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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옆집 꼬마

츄야.”

…….”

츄우야. 츄야.”

.”

 

화났어? 허리를 조심히 감싸오는 팔이 오늘따라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손바닥으로 탁 치자 화들짝 놀라며 떨어진다. 뒤도 안 돌아보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문턱에서 손을 잡혔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파고들며 깍지를 껴서는 제 쪽으로 당긴다. 팔이 꺾여 아플 텐데 꿋꿋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 것에, 다자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몸을 기울여 나카하라의 눈을 보려 애썼다.

 

츄야. 형아.”

…….”

말 좀 해주면 안 돼? ? 내가 잘못했어. 그치만 걔네가 먼저 고아 새끼라 했단 말이야.”

 

나름의 필살기인 형아까지 꺼내 들었음에도 도통 봐주질 않는다. 올해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니 그럴 만도 했다. 다자이가 싸움판을 벌여 학교에 불려간 것이 말이다. 패턴은 비슷하다. 다자이를 아니 꼽게 생각하던 녀석들이 시비를 건다. 다자이는 순순히 그에 응하며 먼저 얼굴을 갈겨준다. 담임이 보호자를 부르라고 하면, 마땅한 가족이 없는 다자이는 옆집 형에게 연락을 한다. 집에서 마감에 쫓기며 글을 쓰고 있던 나카하라가 전화를 받고 학교에 날아간다. 그리고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과한다. 면 일이 빨리 끝나겠지만, 사과를 함과 동시에 사과를 받겠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바람에 대략 한 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이다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그 때부터 냉전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정정. 일방적인 나카하라의 무시였다.

 

혀엉아. 형아. 많이 화났어요?”

아니.”

형아, 츄야. 울어?”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무시를 한다기보다는 피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대답하는 목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지는 듯 해 다자이는 허겁지겁 나카하라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돌렸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잡은 손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며 다자이는 허리를 잔뜩 숙였다. 그것만으로는 나카하라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무릎까지 굽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조금 발개진 것 같기도 하다.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팩 돌리는 나카하라를,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자이는 품에 꼭 끌어안았다.

 

, , 미안해. 미안해. 울지 마, ? 미안해.”

안 울어.”

나 진짜 안 싸울게. 진짜로. 다시는 안 싸울 테니까 울지 마.”

진짜?”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이면서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되려 저가 울 것 같은 음성을 냈다. 그러니까 울지 마, 형아.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다자이가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나카하라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볐다.

 

진짜, 진짜 안 싸울 거지?”

, .”

거짓말 아니지?”

약속. 한 번 더 싸우면, , 키스 금지해도 돼.”

 

나카하라는 아주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안 울 거지, 하는 물음에 대답 대신 그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으며 나카하라는 몰래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역시 어린 애는 어린 애라니까.

 

 

 

옆집 꼬마

 

 

어쩌다 보니 녀석의 보호자가 되어 있었고 어쩌다 보니 간간히,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매일 같이 키스도 하는 사이지만 나카하라 츄야는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나 그 꼬마 녀석이랑 사귀는 거 아냐. 우연찮게 나카하라와 다자이가 입을 맞추는 것을 보게 된 피해자 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코웃음을 쳤다. 우연찮게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아양을 떠는 것을 보게 된 피해자 2, 나카지마 아츠시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묵언 수행을 했다. 나카하라는 억울했다. 키스를 안 해주면 여기서 드러누울 거라고 떼를 쓰길래 어쩔 수 없이 해줬던 거고, 밤늦게까지 술이나 마시고 있다고 삐진 다자이에게 애교를 부렸던 것은 술에 꼴아 있을 때였다.

애초에 키스를 하기 시작한 것도 녀석 탓이었다. 나카하라의 의견 따위는 묵살되어 되바라진 꼬맹이에게 억지로 당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생각해 보니 억지로, 는 아니고. 어쨌든 이것은 전부 다자이가 나카하라를 속여 먹여서 그렇다.

 

혀엉, 형아.’

, 무슨 일이야. 왜 그래.’

, 나 키스해주면 안 돼? 엄마가 보고 싶어. 외로워서 못 견디겠어, 형아아.’

 

어린 시절부터 해 오던 가벼운 뽀뽀에서 키스로 넘어간 것은 그러니까,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영악함을 얕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못돼먹은 녀석, 부모님을 팔아먹다니. 나카하라는 그 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이를 갈며 주먹을 꽉 쥔다. 하지만 여전히 제 눈에는 일곱 살 아가로 보이는 녀석의 얼굴을 갈겨 버릴 수는 없어 제 허벅지만 내리칠 뿐이다.

그 때가 열여섯, 막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키를 넘었을 무렵이었다. 그래도 그 때는 꼬박꼬박 형이라고 불렀는데, 이 년이 지난 지금은 형이고 뭐고 이름이나 찍찍 불러대고 있다. 귀여운 맛도 사라져서 도대체 왜 데리고 살아야 하나 싶지만, 다자이 놈이 문을 쾅쾅 두드리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어 버리는 것이 아주 병이다 싶다. 다자이가 차가운 공기와 함께 쏟아져 들어오면서 나카하라를 품 안 가득 끌어안으면, 그제야 나카하라는 생각하는 것이다. 애초에 비밀번호도 알고 있으면서 문은 왜 두드리는데.

 

이 장황한 이야기의 결론은 그거다. 나카하라 츄야와 다자이 오사무는 사귀지 않는다. 사귄 적 없다. 뽀뽀도, 키스도 하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잠도 자지만 사귀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나카하라 츄야는 아무 잘못 없다.

 

안녕하세요, 나카하라 씨.”

, 안녕하세요.”

 

그렇지?

 

나카하라는 현재 소개팅의 현장에 나와 있다. 상대는 한 살 어린 여자. 만난 지 오 분 되었지만 나카하라는 이 상냥한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더 대화를 해 보고 싶었다. 물론 커다랗게 자리 잡은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것의 원인은 역시나 옆집 꼬마. 이 자리를 만들어준 나카지마 역시 경고했었다. 그 녀석 성격에 분명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안 들키면 되는 거 아닌가. 오늘은 녀석의 진로 상담이 있는 날이니까, 일단 지금 당장은 무사하고. 휴대폰을 멋대로 보기는 하지만 잠가 놓으면 될 거고. 언제까지고 그 녀석의 수발을 들면서 청춘을 보낼 수는 없지. 그러한 마음으로 나카하라는 나카지마에게 소개팅 주선을 부탁했던 것이었다. 나카지마는 요 며칠 간 수천 번 말했다. 절대, 저얼대 애새끼한테 내가 여자 소개시켜 줬다고 말하지 마요. 난 감당 못한다. 나카하라는 수만 번 다짐했다. 절대 비밀로 할게.

 

나카하라 씨는 애완동물이라던가, 키우세요?”

애완동물이요? , . . 그런 셈이죠.”

 

이러한 상황에서까지 짜증나는 다자이의 얼굴을 떠올리다니, 보모 다 됐네. 나카하라는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꾹꾹 눌러 담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여자는 입을 가리고 작게 웃더니 저도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운다고 대답했다. 저도 그런 깜찍한 생물이면 참 좋겠네요, 하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올 뻔한 것을 나카하라는 입 안 쪽을 세게 짓씹음으로써 막아내었다.

 

어떤 동물 키우세요? 사진 보여주시면 안 돼요? 이러저러한 고비를 여차저차 넘기고서 나카하라는 그럼에도 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확 와 닿는 것은 없었지만 여러 번 만나면 마음이 생기겠지. 다음에도 만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던 여자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굳이 저가 데려다 주겠다고 우겨, 결국 둘은 나카하라의 집 앞에서 헤어졌다. 오후 다섯 시, 다자이가 한창 상담실에 잡혀 있을 시각이었다. 미션 완료.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나카하라는 빌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굴에 슬그머니 피어 있던 미소는, 집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이에 지워졌다. 그의 얼굴은 곧 경악에 물든다.

 

, , 미친놈아!”

, 츄야다.”

한겨울에 그러고 있으면 얼어 뒤져, 인마!”

 

나카하라는 저를 멍청한 얼굴로 올려다보는 다자이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꽤 오래 앉아 있었는지 다리가 얼어 휘청거린다. 얼른 허리를 끌어안아 부축하고서 나카하라는 종알종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비밀번호도 알잖아. 도대체 왜 그러고 있었던 거야? 그와 동시에 도어락을 열던 손은, 다자이에 의해 제지된다.

 

뭐야?”

츄야, 여자 만났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카하라는 눈을 빠르게 깜빡이더니 입 꼬리를 당겨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당연히 아니지.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손을 꾹 쥐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다 알아, .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상당히 풀이 죽어 있어 나카하라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혹여 들킨다면 네가 날 버리고 누굴 만나, 하고 왁왁거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중 문제다. 아무 말도 않고 추위에 뻣뻣해진 손으로, 제 손을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있는 것을 보아 녀석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게 먼저다. 나카하라는 머뭇거리다 그와 손을 맞잡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키스해줄까?”

츄야.”

, ?”

나는, 네가나를 좋아해서 해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에 나카하라는 어찌할 바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울어? 다자이, 애기야, 울어? 다른 쪽의 팔을 뻗어 나카하라의 어깨를 껴안았다. 등을 끌어안고 토닥이며 나카하라는 다급하게 자꾸만 물었다. 왜 울어, 왜 울어. 내가 여자 만나서 그래? 다자이의 입술 새로 흐느낌이 새었다. 다자이는 어릴 적부터 잘 울지 않아, 그가 눈물을 보일 때면 나카하라는 안절부절 못 하며 어떻게든 그치게 하려고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자이, 다자이. 울지 마. 왜 그래, ?”

, , 츄야가 너무 좋아.”

알아. 나도 너 좋아.”

나만, 나만 좋아해주면 안 돼?”

 

나카하라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다자이의 얼굴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며 입술을 잘근거리다 몸을 떼어낸 나카하라는, 휴대폰을 꺼내 다자이에게 쥐여 주었다. 오늘 만난 여자 번호 있으니까, , 더 만나지 말자고 네가 보내. 그럼 됐지? 그럼 안 울 거지? 다자이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네 연애를 방해할 수는 없잖아. 네가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처량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고 나카하라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휴대폰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자이가 뒤돌아 얼굴을 감싸 쥐었을 때, 결국 나카하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사실, 사실 아까 말했던 애완동물이 애인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연락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나카하라는 다자이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아가, 이제 안 울 거지? 제발 울지 마아. 그 가엾은 목소리를 들으며, 두 손으로 가려진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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