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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바보와 바보

     * 쌍흑 전력 602<마음을 전하다>

     * 학원물 : 체대 준비생 X  체대 준비생

    

 

     다자이 놈과 싸웠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밥 먹듯이 싸우고 곧잘 화해했기 때문에. 별 다른 이유도 없었다. 아침으로 딸기 우유를 입에 물고 있는 나에게, 가슴 커지겠다고 깐죽거린 다자이를 한 대 후려차준 게 시작이었다. 조금 과한 반응이었지만 아침이라 예민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원인 제공은 다자이니까 나는 잘못한 거 하나 없다. 다자이 놈 뺨에 멍이 들긴 했지만 곧 나을 테니 상관없는 거 아닌가? 사내자식이 그런 걸로 징징댈 것도 없고. 그래서 나는 사과 같은 거 하지 않고 버텼다.

     토라져도 한 시간만 있으면 은근 다가와 매점 가지 않겠느냐 옆구리를 찔러대던 놈이, 그날따라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애초에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 것을 잘 못하고, 그럴 마음도 없었던 나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다자이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학교가 끝났다. 다자이 놈은 같이 옷을 골라주러 가기로 한 약속을 깨고 집에 갔다.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연락 한 통 하지 않고 혼자 시내에 나갔다. 알바비로 전부터 눈독들이던 옷을 샀지만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최악이었다.

 

     그 날은 방학식이었다. 방학이 시작된 지 일주일, 여태껏 나는 다자이를 만나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다자이의 집에서 만화책을 보거나 게임기를 두드리며 뒹굴 거리고 있었을 거다. 주말이면 언제나 그랬듯이. 그러나 화가 나 있는 놈의 집에 무작정 찾아갈 수도 없어 나는 지금 홀로 집에 틀어박혀 있다. 원래 엄마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엄마 회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따로 살게 됐다. 처음부터 혼자였던 게 아니라 괜히 집이 더 비어 보여서, 생활하다 보면 도통 외로움이 떠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역시나 혼자 사는 다자이 놈의 집에 눌러 붙어 있었던 건데. 같잖게 싸우고 나서는 쭉 혼자다. 쓸쓸하다. 방학은 뭐하러 일찍 시작한 거지. 학원이라도 가서 운동을 했다면 좀 나았을 테지만, 방학이 느린 다른 학교에 맞추어 수업의 시작은 다음 주라. 요새는 캄캄해지면 무섭기까지 해. 다자이가 보고 싶다.

     사소한 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워 대면서 왜 친구 하냐고 다들 장난 삼아 자주 묻는다. 그럴 때면 다자이와 나는 늘 입을 모아 대답한다. 친구 아닌데? 정말 친구가 아니길 바란 것은 나뿐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나에게 친구 이하면 이하지,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을 리 없는 다자이는 내 생각 따위 하고 있지 않을 거였다. 괜히 우울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패딩을 대충 껴입었다. 집에서 나가지 않은지 어언 일주일, 찬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은 늦은 저녁, 현관문을 열었다.

 

     , 미친.”

 

     열라 춥다. 나온 지 1초 만에 후회했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다음 주까지 처박혀서 안 나올 것 같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 뒤, 나는 조금 더 후회하게 됐다.

 

     츄야, 오랜만.”

     …….”

 

     다자이 놈을 만나 버렸다.

     태연한 얼굴로 인사를 하는 녀석에 열이 뻗쳤다. 추운 날씨라 좀 따뜻해지라고 배려해주는 걸까. 그 전에 열 받아서 뒈지겠다. 입술을 꾹 다물고 옆을 지나쳐 가려고 하자 팔을 꾹 잡아온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왜 인사 안 받아줘?’ 물어오는 녀석에게 주먹을 한 대 날려줬다. 가볍게 잡혔다. 짜증나.

     툭 쳐내자 순순히 손을 놔 준다. 그러나 팔을 잡은 손은 그대로다. 얼굴을 쳐다보자 왜 그러냐고 묻는 눈에 괜히 눈물이 났다. 꼴사납게 울고 싶진 않아 팔을 당기며 입술을 비죽였다. 울음을 참기 위함이었다.

 

     놔라.”

     츄야, 왜 그래.”

     연락 한 번 안 해 놓고.”

     , . 말 안 했나? 나 폰 망가졌어.”

 

     순간 눈물이 쏙 들어간다.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서 다자이를 쳐다보자 머쓱하게 웃는다. 방학식 날 집 가다가 망가졌는데. 어차피 너 우리 집 올 거라서 말 안 했나보다. 다자이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멍청한 녀석이지만 정색할 때는 좀 무서워 흠칫 뒤로 물러나자 얼굴을 쑥 들이밀고 말했다.

 

     츄야 왜 우리 집 안 왔어. 계속, 방학식 때부터!”

 

     표정과 달리 목소리는 애처럼 칭얼거릴 뿐. 언제나 이 녀석이 그러는 걸 알면서 매번 긴장하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 쫄았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끔 일부러 사나운 목소리를 낸다. 내 말투가 어쨌든 녀석은 신경도 안 쓸 테지만.

 

     네 놈이 삐져서 연락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냐?”

     나 안 삐졌어! 그리고 폰 망가져서 그랬다니까?”

     폰을 네가 부쉈는지 처먹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다자이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 한 대 갈겨 버릴까 생각 했다가 나만 힘 뺄 것 같아 관둔다. 실실 웃는 낯짝을 흘겨보다 문득 하나 더 생각난다. 방학식 날 버려졌던 내 처지가. 여전히 잡혀 있는 팔, 손을 떼어내자 이번에는 순순히 떨어진다.

 

     , 하나만 더 묻자.”

     ?”

     방학식 날 왜 먼저 갔냐?”

     츄야 옷 사러 간다며.”

 

     미간을 좁히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도리어 묻는다. 친구랑 옷 사러 간다고 그러지 않았어? 그 친구가 넌 거 같은데. . 멍청한 소리를 내는 녀석의 뒤통수를 결국 참지 못하고 후려쳤다. 우는 소리를 내며 덥석 안겨 오는 녀석을 온 힘을 다해 밀었다.

 

     땀 냄새 나!”

     그럴 수밖에. 학원 다녀 왔거든.”

     너네 학원은 일찍 시작하네, 가 아니고. 그딴 몸으로 날 안으려 했던 거냐?”

     뭐 어때! 치사해, 츄야.”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툴툴거리는 녀석을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가려고 하자, 급하게 손목을 잡아온다. 팔부터 손목까지, 아주 지 멋대로 잡아댄다.

 

     어디 가?”

     몰라.”

     뭐야. 그럼 우리 집 가자.”

     , 그래.”

 

     오해 아닌 오해도 풀렸고, 다자이 놈 집에 안 갈 이유가 없으니 거절하지는 않기로 했다. 금세 활짝 웃는 얼굴을 모르는 척 먼저 녀석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웃는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터라 조금은 뜨거워진 얼굴에, 다자이 놈이 눈치 채기 전 어서 찬바람을 맞게 해 줘야 했다. 쪼르르 옆에 붙어 오는 녀석을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 보면 심장에 안 좋게 잘생겼던 그 얼굴이 떠오를 게 분명하니. 그래서 눈길 대신 말을 건네기로 했다. 며칠 간 불가피하게 걸렀지만, 언제나 해 오던 말을.

 

     다자이.”

     ?”

     좋아해.”

     알아.”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해도 마음을 전했으니 됐다. 이런 건 다 자기 위안에 불과하지만. 어차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다자이 놈은 모르니까 말이다. 나도 모르게 혀를 쯧 차자 다자이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슬그머니 손을 잡아온다. 손등을 톡 치다가 손가락끼리 얽어 깍지를 껴 오는 것에, 질색을 하자 상처 받은 척.

 

     재미 없어.”

     츄우야.”

     .”

     나도 좋아한다구.”

 

     네 놈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붉어졌을 게 분명한 얼굴을 팩 돌리고서, 기쁘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꾹꾹 참아내고 다자이와 걸음을 맞추었다.

 

     바보와 바보는 오늘도 서로에게 마음을 전한다.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듣고, 그것을 받아들이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결론 : 서로 짝관인 줄 아는 맞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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