"
"응, 캇쨩."

 

이즈쿠에게서부터 두세 발짝 떨어진 자리, 카츠키는 버럭 이즈쿠를 불렀다. 그 순간 뒤를 팍 돌며 저를 향해 방긋 웃는 이즈쿠에 화들짝 놀라 카츠키는 끼익 멈춰섰다. 갑작스러운 정지에 잠시 비틀거리던 카츠키는 괜히 이즈쿠를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데쿠 주제에 날 놀래켜? 하고 타박을 주는 듯한 카츠키의 얼굴에도 이즈쿠는 평소처럼 주눅 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짜잔."
"…뭐하는 거야?"
"와아. 예쁘다, 캇쨩."

 

제 머리에 무언가를 올려두고 한 발 멀어져 저를 감상하는 듯한 이즈쿠에 카츠키는 무엇인지 확인하려 그것을 머리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손이 올라가는 순간 울 것처럼 일그러지는 얼굴에 카츠키는 손을 내리고 대신 주먹을 꼬옥 쥐었다. 이게 뭘까, 궁금해도 제 친구의 표정이 다시 울상이 될까봐 어린 카츠키는 궁금증을 꾸욱 참았다. 카츠키가 불퉁한 얼굴을 하고서 저를 바라보자 이즈쿠는 그와 상반되게 기쁜 기색을 가감없이 보이며 어른인 척 뒷짐을 지고 카츠키의 얼굴을 빠안히 바라보았다.

 

"정말 예뻐, 캇쨩!"
"남자는 예쁜 게 아냐!"
"그치만 정말 예쁜걸."

 

이즈쿠는 물러섰던 한 발자국 다시 다가가 카츠키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었다. 카츠키가 인상을 쓰고 고개를 쭉 뺐다. 이즈쿠는 고개를 스윽 들이밀어 다시 쪽. 하지마, 데쿠. 짜증을 내며 제 어깨를 아프게 치는 꼭 쥔 주먹에도 이즈쿠는 기분이 좋아 웃기만 했다. 그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카츠키는 이즈쿠를 밀쳐 버리려다 흥, 하며 뒤를 팩 돌았다. 이즈쿠는 카츠키의 머리에 제가 올려놓은 것이 떨어질까봐 잠시 긴장했지만 딱 맞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고 매달려 있어 안심한 얼굴을 했다.

 

"데쿠랑 안 놀아."
"왜애."
"짜증나, 너."

 

나는 캇쨩 좋은데. 샐샐 웃으며, 제게서 멀어지려 쿵쾅쿵쾅 발걸음을 옮기는 카츠키의 뒤를 이즈쿠가 졸졸 쫓았다.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카츠키의 머리에 꼬옥 맞게 씌워진 화관을 반짝반짝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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