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 꽃말 : 나를 생각해 주세요
싸웠다. 그 사람과 싸웠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그 사람과 싸웠다. 처음이었다.
문제는 그에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속이 좁아 터진 내게 있었다. 나는 그가 다른 사람과 있는 꼴을 눈 뜨고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그의 삶이란 게 있으니 쉽게 간섭하지 못했다. 그가 코즈메의 집에서 잔다거나 사와무라 상을 보러 저 멀리 미야기 현까지 간다거나 했을 때도 나는 웃었다. 좋은 시간 보내다 오세요. 나는 속으로 말했다. 좋은 시간은 씨발. 그렇지만 웃었다. 그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속에서 무언가가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그에게 닿지 않게끔 꾹꾹 눌러 뚜껑을 꼭 닫았다. 내 속을 마구 할퀴어 아파도 참았다. 그게 우리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면 내 속이 곪아 터져도 나는 그에게 미소 지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애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여자도 아닌 남자를 그것도 나에게 역시 소중한 그 남자를 사랑하는 걸 네 삶으로 인정해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는 빌어먹게도 보쿠토 상을 사랑했다. 분명 나와 연애라는 것을 하고 있었지만 그랬다. 사실이었다. 그를 보는 눈빛 그에 대해 말할 때의 표정. 달랐다, 다른 이들과.
보쿠토 상과 함께 있을 때면 그는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의 행복을 원했지만 이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비참하게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옆에서 둘이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얻는 행복 충족감 기쁨 이런 것 따위를 구경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그가, 나와 함께 행복해지길 바랐는데.
난 그래도 참았다. 완벽한 이상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 반쯤은 성공했으니 그는 행복해하고 있으니 그것이 나의 바람과 완벽히 다른 것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까지 참지는 못했다. 서로 마주보고 웃는 얼굴에는 많은 것이 깃들어 있었고 그것을 읽어버린 나는 결국 터져버렸다.
이상은 죽었다.
‘쿠로오 상, 그만 좀 하시죠.’
‘어? 갑자기 무슨 소리….’
‘당신 애인은 나야.’
저 사람이 아니라고. 차분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내 목소리에 울분이 누구든 알아차릴 만큼 진하게 묻어났다. 보쿠토 상은 쿠로오 상의 뒤에서 웃고 있었다. 내 추악함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당신도 그를 사랑하여 그를 위해 나에게 친절을 애정을 베풀며 내가 망가질 순간을 기다렸군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그를 차지할 생각에 기뻐하고 있군요.
나는 그것이 분하여 내 선택이었으나 너무나도 분하여 뒤돌아 그에게 고했다. 괜히 내 사람에게 화를 돌렸다.
‘그만하죠.’
‘뭐?’
‘그만 하자구요.’
‘뭘 그만해.’
‘헤어져요, 우리.’
나는 말하면서 계속 앞을 향해 걸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것은 그의 목소리뿐이었다. 그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챈 나는 결국 울어버렸고 그에게 들킬세라 아닌 척 걸음만 빨리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도 한 번쯤은 잡아줄 줄 알았다. 너와 내 사이에는 동정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았나.
더 이상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내가 귀를 막아 버린 것 때문일까. 분명 뒤에서 그들의 대화소리 내게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야 할 텐데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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