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임버스
* 뭐가 누구 시점인지는 보면 알게 됩니다! (챠란(결국 아무도 몰랏다고한다
1.
이름이 뭐야?
이이다 텐야.
그럴 줄 알았어.
그만큼 이상하고 당연한 대답은 없었다.
***
나는 너와 말을 섞기도 전에 너를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네 이름을 알고 있던 것이지만. 나는 너와 말을 섞기도 전에 네 얼굴을 알게 됐다. 팔을 스치지도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하지도 않았는데 발끝에서부터 밀려오는 찌릿한 느낌, 황급히 고개를 돌리니 두 눈에 또렷이 담기는 한 사람. 그것이 너일 것이라고 나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너는 건너편 길에서 뭐가 그리 바쁜지 빠르게 발을 놀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빨간불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도로를 가로질렀다. 네가 사라질까봐 무서웠다. 처음 봤지만, 그것도 멀리서였지만 왠지 벌써 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운명이라는 건 무서운 거니까.
이름이 뭐야?
이이다 텐야.
나는 씰룩이는 입술을 감출 수 없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는 귀여웠다. 단호하게 꾹 다물렸던 입술이 벌어지고, 첫만남부터 무례하게도 반말이나 하는 낯선 이에게 너는 정직하게 이름을 대었다. 처음 만나 처음 말을 섞었지만 벌써 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운명이라는 건 무서운 거니까.
그럴 줄 알았어.
간신히 작게 내뱉은 말을 듣고는 눈썹을 찡그리며 오묘한 표정을 짓는 너를 나는, 사랑하게 됐다.
2.
텐야는 이름 없어?
텐야가 이름인데.
아니, 그, 있잖아. 네임.
아, 여기.
있잖아.
그 때 너는 왜, 그렇게 무너진 얼굴을 했어?
***
너는 정말 귀엽고, 이상한 사람. 그렇게 예의없게 굴어놓고 번호를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나에게 너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열한 자리 숫자를 내 휴대폰에 꾹꾹 입력시켰다. 나는 귀찮아 할 거라고, 방해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네게 끈질기게 연락했고 너는 귀찮아 하면서도 방해받으면서도 끝까지 답장을 해주었다. 이상한 관계를 며칠 간 지속하자 너는 처음부터 내내 이상했던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우리는 친해졌고 자주 만났다. 너를 만날 때마다 나는 죽고 싶었다.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너와 닿을 때마다 내 몸에 새겨진 네 이름이 화끈화끈 불탔고 심장은 쿵쾅쿵쾅. 네가 내 운명이라 사랑하게 되어 버렸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이름 같은 게 없는 세상이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되었을 것. 너는 정말 귀엽고, 이상한 사람.
텐야는 이름 없어?
텐야가 이름인데.
나는 그 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 안 쪽을 마구 짓씹었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너랑만 있으면 자꾸 웃음이 나, 알아? 대뜸 말해 버릴까봐 나는 여린 살이 뜯어져 피맛이 나도 입 안을 괴롭히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아니, 못했다? 어쨌든.
아니, 그, 있잖아. 네임.
너는 내게 네 이름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네 이름, 내가 매일 손끝으로 훑으며 혼자 흥분에 젖어 뒤를 쑤시게 만드는 마치 마법같은 그 이름이 너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일부러 보이지 않게 했다. 사실 와이셔츠 단추 몇 개만 풀면 당연히 보일 텐데도, 나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나의 운명인 네가 당연히 너의 운명일 내 이름을 먼저 보여주길 바랐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도 꼭 반팔 와이셔츠를 고집했다. 내가 종종 네 앞에서 쇄골을 쓸면 '답답하면 단추를 풀도록 해.' 너는 그렇게 말해왔지만 틀렸어. 나는 답답해서 그런 게 아냐. 다만 눈앞에 있는 너를 직접 만지지 못하는 게 서러워 네 이름을 애무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서 천천히 조금씩, 운명이 짝지어 놓은 강제적인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걸 네게 알려주기 위해. 난 몰랐다. 그건 전부
아, 여기.
오만이었다.
오만이었어.
오만. 오만. 오만.
네가 처음 만났을 때 왜 이상한 사람 보듯 봤나 했어.
3.
나는 내가 그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 순간을 잊고 싶어서 전부 지우려고 노력했는데 실패했나 보다. 내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아. 네 쇄골에, 하필이면 쇄골에 가지런히 쓰여진 이름은 잊지 못했으면서.
4.
토도로키, 왜 그래?
…아.
아는 사람이야?
텐야. 나, 이름으로 불러주면 안 돼?
……? 그래, 쇼토.
아
그래.
이걸로 됐다.
그치?
5.
어느 새벽에는 미치도록 억울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덥기도 덥고 온몸이 뻐근해서 작게 신음하자 옆에서, 어떤 이유에선지 나처럼 뒤척이던 카츠키가 수면제 통을 건네주었다. 안에 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내가 마지막 한 알을 먹었던 것도 같네. 그렇지만 수면제를 한 알, 아니 전부 털어넣었다 한들 잠을 이룰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
나는 정말 억울했다.
얼굴도 모르는 너와, 사랑할 생각에 나는 평생을 살았는데.
6.
이제는 나도 사랑을 받을 줄 알았어.
7.
있지, 사실은 아는 사람이야.
8.
"안녕."
"응."
"텐야?"
"날 알아?"
머리가 잔뜩 삐죽거리는 남자가 이이다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후욱 내뿜으며 헤죽 웃었다. 응, 반쪽이가 네 얘기만 해서. 남자의 께름칙한 시선이 이이다의 전신을 쭉 훑었다.
"똑같아."
"…그래."
남자는 꺄르르 웃더니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이이다가 남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다 헤진 청바지에 헐렁한 나시 티, 귀에 잔뜩 박힌 반짝거리는 귀걸이와 비쩍 마른 몸. 남자에게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지나치게 이질적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렇지만 무언가ㅡ
"텐야는 이름 없어?"
익숙한.
이이다는 자신을 오래 알았던 것처럼 구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토도로키와 다를 것 없는 태도지만. 한 발 물러서 당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뜻을 보인 이이다는 멀찍이서 남자에게 껌을 하나 건넸다. 남자는 담배를 질겅이며 껌을 받아들었다.
"담배 피지 말라고."
"싫어. 그럼 죽을걸?"
"피면 일찍 죽어."
"담배 안 피면 나 내일 죽어."
남자는 빙글빙글 웃으며 껌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주머니에 구멍이 나 있는지 껌이 바지 밑으로 툭 떨어졌다. 남자는 한숨을 포옥 내쉬며 껌을 발끝으로 짓이겼다. 미안, 어제 한 탕 해서 허리를 못 굽히겠네. 이이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껌을 하나 더 건넸다. 남자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대단하네.
"넌 왜 밖에 있어?"
"돈 냈고, 절 했고. 집에 갈 거야."
"반쪽이, 좀 더 보고 가지."
"…있어야 보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맞는 말. 그러더니 담배를 한 손에 들고 키득키득 웃더라. 한참을 웃다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남자는 웃느라 찔끔 비어져 나온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담배를 바닥에 문대 껐다. 그리고 눈가를 계속 문지르더니,
"보고 싶어."
"……."
"반쪽이 보고 싶어."
하면서 우는 거다.
이이다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남자는 발로 바닥을 마구 차고 제 뺨을 치면서 소리내어 울었다.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장소가 장소니만큼 그러려니 하고 금세 지나갔다. 이이다는 남자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의 머리를 제 가슴팍에 묻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나, 나는, 드, 등, 등신이야, 씨, 바알!!"
"응."
"왜, 왜, 왜 못 말, 말렸어어어!!"
"응."
쇼토는 불쌍한 애야 가엾은 애야 끝까지 불쌍하기만 한 애야, 남자는 숨이 넘어가게 울며불며 이이다에게 매달렸다. 제 목을 꼭 끌어안고 아이처럼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짜내는 남자를 이이다는 불평하지 않고 달래었다. 이이다는 남자가 우느라 뭉그러진 발음으로 하는 말을 똑똑히 전부 새겨들었다.
부모님 죽었어.
응.
몸도 팔고 마음도 팔고.
응.
남은 건 나밖에 없는 앤데.
응.
넌 왜 그랬어?
응.
남자는 흐느끼며 이이다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느리고, 힘 없는 손짓이라 아프지도 않았다. 이이다는 묵묵히 맞았다. 남자는 아무 소용 없음을 알고 금세 주먹질을 관뒀다. 그리고는 혼자 서러워 끅끅거리며 이이다의 셔츠깃을 세게 붙들었다. 아침에 정성들여 다림질한 깃이 찌그러졌다. 그렇지만 이이다는 묵묵히 기다렸다. 남자가 울음을 그치길, 남자가 처음 봤을 때처럼 웃어주길 기다렸다. 그렇지만 남자는 아무리 기다려도 웃지 않았다.
"사랑, 해, 주지, 좀, 쪼옴, 사랑해, 주, 지."
그러게, 좀 사랑해줄걸.
그렇지만 이이다는, 그렇게 저를 사랑했던 토도로키와 함께일 때보다 처음 만난 이 남자를 끌어안고 있는 순간이 더 좋아서. 그래서 아무 대답 하지 못했다. 정말 미안한 건, 하나도 미안하지 않다는 것.
9.
너는 죽었다.
그만큼 당연하고 이상한 마지막도 없었다.
뭐냐 대체 뭐냐....
얿,... 무슨 내용이먀녕ㄴ...
쇼토 > 이이다
이이다 > 바쿠고
그런거죠 네 ..
쇼토랑 바ㅜ고는 창촌에서 일하구요
사랑받고 싶었던 쇼토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라 자살...
감ㅁ정 면ㅇ에서는 싸이코패스만ㄴ큼 냉담 ..? 한 이이다를 표현하고 십엇는대 걍 개새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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