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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토도바쿠] 바쿠고 실종사건

* 약 데쿠캇

 

"그냥 단순한 일탈 아닐까."

"벌써 일주일 째란 말야."

 

정말로 일이 가볍지만은 않은 듯, 방금 전까지 운 티가 나는 발간 눈가를 팔뚝으로 슥 훔친 미도리야가 고개를 팍 들고 제 앞에 멀뚱히 서 있는 토도로키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미도리야의 눈은 물기에 흠뻑 젖어 있음에도 단호하게 토도로키를 응시하고 있어, 토도로키는 눈이 마주친 순간 흠칫 물러설 뻔했다.

토도로키 군, 도와줘. 그러나 힘 있는 눈동자와는 달리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는 힘없이 떨리고 있어 토도로키는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은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정의롭고 친절한 히어로가 하잘 것 없는 일반 시민의 집에 이런 이른 시각 친히 납신 이유는 그의 동료 히어로, 아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친구가 일주일 째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쿠고의 성격을 보았을 때 그저 히어로 짓에 신물이 난 건 아닐까 그래서 잠시 어딘가로 기분 전환 같은 걸 하러 간 게 아닐까, 토도로키는 처음엔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얼굴로 저렇게 말했지만 미도리야가 거의 화를 내다시피 하며 '캇쨩은 그럴 사람이 아냐!' 극구 부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수긍하는 척 했다. 그리고나서 미도리야가 저렇게 부탁을 해 온 것이다.

 

"내가?"

"응, 부탁이야."

 

미도리야는 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은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음에도 토도로키는 딱히 원치 않았다. 미도리야는 바쿠고와 저가 조금 친한 것 같아 수많은 히어로들이 주변에 넘쳐나는데도 굳이 저를 찾아온 것일 테지만, 더하여 다른 히어로나 경찰이 연루되면 일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분명하여 일개 회사원인 저를 찾아온 것일 테지만… 글쎄.

미도리야는 토도로키가 마땅찮아 하는 기색을 보이자 새하얗게 질릴 만큼 세게 입술을 씹어대고 있었는데도 결국 눈물을 투둑 떨어뜨렸다.

 

토도로키는 그럼에도 제 눈을 피하지 않는 미도리야에 고개를 숙이며 마른 세수를 했다. 토도로키 군. 울음을 뚫고 비어져 나온 목소리에도 토도로키는 고개를 들지 않고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였다. 손가락 사이로 한숨이 스쳐 지나갔다.

 

"제발, 제발."

 

한 발 다가온 미도리야가 손을 뻗어 토도로키의 한 쪽 손목을 잡았다. 손끝에서 다급함이 밀려 들어와 토도로키는 얼굴을 들었다. 꼴사납게 우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찼다. 미도리야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토도로키는 그런 그를 동정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

 

"나한테 정말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울음을 억지로 삼켜가며 미도리야가 건넨 그 애절한 한 마디에 기분이 나빠졌다.

토도로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하지만 굳이 표정관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우느라 시야가 흐릿해 형체나 제대로 보일까 싶었으니. 토도로키는 그 딱딱한 얼굴 그대로, 그에 상반되는 지나치게 다정한 목소리로 미도리야를 달랬다.

 

"알겠으니 가줘."

"저, 정말? 정말?"

"그래."

 

고마워. 고마워, 정말. 너무 고마워. 토도로키의 손을 놓고 두어 발짝 물러선 미도리야가 허리를 연신 굽혀 그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아냐, 바쿠고는 내 친구기도 하고. 그 친절한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어내는 얼굴은 냉랭하기만 해서, 누군가 보았다면 데쿠가 저 사람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었을 거다.

미도리야는 손바닥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가며ㅡ그럼에도 자꾸 흘러나와 별 소용은 없었다만, 토도로키의 집에서 멀어지는 와중에도 자꾸만 뒤를 돌아 꾸벅꾸벅 감사를 표했다. 토도로키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이즈쿠가 네 번째로 뒤를 돌았을 때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토도로키는 웃지 않았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모습이, 바쿠고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과 같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관문이 쿵, 소리와 함께 닫혔다. 토도로키는 슬리퍼를 대충 벗어두고 거실로 향했다. 기분이 어때. 토도로키는 조금 큰 목소리로, 분명 모두가 혼자 산다고 알고 있으니 아무도 없어야 할 거실에 대고 물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야 했으나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뭐가."

 

거실 소파에는 매우 익숙한 얼굴이.

토도로키는 느릿느릿 그에게 다가가며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는 척 하지마.

 

"네 친구가 왔다 갔어."

"…그래."

 

고개를 대충 주억거리며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있는 과자를 집어드는 바쿠고를 향해 토도로키는 피식 웃었다. 미도리야를 대할 때와는 달리 한껏 풀어진 얼굴로, 토도로키는 바쿠고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불편하게. 투덜거리면서도 살짝 옆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쿠고에게 토도로키는 한 번 더 물었다.

 

"생각은?"

"딱히."

"그래."

 

과자를 와그작와그작 요란하게도 씹어 먹는 바쿠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토도로키는 그 날의 바쿠고를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의 바쿠고와 비교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보기 좋아, 그 때보다.

 

'같이 좀 살자.'

'왜.'

'그냥.'

 

한밤중에 초인종이 마구 울리길래 나가보니 바쿠고가 서 있었고, 집주인인 토도로키를 휙 지나친 바쿠고는 저렇게 말했었다. 오랜만의 사복이네, 이 이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며 집주인 되시는 토도로키는 바쿠고의 뒤를 부랴부랴 쫓았다. 불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은 새까만 거실에서 어떻게 소파를 잘 찾아 앉은 바쿠고가 그에 편하게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뭐야, 바쿠고.'

'뭐가.'

'…왜 나야? 미도리야도 있잖아. 네 집은?'

'너밖에 생각 안 나서.'

 

데쿠 녀석은 안 돼.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너밖에 생각 안 나서.' 바쿠고는 분명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겠지만ㅡ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니다ㅡ 토도로키에게 그것은 너무 큰 타격을 주어서 그 말이 뇌리에 꽂힌 순간 토도로키는 비틀거릴 뻔했다. 정말 한심하게도, 그냥 객식구로 얹혀 살겠다는 말인데도 기분이 좋았다.

 

'…넌 내 기분 알 거 아냐.'

'응?'

 

잠시 아무 말 없이 실실 웃고 있는 토도로키를 쟨 뭐야, 하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바쿠고가 작게 중얼거렸다. 필요해. 날 위한 삶이, 휴식이. 그리고선 다시 입을 다물어 버린 바쿠고를 향해 토도로키가, 그 바보 같은 웃음 대신 잔잔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잘 알지.

 

'그래서 히어로 따위, 포기한 거니까.'

'자랑이다.'

'니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피식 웃음을 뱉어내고는 피곤한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바쿠고를 빤히 바라보며 토도로키는 생각했다.

 

무언가, 분위기가 좀 바뀐 기분.

…뭐, 아무래도 좋다.

 

"뭘 봐, 새끼야."

"너."

"미친."

 

한참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다 툭 던진 말에 들려온 지극히도 토도로키스러운 대답에 바쿠고는 욕을 뱉어내고는 팔꿈치로 토도로키의 어깨를 쳤다. 야, 과자. 넌 손이 없어? 닥쳐. 누가 집주인인지 모르겠네… 찔리라고 읊조린 말에 아무 반응 없이 뻔뻔하게 바쿠고는 어서 빨리 과자나 내 놓으라는 듯 손바닥을 들이밀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과자가 든 접시를 향해 손을 뻗으며 토도로키는 바쿠고 몰래 웃었다.

 

캇쨩은 그럴 사람이 아냐?

재밌네, 미도리야.

넌 틀렸어.

그렇게 소중하다면서 나보다 더 몰라.

 

자신보다 전부 못난 녀석을 다른 건 하나도 갖지 못한 녀석을, 바쿠고를 가졌다는 그 하나만으로 토도로키로 하여금 도를 넘은 열등감에 빠져들게 했던 미도리야를 토도로키는 이겼다는 생각에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거다.

 

내가 바쿠고를 가졌어.

네가 아니라, 내가.

네 세상을, 그리고 내 세상을 내가 가졌어.

 

"아, 빨리 내놔 새끼야."

"네, 네."

 

불쌍한 미도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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