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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웹첸] 순정의 비애

, 이로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계단 그늘 드는 쪽에 앉아 지를 꼭 닮은 딸기 우유 쪽쪽 빨아대다 불러제끼는 공주님 목소리에 애인 얼굴 넋 놓고 감상하시던 이로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가만히 잘 앉아 있다가 부르자마자 균형 잃어 비틀거리는 몸뚱이더러 왜 오바질이냐고 쏘아붙이는 것도 이로한 콩깍지 씐 귓구멍에는 앙큼한 앙탈 따위로 들린다. 공주, 왜 불러? 계단에 발 딛다가 살짝 삐끗했는지 심장이 뛰듯 쿵쿵거리기 시작하는 발목 따위 알 바 없어서 이로한은 일단 애인님 부름에 냉큼 대답부터 한다. 희대의 순정남께서는 제 몸이 바스라지든 말든 애인이 기다리는 고 짧은 몇 초에 안달복달하면서 눈치 보고 자빠졌다.

 

수업 째자.” 공주님의 대답에서는 쿨워터 향이 났다. 걔의 명령에 이로한이 어떻게 아니 됩니다 거절의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눈 한 번 깜빡하는 동안의 시간만큼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대꾸하는 말은 긍정일 수밖에 없거늘.

하고 싶은 거 있어?”

섹스.”

어우, 진짜 미쳤어.”

 

이로한은 두 팔을 교차시켜 엑스 자로 만들더니 제 가슴팍에 가져다대고 상체를 뒤로 물렸다. 염병하네. 이병재가 눈으로 욕을 했다. 우유를 다 마셨다. 쓰레기는 이로한 줬다. 이로한은 자연스럽게 그거 받아들더니 팔을 붕붕 휘저어댔다. 누가 내 공주를 이렇게 음란하게 만든 거야! 말하는 목소리에는 걱정 하나 묻어나지 않고, 청정하게 오로지 좆나 신나기만 했다.

 

이로한아.”

!” 이병재가 섹스를 입에 담자마자 이로한의 목소리는 하늘 높이 올라가 내려올 줄을 몰라 했다.

고추 까.”

지금요? 여기서요?”

토 달지 마.”

 

이로한네 공주는 좆나 멋있었다. 언제나 이로한 눈에는 이병재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지만 성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특히나 뛰어났다. 모든 플레이를 섭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섹스 스타일도 이로한을 이용해서 개척해나가려는 모습에 이로한은 공주님답다며 눈물의 박수를 쳤다. 이럴 때 웃기만 하는 얼굴은 반 정도의 진심만 꺼내 보인 반응이다. 눈물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겼지.

얘는 질투 하나 못 하는 덜떨어진 애인이 아님에도(오히려 날파리가 이병재 반경 십 미터 안에만 들어와도 부채를 들고 탈춤 추면서 쫓아내려고 난동을 피웠다) 이병재한테 딴 새끼랑도 섹스해본 적 있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제일 잘하지? 찌질하고 어찌 보면 좀 귀여울 수도 있는 질문조차도 하나 못 했다. 넌지시 떠보기라도 하면 생각해보니 니보다 좆이 컸어, 하면서 이병재가 이로한을 버리고 갈 것 같았다. 이로한은 이병재의 전부가 자신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자기 옆에 꼭 붙어 있어주면 여한이 없을 뿐이다. 이로한은 그러니까 이병재가 씨발 너무 좋아서…… 아니, 이게 본론이 아니고.

하여튼 이병재로 인해 이로한은 매일같이 섹스 왕국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 완연한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병재가 눈을 가늘게 뜨니까 이로한은 주저할 필요성 못 느껴서 발딱 일어나 고추를 깠다. 그랬다가 선도부장한테 들켰다. 기함하지 않을 수 없는 풍기문란이다! 부장 선생은 이로한을 골로 보내려고 했다. 골이 울리게 처맞은 뒤에 축 처진 이로한 달래면서 이병재는 걔를 집에 데려가 고추 존나 빨아줬다. 그날 있었던 일 전부 덮어버릴 만했다. 충분했다. 다음날 보니까 이마에 혹이 날 만큼 맞았는데도 이로한은 다 까먹었다. 대가리가 아직도 아프기에는 온 신경이 이병재와 닿은 부분에 쏠렸다. 제 것 물고 움직이는 이병재 동그란 머리통 때문에 심장이 저렸다. 이로한은 이병재가 스트립쇼만 해주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아이고 좋아라 우리 공주님 만만세 할 놈이었다. 아닐 가능성 따위 찾을 필요가 없다. 가끔 드는 이병재 과거의 연정에 대한 불타는 질투심도 이병재가 볼따구에 입 한 번만 맞춰주면 다 까먹는 게 이로한인데.

 

이로한은 순정이라는 게 뭔지 잘 몰랐다. 순창 고추장은 아는데 순정을 몰랐다. 그래서 이로한이 이병재한테 죽고 못 사는지도 몰랐다. 이병재는 이로한 첫사랑이니까, 첫사랑처럼 애달프고 가슴 저미는 게 또 어디 있다고. 여태껏 여자만 사귀었던 게 대수냐. 첫눈에 반한다는 건 운명이므로 거스를 수 없는데 디나이얼 타령할 시간이 어디 있어. 이로한은 자기가 이병재를 쟁취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음을 깨달은 순간 이병재만의 개가 되기로 결정했다. 이병재 본인의 의사는 없었지만 도그플을 꽤 좋아하는 걸 봐서 거절할 건 아닌 듯하다. 이로한은 사랑이 이런 거라고, 순정이라는 말을 얻다 쓰는지 이제 알았다고, 이병재를 처음 본 날 김하온을 붙들고 외쳤다. 중요한 건 둘이 초면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랑의 시작은 별것 없었다. 세상이 무료했던 열여덟 이로한은 장장 반년에 걸쳐 자기한테 한 번 좆같이 굴었던 양아치 새끼들을 자근자근 밟아버렸다는 이병재 설화를 듣고서는 걔를 찾아 나섰다. 같은 학년인데 왜 본 기억이 없지? 이병재, 이병재, 얼굴도 모르는 애 이름만 중얼거리면서 모든 반 뒷문에 불쑥불쑥 얼굴을 들이밀다가 발견한 공주가 이병재였다. 이병재가 대수야? 전 지금 공주님을 찾은 것 같습니다만. 이로한이 우겨서 같이 이병재 찾으러 여정 떠나줬던 친구가 이로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그 공주님한테 손가락질하면서 말하기를, ‘쟤가 이병잰데.’ 이병재 찾으러 가서 공주님 만났는데 그 공주님이 이병재였다. 이로한은 이 운명적인 만남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장을 샀다. 일기장의 이름은 공주 관찰 일지로 이틀만에 이병재한테 들켜서 소각장에 버려졌다.

담배 피우는 공주님이란 제목 있잖아, 우리 병재한테 꼭 맞지 않니. 김하온한테 그렇게 말했는데 둘은 그때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 사이였다. 김하온은 그냥 이병재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이로한에게 이병재 토크 스토리 입장권을 받게 됐다.

 

이로한은 이병재에게 빌빌댔고 덕분에 이병재 남자친구가 되는 기회를 쟁취했다. 이병재는 설설 기는 이로한을 자주 이용해먹었다. 걔한테 좆같이 굴어도 좋다고 병재 귀엽다고 고양이라고 광대 터져라 빠개니까 친절하게 대할 필요성 느끼지도 못 했다. 착하게 대해봤자 병재가 이상하다고 내일 죽는 거 아니냐고 나 두고 죽지 말라고 우주가 다 떠내려갈 만큼 거대한 은하수를 눈물로 만들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편이 낫기도 했다.

 

우리 말투 바꿔서 얘기해 보자.

이렇게나 갑자기?

너부터 해.

개좆같으니까 말 걸지 마, 씨발.

저녁 같이 먹을래?

내가 니 쌍판 보면서 밥 처먹어야 되냐?

내가 이런다고, 개새끼야?

 

현피킹 이로한이 이병재한테 개새끼 개새끼 욕 들어먹으면서도, 자기 평소 취급이 어떤지 완벽히 알고 있으면서도 마냥 웃기만 하는 이유를 본인도 몰랐다. 문자로는 로한아앙, 신음인지 애교인지 모르게 보내놓고 실제로 만나면 걸쭉하게 야 이로한 무릎 꿇고 날 업어라! 시켜대는 이병재 남이 보면 이중인격이냐 물을 텐데 이로한은 어쩜 저리 고양이처럼 앙칼지냐고 헤벌쭉 입 찢어진다. 이병재가 복싱을 배워서 주먹 쥐고 한 대 갈기면 앞니 나갈 걸 알아서 그랬나? 아니면 이병재가 자기를 발판으로 쓰겠다고 발로 마구마구 차도 이병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폭신폭신 말랑해서?

누가 그랬는데 어떤 사람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면 진짜 답이 없는 거라고 했다. 이로한은 휴대폰 암 생각 없이 보다가 그 말 읽고서 무릎을 쳤다. 손바닥도 무릎도 얼얼했지만 무언가 깨달은 느낌에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로한은 자기가 이병재한테 죽고 못 사는 이유를 그때 알았던 거다. 이병재한테 얻어맞으면 존나게 아플 거라서가 아니었다. 이병재가 이로한 눈에 뒈지게 귀여워서였다. 물론 맞으면 아프기야 하겠지만.

 

, 이로한!”

!”

뒈질래?” 뜬금없이 살해 협박을 들어도 좀 무섭기만 할 뿐, 그게 다인 걸 보면 이로한이 이병재 좋아 죽는 마음 넘쳐서 뒤로 넘어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 , 공주야?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나한테 집중해.”

 

못 들은 척했다가 공주한테 눈으로 사살당할 뻔한 이로한 뒤늦게 수습한다.

 

세상에 뒈지고 싶은 새끼가 있…… . 많지. 그렇겠지만 일단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미안해요, 잘못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스물이 되기 전 설익은 순정을 배워버린 남자가 순정을 가르친 남자에게 반항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이병재는 이로한 안의 유일한 신앙이었고 어느새 굳건해진 신자는 이병재가 쌍욕을 하면서 파버리려고 해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병재는 이로한이 자기 들어다 옮기는 게 편하니까 삽을 들기는커녕 그 옆에도 가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구질구질한 이로한의 모습은 누가 봐도 플러스의 모양새는 아니지만 이로한이 행복하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이로한의 하루는 순정을 연료로, 이병재를 중심으로, 돌고 돌고 또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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