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트 마피아 파트너
0.
나카하라는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현관에서 무릎을 꿇었다. 쿵, 하고 소리까지 난 것을 보아 상당히 아플 것 같은데 신음 하나 흘리지 않고 고요히 앉아 있다.
몇 분인지 몇십 분인지 시계를 보지 않고서는 가늠하기 힘든 시간이 흐른다. 그 후 푹 숙여진 고개가 천천히 들리고, 달달 떨리는 손이 주먹을 꽉 쥐었을 때, 나카하라는 그제야 실감을 했다. 내가, 나카하라 츄야가...
'다자이 놈이랑 사귄다!'
그리고 나카하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한참이나 울었다. 구두가 잔뜩 널부러져 있는 신발장에서, 그렇게.
1.
포트 마피아의 간부 나카하라 츄야의 출근길이 오늘따라 경쾌하다. 종아리까지 꼼꼼히 덮는 새카만 가죽 구두가 또각또각 요란스럽게 길을 걷는다. 잠입을 위해서도 있지만 시끄러운 것을 원체 좋아하지도 않아서 이능력을 이용해 거의 언제나 구두 소리를 없앴는데, 오늘은 그 소음마저 사랑스럽게 들리나 보다. 그녀의 텐션이 왜 이리 높은지에 대하여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거의 확실하지.
"츄야."
"... 어, 어! 다자이, 좋은 아침이다."
뭐, 무리도 아니다. 꼬박 일 년을 짝사랑한 사람과의 연애가 시작되었으니.
나카하라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고 뻣뻣하게 팔을 들어 인사를 건네었다. 얼른 다자이의 옆에 따라붙어 종종 걷기 시작한 나카하라는,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어색함에 속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무어라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지? 잠시 고민하다 사귀기 전에는 무슨 내용으로 이야기를 했던가, 생각해 보았는데.
'츄야, 아무리 높은 구두를 신어도 네 키는 커버할 수 없어. 앞으로는 귀여운 토끼 운동화를 신는 게 좋을 것 같아.'
'웃기지 마. 네 놈은 그 당치도 않는 붕대 전부 풀고 얼굴이나 내 놓고 다니시지.'
'혹시 내 얼굴이 전부 보고 싶었던 거야? 아잉, 츄야도 참. 그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해애.'
'죽지 그래?'
그 결과 : 그렇게나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저런 대화가 가능했는지 의문만 들었다. 안 되겠다, 대화의 전체적인 느낌부터 아예 바꾸는 게 좋겠어. 소재는 없지만 일단 부르고 나면 말할 게 생기지 않을까 하여 다자이를 불러 보기로 했다.
"어이, 다자..."
"츄야."
이런, 다자이가 선수쳤다. 사랑해 마지않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카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이 끊겨서 기분이 나쁜 게 아니다. 연애라는 거, 둘 사이에서는 낯설다 못해 이질적인 말이라서 다자이도 아마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그럼에도 저렇게 말을 걸어주었다는 데 나카하라는 혼자 감격하여 귀끝까지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우물거리며 다자이가 말을 잇기를 기다리다, 나카하라는 저가 대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큼, 큼.
"왜?"
이, 이게 아닌가. '응?' 하면서 여성스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어야 했나? 나카하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냄과 동시에 당황했다.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는 듯 했지만 스텝이 엉켰다. 다자이는 삐끗대는 나카하라의 걸음을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구두 소리 시끄러워."
그리고 빠르게 걸어 먼저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거다. 나카하라는 그 자리에 멈춰 멍하게 서 있다 눈물을 찔끔거렸다. 우리 사귀는 거 맞아?!
2.
그래, 부끄러워서겠지. 사귀기로 하고 얼굴을 마주한 게 처음이니까 부끄러울만도 해. 그냥 사귄 것도 아니고 그, 그거. 세, 세, 섹스 하고서, 응, 그렇게 된 거니까.
나카하라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서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우리 애인님, 귀엽기도 해라. 히죽 웃으며 복도를 조용히(다자이의 말에 다시 발소리를 없앴다) 걷는 나카하라는 저를 미친 사람 보듯 하는 부하들의 눈초리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은 보이지도 않았다. 안타깝게도 첫사랑을 이루어낸 간부님의 시야는 다자이로 가득 차 있다. 부하 놈들이 보일 리 만무. 나카하라는 게다가 지금, 다자이를 찾으러 가는 길이다.
수줍음 많은 애인 대신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나카하라는, 지금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러 가고 있다. 코요는 그녀의 말을 듣고 떨떠름한 얼굴을 했지만 나카하라 츄야는 결심을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멋진 여자. 코요는 그녀를 더 말리지 못했다. 다자이가 질색하며 징그럽게 데이트라는 말 쓰지 말라고 대꾸해 나카하라를 상처 입힐 것이라 코요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나카하라에게 말했다간 두 번 울게 될까봐. 나카하라는 코요의 그런 걱정을 모른 채 다자이를 찾아 헤매었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보이질 않자 나카하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에 바로 들어온 부하 한 녀석. 나카하라는 그에게 뛰어가 옷자락을 꾸욱 잡았다. 물음표를 띄운 얼굴이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다자이 어디 있는지 알아?"
"아쿠타가와 씨와 함께 계십니다."
"류 방?"
"류? ... 아, 네."
여기서 하나.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를 굉장히 아껴, 귀찮은 선배 취급을 받으면서도 '류'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열심히 챙겨주고 있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전하고 하도 들락날락 해서 익숙한 방으로 향했다. 노크 없이 문을 벌컥 열자, 아쿠타가와에게 일어나라 명령하고 있는 다자이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나생문으로 하여금 방어막을 만들도록 훈련시키는 중인 듯 했다. 그 둘은 날을 잔뜩 세우고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나카하라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자이!"
"깜짝이야. 츄야, 내 스토커야? 왜 여기까지 날 찾으러 와."
"데이트 하자, 오늘."
"응? 싫어."
깔끔하게 거절 당했다. 얼어 버린 나카하라를 무시하고 다자이는 아쿠타가와에게 들고 있던 책을 집어 던졌다. 이마에 맞고 뒤로 넘어가는 이에게 '그 잘난 이능력으로 막으라고!' 짜증을 내고서 다자이는, 고개를 휙 돌려 나카하라를 바라보았다.
"안 나가? 훈련 중이잖아. 바보 츄야."
검은 용이 스멀스멀 다가와 나카하라의 어깨를 밀어냈다. 주춤거리며 물러선 그녀의 앞에서, 문이 쾅. 나카하라는 그 자리에 멈춰 멍하게 서 있다 눈물을 찔끔거렸다. 정말로, 정말로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우리 사귀는 거 맞아?!
3.
나카하라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 동그랗게 웅크렸다. 훌쩍이는 소리가 외로운 방을 채웠다. 그게 듣기 싫어서 나카하라는 베개로 귀를 막아 버렸다. 소용은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단 거다. 자기도 나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바보. 다자이 바보. 나쁜 새끼. 같이 밥을 먹다가 한 입 정도 먹여 주려 하니 기겁을 하며 너나 처먹으라 하지를 않나, 손을 잡으려고 했더니 변태 취급을 하지 않나. 이게 뭐야. 사귀는 거야, 이게? 안 해. 사귀는 거 안 할래.
나카하라는 침대를 팡팡 내리쳤다. 발까지 동동 구르며 한참을 그래 보았으나 분이 풀리지 않아, 주먹을 꽉 쥐고 힘을 실어 한 번 더 치려는데ㅡ.
"부서지겠다."
"뭐야, 놔."
어느샌가 들어온 다자이에게 손목을 잡혔다. 아무리 비밀번호를 안다지만 남의 집에 막 들어오는 거 아냐. 괜히 시비를 걸며 손을 빼내려 했으나 실패. 공중에서 달랑 들린 손이 힘 없이 늘어져 있다. 다자이가 그에 깍지를 껴 오며 빙글빙글 웃는다. 무슨 일 있었어? 천연덕스러운 목소리, 나카하라는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온다.
"무슨 일 있었냐고?"
"응."
"그거야 네 놈이...!"
순간 나카하라의 몸이 뒤로 넘어간다. 베개에 폭 파묻힌 뒤통수에 어안이 벙벙해져 눈만 꿈뻑이고 있으니 그녀의 위로 올라오는 것은 다자이.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고 바짝 다가와, 나카하라를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자이가 소근소근 말하기를.
"알고 있었어."
"......."
"츄야가 나 때문에 화난 거 알고 있었다고."
"그럼, 왜."
가까워! 가까워, 가까워! 나카하라는 괜찮은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잘생긴 얼굴이 이렇게 가까운데 어떻게 제대로 말을 하고 어떻게 제대로 생각해. 다자이 놈이, 기함해야 마땅한 소리를 한 것 같지만 이해도 잘 안 되고. 다자이는 그런 나카하라를 아는지 푸스스 웃으며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나 너를, 너보다 더 오래 좋아했어."
"그, 그래? 대단하네..."
"서로 좋아한다는 건 언제나와 같잖아, 츄야."
사이가 나쁜 우리를, 우리는 좋아한 거니까. 바뀔 필요는 없어. 한 문장을 마무리 지을 때마다 입술이 부딪힌다. 어질어질하다. 다자이의 향에 코가 저릿하고 머리가 아프다. 다자이는 향수를 쓰지 않아서,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체향 그 자체에 흠뻑 적셔진 듯 했다.
"우리가 달라진 건 이렇게."
다시 한 번 부벼지는 입술이 뜨겁다. 눈을 꽉 감자 문질러 오는 혀끝이, 그가 닿는 곳이 따끔거린다. 입술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오는 것이 나카하라의 혀를 간지럽힌다. 뻣뻣하게 굳어 있자 입꼬리가 슬 올라가는 것이 닿아 있음으로 느껴진다.
혀가 빠져나가고, 그러나 입술은 여전히 붙어 있는 채로 다자이는 말을 잇는다.
"입을 맞춰도 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뿐이라고."
"......."
"평소처럼 해. 나는 하나도 귀엽지 않은 츄야를 좋아하는 거야."
귀엽지 않은? 마음에 들지 않는 수식어가 끼어 있는 것 같지만 거의 처음 분홍빛으로 물든 분위기, 나카하라는 굳이 그에 태클을 걸지 않기로 했다. 대신 팔을 뻗어 다자이의 목에 두르고, 맞붙은 입술이 뭉그러지도록 살짝 당기고서 나카하라는 웅얼거렸다.
"그래도..., 조금은 다정하게 대해 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미끄러지는 혀가 부드럽게 입천장을 쓰다듬는다. 나카하라는 가만히 코끝을 부볐다. 다자이의 손이 나카하라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4.
포트 마피아의 간부 나카하라 츄야의 출근길이 오늘도 경쾌하다. 웬일인지 하나로 높게 묶은 머리가, 발걸음을 따라 기분 좋게 찰랑인다. 머리를 여고생 마냥 묶으면 상사로써의 위엄이 떨어지니 어쩌니 알 수 없는 주장을 하며, 불편해도 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니던 나카하라가 포니테일을 시도했다는 건 기분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녀의 텐션을 이렇게나 높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츄야."
"어, 좋은 아침."
그녀의 애인. 뭐, 무리도 아니다. 어젯밤 잔뜩 사랑 받음으로써 서러웠던 것이 전부 풀렸으니.
나카하라는 어제보다는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얼른 다자이의 옆에 따라붙어 종종 걷기 시작한 나카하라는, 오늘부터 사귀기 전처럼 대하기로 했음에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말을 꺼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집에는 잘 들어갔냐고 물어야 하나? 너무 오글거리는 인삿말인가?
어제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에 지쳐 다자이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나카하라의 귀에 들려오는, 사랑해 마지않는 목소리.
"츄야."
"뭐."
이, 이게 아닌가. 너무 평소처럼 대했나. 아무리 그래도 연인인데, 나 잘못한 건가. 무조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간 대답. 다자이의 눈치를 슬쩍 살피자 눈을 휘어가며 웃고 있다. 조금은 안심하여 나카하라 역시 그를 마주하고 웃자, 다자이가 조금 더 활짝 미소 지으며 말하기를.
"머리 묶으니까 얼굴 커 보인다."
씨발아!
1이랑 4는 수미상관처럼 써봤어요 (씨발아!)
0.
나카하라는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현관에서 무릎을 꿇었다. 쿵, 하고 소리까지 난 것을 보아 상당히 아플 것 같은데 신음 하나 흘리지 않고 고요히 앉아 있다.
몇 분인지 몇십 분인지 시계를 보지 않고서는 가늠하기 힘든 시간이 흐른다. 그 후 푹 숙여진 고개가 천천히 들리고, 달달 떨리는 손이 주먹을 꽉 쥐었을 때, 나카하라는 그제야 실감을 했다. 내가, 나카하라 츄야가...
'다자이 놈이랑 사귄다!'
그리고 나카하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한참이나 울었다. 구두가 잔뜩 널부러져 있는 신발장에서, 그렇게.
1.
포트 마피아의 간부 나카하라 츄야의 출근길이 오늘따라 경쾌하다. 종아리까지 꼼꼼히 덮는 새카만 가죽 구두가 또각또각 요란스럽게 길을 걷는다. 잠입을 위해서도 있지만 시끄러운 것을 원체 좋아하지도 않아서 이능력을 이용해 거의 언제나 구두 소리를 없앴는데, 오늘은 그 소음마저 사랑스럽게 들리나 보다. 그녀의 텐션이 왜 이리 높은지에 대하여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거의 확실하지.
"츄야."
"... 어, 어! 다자이, 좋은 아침이다."
뭐, 무리도 아니다. 꼬박 일 년을 짝사랑한 사람과의 연애가 시작되었으니.
나카하라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고 뻣뻣하게 팔을 들어 인사를 건네었다. 얼른 다자이의 옆에 따라붙어 종종 걷기 시작한 나카하라는,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어색함에 속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무어라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지? 잠시 고민하다 사귀기 전에는 무슨 내용으로 이야기를 했던가, 생각해 보았는데.
'츄야, 아무리 높은 구두를 신어도 네 키는 커버할 수 없어. 앞으로는 귀여운 토끼 운동화를 신는 게 좋을 것 같아.'
'웃기지 마. 네 놈은 그 당치도 않는 붕대 전부 풀고 얼굴이나 내 놓고 다니시지.'
'혹시 내 얼굴이 전부 보고 싶었던 거야? 아잉, 츄야도 참. 그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해애.'
'죽지 그래?'
그 결과 : 그렇게나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저런 대화가 가능했는지 의문만 들었다. 안 되겠다, 대화의 전체적인 느낌부터 아예 바꾸는 게 좋겠어. 소재는 없지만 일단 부르고 나면 말할 게 생기지 않을까 하여 다자이를 불러 보기로 했다.
"어이, 다자..."
"츄야."
이런, 다자이가 선수쳤다. 사랑해 마지않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카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이 끊겨서 기분이 나쁜 게 아니다. 연애라는 거, 둘 사이에서는 낯설다 못해 이질적인 말이라서 다자이도 아마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그럼에도 저렇게 말을 걸어주었다는 데 나카하라는 혼자 감격하여 귀끝까지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우물거리며 다자이가 말을 잇기를 기다리다, 나카하라는 저가 대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큼, 큼.
"왜?"
이, 이게 아닌가. '응?' 하면서 여성스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어야 했나? 나카하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냄과 동시에 당황했다.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는 듯 했지만 스텝이 엉켰다. 다자이는 삐끗대는 나카하라의 걸음을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구두 소리 시끄러워."
그리고 빠르게 걸어 먼저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거다. 나카하라는 그 자리에 멈춰 멍하게 서 있다 눈물을 찔끔거렸다. 우리 사귀는 거 맞아?!
2.
그래, 부끄러워서겠지. 사귀기로 하고 얼굴을 마주한 게 처음이니까 부끄러울만도 해. 그냥 사귄 것도 아니고 그, 그거. 세, 세, 섹스 하고서, 응, 그렇게 된 거니까.
나카하라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서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우리 애인님, 귀엽기도 해라. 히죽 웃으며 복도를 조용히(다자이의 말에 다시 발소리를 없앴다) 걷는 나카하라는 저를 미친 사람 보듯 하는 부하들의 눈초리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은 보이지도 않았다. 안타깝게도 첫사랑을 이루어낸 간부님의 시야는 다자이로 가득 차 있다. 부하 놈들이 보일 리 만무. 나카하라는 게다가 지금, 다자이를 찾으러 가는 길이다.
수줍음 많은 애인 대신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나카하라는, 지금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러 가고 있다. 코요는 그녀의 말을 듣고 떨떠름한 얼굴을 했지만 나카하라 츄야는 결심을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멋진 여자. 코요는 그녀를 더 말리지 못했다. 다자이가 질색하며 징그럽게 데이트라는 말 쓰지 말라고 대꾸해 나카하라를 상처 입힐 것이라 코요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나카하라에게 말했다간 두 번 울게 될까봐. 나카하라는 코요의 그런 걱정을 모른 채 다자이를 찾아 헤매었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보이질 않자 나카하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에 바로 들어온 부하 한 녀석. 나카하라는 그에게 뛰어가 옷자락을 꾸욱 잡았다. 물음표를 띄운 얼굴이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다자이 어디 있는지 알아?"
"아쿠타가와 씨와 함께 계십니다."
"류 방?"
"류? ... 아, 네."
여기서 하나.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를 굉장히 아껴, 귀찮은 선배 취급을 받으면서도 '류'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열심히 챙겨주고 있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전하고 하도 들락날락 해서 익숙한 방으로 향했다. 노크 없이 문을 벌컥 열자, 아쿠타가와에게 일어나라 명령하고 있는 다자이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나생문으로 하여금 방어막을 만들도록 훈련시키는 중인 듯 했다. 그 둘은 날을 잔뜩 세우고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나카하라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자이!"
"깜짝이야. 츄야, 내 스토커야? 왜 여기까지 날 찾으러 와."
"데이트 하자, 오늘."
"응? 싫어."
깔끔하게 거절 당했다. 얼어 버린 나카하라를 무시하고 다자이는 아쿠타가와에게 들고 있던 책을 집어 던졌다. 이마에 맞고 뒤로 넘어가는 이에게 '그 잘난 이능력으로 막으라고!' 짜증을 내고서 다자이는, 고개를 휙 돌려 나카하라를 바라보았다.
"안 나가? 훈련 중이잖아. 바보 츄야."
검은 용이 스멀스멀 다가와 나카하라의 어깨를 밀어냈다. 주춤거리며 물러선 그녀의 앞에서, 문이 쾅. 나카하라는 그 자리에 멈춰 멍하게 서 있다 눈물을 찔끔거렸다. 정말로, 정말로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우리 사귀는 거 맞아?!
3.
나카하라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 동그랗게 웅크렸다. 훌쩍이는 소리가 외로운 방을 채웠다. 그게 듣기 싫어서 나카하라는 베개로 귀를 막아 버렸다. 소용은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단 거다. 자기도 나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바보. 다자이 바보. 나쁜 새끼. 같이 밥을 먹다가 한 입 정도 먹여 주려 하니 기겁을 하며 너나 처먹으라 하지를 않나, 손을 잡으려고 했더니 변태 취급을 하지 않나. 이게 뭐야. 사귀는 거야, 이게? 안 해. 사귀는 거 안 할래.
나카하라는 침대를 팡팡 내리쳤다. 발까지 동동 구르며 한참을 그래 보았으나 분이 풀리지 않아, 주먹을 꽉 쥐고 힘을 실어 한 번 더 치려는데ㅡ.
"부서지겠다."
"뭐야, 놔."
어느샌가 들어온 다자이에게 손목을 잡혔다. 아무리 비밀번호를 안다지만 남의 집에 막 들어오는 거 아냐. 괜히 시비를 걸며 손을 빼내려 했으나 실패. 공중에서 달랑 들린 손이 힘 없이 늘어져 있다. 다자이가 그에 깍지를 껴 오며 빙글빙글 웃는다. 무슨 일 있었어? 천연덕스러운 목소리, 나카하라는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온다.
"무슨 일 있었냐고?"
"응."
"그거야 네 놈이...!"
순간 나카하라의 몸이 뒤로 넘어간다. 베개에 폭 파묻힌 뒤통수에 어안이 벙벙해져 눈만 꿈뻑이고 있으니 그녀의 위로 올라오는 것은 다자이.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고 바짝 다가와, 나카하라를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자이가 소근소근 말하기를.
"알고 있었어."
"......."
"츄야가 나 때문에 화난 거 알고 있었다고."
"그럼, 왜."
가까워! 가까워, 가까워! 나카하라는 괜찮은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잘생긴 얼굴이 이렇게 가까운데 어떻게 제대로 말을 하고 어떻게 제대로 생각해. 다자이 놈이, 기함해야 마땅한 소리를 한 것 같지만 이해도 잘 안 되고. 다자이는 그런 나카하라를 아는지 푸스스 웃으며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나 너를, 너보다 더 오래 좋아했어."
"그, 그래? 대단하네..."
"서로 좋아한다는 건 언제나와 같잖아, 츄야."
사이가 나쁜 우리를, 우리는 좋아한 거니까. 바뀔 필요는 없어. 한 문장을 마무리 지을 때마다 입술이 부딪힌다. 어질어질하다. 다자이의 향에 코가 저릿하고 머리가 아프다. 다자이는 향수를 쓰지 않아서,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체향 그 자체에 흠뻑 적셔진 듯 했다.
"우리가 달라진 건 이렇게."
다시 한 번 부벼지는 입술이 뜨겁다. 눈을 꽉 감자 문질러 오는 혀끝이, 그가 닿는 곳이 따끔거린다. 입술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오는 것이 나카하라의 혀를 간지럽힌다. 뻣뻣하게 굳어 있자 입꼬리가 슬 올라가는 것이 닿아 있음으로 느껴진다.
혀가 빠져나가고, 그러나 입술은 여전히 붙어 있는 채로 다자이는 말을 잇는다.
"입을 맞춰도 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뿐이라고."
"......."
"평소처럼 해. 나는 하나도 귀엽지 않은 츄야를 좋아하는 거야."
귀엽지 않은? 마음에 들지 않는 수식어가 끼어 있는 것 같지만 거의 처음 분홍빛으로 물든 분위기, 나카하라는 굳이 그에 태클을 걸지 않기로 했다. 대신 팔을 뻗어 다자이의 목에 두르고, 맞붙은 입술이 뭉그러지도록 살짝 당기고서 나카하라는 웅얼거렸다.
"그래도..., 조금은 다정하게 대해 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미끄러지는 혀가 부드럽게 입천장을 쓰다듬는다. 나카하라는 가만히 코끝을 부볐다. 다자이의 손이 나카하라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4.
포트 마피아의 간부 나카하라 츄야의 출근길이 오늘도 경쾌하다. 웬일인지 하나로 높게 묶은 머리가, 발걸음을 따라 기분 좋게 찰랑인다. 머리를 여고생 마냥 묶으면 상사로써의 위엄이 떨어지니 어쩌니 알 수 없는 주장을 하며, 불편해도 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니던 나카하라가 포니테일을 시도했다는 건 기분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녀의 텐션을 이렇게나 높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츄야."
"어, 좋은 아침."
그녀의 애인. 뭐, 무리도 아니다. 어젯밤 잔뜩 사랑 받음으로써 서러웠던 것이 전부 풀렸으니.
나카하라는 어제보다는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얼른 다자이의 옆에 따라붙어 종종 걷기 시작한 나카하라는, 오늘부터 사귀기 전처럼 대하기로 했음에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말을 꺼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집에는 잘 들어갔냐고 물어야 하나? 너무 오글거리는 인삿말인가?
어제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에 지쳐 다자이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나카하라의 귀에 들려오는, 사랑해 마지않는 목소리.
"츄야."
"뭐."
이, 이게 아닌가. 너무 평소처럼 대했나. 아무리 그래도 연인인데, 나 잘못한 건가. 무조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간 대답. 다자이의 눈치를 슬쩍 살피자 눈을 휘어가며 웃고 있다. 조금은 안심하여 나카하라 역시 그를 마주하고 웃자, 다자이가 조금 더 활짝 미소 지으며 말하기를.
"머리 묶으니까 얼굴 커 보인다."
씨발아!
1이랑 4는 수미상관처럼 써봤어요 (씨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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