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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하이큐

[보쿠로] 우리 결혼했습니까!? (Pro : 보쿠토 코타로 사전 인터뷰)

[보쿠로] 우리 결혼했습니까!?
(부제 : 네, 니네 결혼했어요.)

PRO : 보쿠토 코타로 사전 인터뷰


PD : ‘대세’의 대명사죠. 요새 ‘국민 남친’, 사랑스러움과 멋짐을 동시에 발산하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계시는 1위 가수, 보쿠토 코타로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보쿠토 씨.
보쿠토 : 아니, 잠시만요. 방금까지만 해도 빨리 오라고 전화해서 쌍욕 하시던 분이…
PD : 하하, 제가 언제요?
보쿠토 : 그 인위적인 웃음은 뭐야? 누나, 우리 사이에 딱딱하게 왜 그래.
PD : 닥쳐, 공석이잖아.
보쿠토 : 응? 방금 뭐라고?
PD : 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보쿠토 : 아~ 그래요?

PD : 보쿠토 씨,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보쿠토 : 누나, 화제 전환 너무 갑작스러운데.
PD : 축하드립니다.
보쿠토 : 아이고, 감사드립니다.
PD : 제대로 안 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보쿠토 : … 와, 제가 벌써 결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우리 누나는 노처녀가 다 되어 가도록 남자랑 손 끝 하나 스치지 못하고 있는데 동생 된 녀석이 이렇게 먼저,
PD : 충분하니까 닥치세요.
보쿠토 : 와, 이 누나 이제 다 포기했어? 막 욕 하네. 울 자기들 보고 있지? 이 사람이 지금 나한테 닥치라고 했어!

PD : 보쿠토 씨, 유부남이 그렇게 외간 여자들한테 자기 자기 해선 안 되죠.
보쿠토 : 그런 말하기 전에 우리 진짜 자기를 보여 달라구. 세상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부터 하는 멍청이가 어딨어?
PD : 프로그램이잖아요.
보쿠토 : 누나, 턱에 힘 풀어.
PD : … 보쿠토 씨.
보쿠토 : 헉, 누나 표정이 왜 그래. 진짜 못생겼어. 설마 화났어?
PD : 나가.
보쿠토 : 너무해!
PD : 니가 더 너무해, 인마.

보쿠토 : 그래서 내 자기는 누구야?
PD : 허, 참나. 누굴 것 같아?
보쿠토 : 설마 내가 누나한테 얼마나 노래를 불렀는데 그 사람이 아닐 리가 없지.
PD : 그렇게 생각해?
보쿠토 : 난 누나를 믿어.

PD : 그러시던지… 가 아니고. 보쿠토 씨! 그럼 보쿠토 씨와 6개월 간 결혼 생활을 하게 될 배우자를 한 번 만나러 가 볼까요?!
보쿠토 : 누나 지금 정신 차렸어? 태도 변환 쩌네.
PD :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 주세요.
보쿠토 : 맨날 욕만 하면서.
PD : 너 그냥 하차해라.
보쿠토 : 에엑! 아, 누나. 잘못했어. 그니까 빨리 자기 보러 가자.
PD : 보쿠토 씨가 찾으셔야 됩니다.
보쿠토 : 어?
PD : 제가 지금 드리는 종이쪽지를 보고 본인의 배우자를 직접 찾으세요.
보쿠토 : 싫어, 빨리 보고 싶다고!!
PD : 찾으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지목하신 분의 연락처를 드릴 테니 직접 연락하시고.

보쿠토 : 누나, 그럼 하나만 알려줘.
PD : 안 돼.
보쿠토 : 왜애!
PD : 뭔데.
보쿠토 : 그 사람이야?
PD : 니가 알아맞히세요.
보쿠토 : 왕 치사해!

빽 소리치는 보쿠토를 뒤로하고 PD는 인터뷰실을 나갔다. 수십 개의 카메라를 든 수십 명의 사람이 자신을 향해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고 있었지만 그 상황이 익숙한지 보쿠토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방금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했다. 아, 맞다.

“누나!”

보쿠토가 벌떡 일어나서 닫힌 문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단서가 담긴 종이를 받지 않았다. 이 누나, 멍청한 건 진짜 안 변해. 보쿠토가 문을 잠시 노려보더니 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려는 찰나,

“아, 진짜.”

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그 틈 새로 종이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졌다. 친절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전달에 보쿠토가 투덜거리며 그 종이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자기 쪽으로 날아오기라도 할 것 마냥. 하지만 종이는 그냥 종이였고 보쿠토도 염력 같은 능력이 없는 그냥 보쿠토였기 때문에 그것이 날아올 리 만무했다.
보쿠토는 느적느적 걸어가 허리를 굽혀 그 종이를 주웠다. 오. 보쿠토가 감탄사를 내뱉더니 이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그냥 종이 하나 달랑 준 줄 알았는데 하트 모양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봉투가 보쿠토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 진짜. 누나 힘들게 일하네.
지금까지 봐 온 PD는 츄리닝과 정장 한 벌씩만 있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가슴 달린 남자였는데, 이런 아기자기한 것도 할 줄 알고. 다 컸어, 아주.

이 봉투는 뭐더라, 근데? 보쿠토가 눈을 댕그랗게 뜨고 제가 들고 있는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분홍색 바탕에 조금 더 진한 분홍색 글씨로 적혀진 ‘보쿠토 코타로’ 제 이름을 발견한 보쿠토가 입을 떡 벌렸다. 본인이 지금 가상 결혼 프로그램을 찍고 있다는 사실과 제 배우자를 만나러 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위한 단서가 들어있는 것이 지금 그 봉투라는 사실을 방금 자각한 것이다.
보쿠토의 손이 안절부절 못하며 바르작거리다 봉투를 구겼다. 앗, 이럴 시간이 아냐! 양 손바닥 사이에 두고 종이를 꾹꾹 펴던 보쿠토가 저렇게 소리치고는 빠르게 봉투를 찢었다…

“아악!”

가, 실수로 그 안에 들어있는 종이까지 이등분했다.
어, 어떡하지… 양 손에 종이를 하나씩 들고 스태프들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내는 보쿠토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보쿠토가 울상을 짓고 그 안에서, 형광등 빛도 보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한 가엾은 종이를 꺼냈다. 당연하게도 두 개로 잘렸기 때문에 알아보는 데 무리는 없었다. 금세 표정이 밝아진 보쿠토가 자신을 외면한 스태프들을 향해 종이를 당당하게 들어 보이고는, 소리 내어 그것에 쓰인 까만 글씨를 읽었다.

[고양이, 사탕, 잠버릇]

그 잘생긴 얼굴에 순식간에 미소가 번졌다. 좋아 죽겠음을 숨기지 못하겠다는 듯 입술을 마구 씰룩이다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누나, 사랑해! 보쿠토가 문을 벌컥 열고, 굳이 PD를 찾지 않고 제 배우자 유력 후보, 아니 거의 확정인, 아니 백 퍼센트인 그의 이름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