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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필요에 의한,



     "아저씨."
     "이젠 오빠라고 불러줄 때도 됐을 텐데."
     "양심 좀."

     무뚝뚝한 말투에 입술을 비죽이며 다자이는 쟁반을 들고 그의 쪽으로 걷는다. 불퉁한 얼굴이 끊임없이 투덜투덜. 츄야는 차가워. 테이블 위에 쟁반이 놓이고,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옆에 붙어 앉고. 그 때까지 가만히 말을 듣고 있다 나카하라는 역시 덤덤한 얼굴로 손등을 다자이의 뺨에 가져다 댄다. 다자이가 무얼 하느냐는 눈으로 바라봐도 그 행위만을 지속하던 나카하라가, 손을 뗌과 동시에 툭 내뱉기를 : 네가 더 차가운데. 다자이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다 결국 웃음을 내보인다. 오늘도 표정 관리 실패. 그런 뜻이 아닌 걸 정말 몰라서 그러나? 저런 바보같은 면이 귀엽지만.

     "어쨌든 내가 불렀잖아. 아저씨, 하고."
     "아저씨가 아니라서 대답할 수가 없는데에."
     "진짜 죽여버리는 수가 있다."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자 다자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손을 뻗어 뺨을 죽 늘린다. 악, 짧은 비명 뒤에 빠져 나가려는 발버둥이 있었지만 소용은 없지. 분한 듯 씩씩거리다 늘어지자 다자이는 승리감에 도취한 얼굴로 웃다가 나카하라에게, 쟁반 위 머그컵을 건넨다. 당분 섭취! 나카하라가 고개를 저었다. 하고 먹을래. 단 게 좋은데. 다자이가 꿍얼거려 보았으나 나카하라의 귀까지는 닿지 않는다.

     "빨리 해."
     "웅."
     "귀여운 척은, 씨발아."

      본인도 급하긴 한지 어색하게 웃음으로 답하더니 곧바로 나카하라의 목덜미를 아프지 않게 움킨다. 망설임 없이 그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늘 닥치는 상황이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아 나카하라는 잔뜩 긴장한 채로 다자이의 허리께를 부여잡는다. 입술을 잠시 부빈 그곳부터, 하얀 목선을 타고 흐르는 핏물. 나카하라의 얼굴이 있는 대로 구겨진다. 평소의 다자이 같았으면 기겁을 하고 그의 상태를 살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 아파."
     "끝났어."

     그렇게 말하고도 한동안 입을 떼지 않는다. 거짓말쟁이, 하고 울먹이는 목소리에 조금 미안했으나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걸.
     마무리 작업이라도 하듯 상처를 핥아내는 혀가 딱딱하고 차가워 나카하라는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상처가 천천히 아문다. 살이 완전히 달라붙었을 때서야 나카하라는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언제나처럼 빙글거리는 바보 같은 얼굴로 다자이가 나카하라를 가득 끌어안는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죽어, 그냥."
     "제에발 죽여 달라니까."

     다자이를 슬 밀어내고는, 말 없이 그의 눈을 들여다 보다 나카하라는 머그컵을 쥐었다. 피가 빠져 나가 그런지 달달 떨리는 손이 컵을 제대로 잡지 못하자 다자이가 그 위에 제 손을 겹친다. 그를 흘겨 보고서 나카하라는 입술에 머그컵을 대었다. 그리고 코코아를 흘려 보내기에 앞서 웅얼거린다. 죽고 싶다고 하지 마. 다자이는 그 말을 용케도 알아듣고 기분 좋게 웃는다. 죽고 싶어도 못 죽는걸.



                        [다자츄] 필요에 의한,
                  * 뱀파이어 X 고등학생 인간



     '죽지 마.'
     '... 당신 누군데요.'
     '난 못 죽는데 왜 넌 죽어? 불공평해.'

     첫 만남은 그다지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았다. 비에 흠뻑 젖어 울고 있는 인간에게 우산을 씌워 준, 친절한 뱀파이어. 대사는 친절이라기 보다는 어린 아이 쪽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나카하라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달싹이다 꾹 다물었다. 죄 터진 입술은 서로 부딪히는 그 작은 자극에도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벌어졌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다, 무엇에 얻어 맞은 건지 얼굴에 길게 난 벌건 자국에 다자이는 손을 대었다.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저씨, 손이 차가워요. 아저씨 아냐.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입을 톡톡 장난스레 때리고는 그에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대었다. 손이 떨어지자 다시금 화끈거리는 상처에 나카하라는 아쉬운 얼굴을 했다. 다가온 핏빛 눈과 마주하고 나카하라는 말했다. 저리 치워요, 얼굴. 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소년이라고 다자이는 투덜거렸다.
      그러나 그 말을 들어줄 생각은 없어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뺨 위에 살며시 손을 하나 올려 놓는다. 그리고서 꺾이는 고개, 닿는 입술. 대리석에 대고 입술을 누르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항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뒤질 생각이었던 몸에 무슨 짓을 하든 상관 없었다. 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할 뿐이었다.

      '흐음.'

      입술은 곧 떨어졌고 다자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얼굴로 나카하라의 손을 붙들었다.

     '나랑 같이 살래?'
     '뭐요?'
     '나, 네가 필요하거든. 너도 내가 필요한 것 같은데.'

     나카하라는 눈을 깜빡이다 힘겹게 대답을 뱉어냈다. 미쳤어요? 다자이는 빙그레 웃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어.

     그 이후 나카하라에게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집에 데리고 가 입술을 맞대고 네 기억을 마실 수 있는, 대충 그런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라고 말한 순간 미친 사람이랑 사느니 차라리 뛰어 내리겠다고 나가 버리려는 나카하라를 잡고 사정사정 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서야 소년은 체념. 이해가 아니라 체념.
     나카하라는 말했다. 사실 죽는 것도 싫고, 아픈 것도 싫어요. 당신이 내 피를 조금 가져간다고 내가 흡혈귀가 된다거나(여기서 다자이는 간지 나게 뱀파이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면 알아서 해요. 다자이는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보았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래서 그의 머리를 조금 쓰다듬었다. 솔직하지 못한 소년이구나. 물론 바로 내쳐졌지만.

     어쨌든 관계의 성립이었다. 서로의 필요, 그것에 의한.

     ***

     대략 육 개월을 함께하면서 다자이는 자신이 나카하라의 기억에서 본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우는 얼굴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으니 금방 잊었기도 하고.
     요새는 입을 맞추면 저 자신과 함께 했던 일상만 스며 들어온다. 그 속에서 나카하라는 조금 행복해 보여 안심도 조금.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만큼 사랑을 주고 싶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흉내는 내 보고 있는데, 괜찮게 하고 있는 걸까.

     다자이는 무릎 쪽에 팔꿈치를 대고서 턱을 괴고 나카하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 같은 건 아무 상관 없다는 양 컵을 비운 나카하라는, 그것을 쟁반에 도로 올려놓고 나서야 다자이와 눈을 맞췄다. 먹여줄까? 컵 옆의 과일 접시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는 다자이에게 코웃음을 쳐 주고 나카하라는 소파에 편히 기대었다.

     "아저씨 원하는 거 하게 해 줬으니까 나도 부탁 들어줘."
     "이거 대가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잖아! 치사해, 츄야."
     "키스해줘."
     "응!"

     지조도 줏대도 없는 남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다자이는 마냥 웃었다. 그렇게 은근슬쩍 유혹도 하고, 우리 츄야 많이 컸네. 웃기지도 않는다고 노려보는 나카하라의 위로, 다자이는 올라 앉으며 최대한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인간처럼 말랑말랑하지 않아 조금 무신경해졌다간 금세 여린 입 안에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 혀가 엉키고 입술이 짓눌린다. 어젯밤 함께 본 영화가 그 사이로 샌다. 다자이는 슬 웃었다. 나카하라는 그것을 느끼고 어깨를 툭 쳤다.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입천장을 문지를 때마다 딱딱한 것과 부딪히는 느낌에 아프지만 나카하라는 참아낸다. 그리고 입술이 떨어졌을 때야 툭 내뱉는.

     "딱딱해."
     "알면서 왜 자꾸 해 달래?"
     "아저씨야말로 알면서 왜 자꾸 물어?"
     "매번 들어도 좋아서."

     나카하라는 말문이 막혀 입만 벙긋거리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난스레 웃는 다자이를 흘끔 보고서 냅다 입술을 맞대었다 떨어지며 중얼거리기를.

     "... 좋아하니까지. 바보."
     "그으래, 그래."

     다자이는 도로 자리에 앉으며 그 따뜻하고 작은 몸을 안았다. 불편하게 허리가 틀어진 자세지만 나카하라는 불평 없이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쌌다. 그렇게 꼭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다자이는 츄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하니까, 라. 남을 좋아한다는 인간의 감정은 다자이에게 이미 너무 까마득해서 말이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좋아서. 나카하라의 체온이 좋아서 다자이는 그를 놓지 않는다.

     나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 맞겠지?
     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건가.

     사랑을 잊은 뱀파이어와 사랑을 배워가는 인간, 둘이 서로를 제대로 알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 서로의 필요 : 죽고 싶지만 아프거나 괴로운 건 싫어서 굶어 죽기는 싫으니 피가 필요한 다자이 / 부모에게서 가정 폭력을 당해 집을 빠져나가 묵을 곳, 그리고 사랑을 줄 누군가가 필요한 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