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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토도바쿠] 지구 최후의 고백을

bgm : 마후마후 - 지구 최후의 고백을

 

 

"왜, 가야, 하는데."

 

울지 않으려 이를 악 물고 한 단어 한 단어 힘을 주어 건네어진 물음에 쇼토는 이제와 후회했다. 언젠가 후회할 줄은 알았건만, 그것이 생각보다 더 지독하고 아파서 쇼토는 한 번 더 후회했다. 저 아이와 가까워져선 안 됐는데,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나는. 망설이고 욕심내고 결국엔 사랑하게 된 사랑받게 된 소년을 아프게 했다.

 

"꼭, 꼭 가야 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저를 응시하는 눈빛에 결국에는 소년의 목소리가 초라하게 떨렸다. 씩씩하게 눈을 치켜뜨고 있던 얼굴도 무너졌다. 그래서 더욱 쇼토는 쉽사리 대꾸할 수 없었다. 그 자존심 강하고 약한 모습 남에게 보이기를 죽어라 싫어하는 아이의 이런 표정 쇼토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가야만 하는 것을, 사실 지금도 한참은 늦었다는 것을 둘 모두 알면서도 그 누구도 서로를 놓아줄 수도 버리고 떠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남게 될 쪽은 답이 확실한 질문만 던지고 남겨두고 가야 할 쪽은 그럼에도 대꾸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응, 나는 떠나야 해. 그 한 마디면 모든 게 끝이 나는데 그렇게도 간단한데 쇼토는 제 입으로 그 명백한 사실을 뱉어낼 수가 없었다.

 

"울지마."

"안, 울거든?"

 

대답을 미룬다고 떠남이 미뤄지는 것은 아니며 달라지는 것도 없다. 하지만 괜한 물음을 건네면서도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래서 그의 연인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고 있는 가엾은 소년에게 떠나야 한다 못을 박아버리는 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소년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음을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일찌감치 인정해버린 쇼토마저, 지나치게 당연한 그 사실을 입술 밖으로 꺼내길 두려워했다. 사랑하는 소년이 무너져 버릴까봐? 그것도 그렇지만, 스스로가 견뎌내지 못할까봐.

 

그래서 쇼토는 소년이 몇 번씩 건넨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팔을 넓게 벌렸다. 슬프지만 울고 싶지만 웃었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이기적인 사람의 소망을 위해서였다. 마지막이니까, 쇼토는 그 체향 몸선 모두를 감각으로 새겨두고 싶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쇼토는

 

"카츠키, 안겨."

 

망설임 없이 제 품에 뛰어드는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소년은 그 다정한 팔이 있는 힘껏 전하는 사랑을 받자마자, 제 손이 쇼토의 등을 덥석 그러쥐자마자 참고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 처량한 울음소리가 쇼토의 귓가에 꽂혔다. 마음에 꽂혔다. 쇼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울음이 이별을 실감하게 해서 숨이 막혔다. 그렇지만 제 사랑을 무너뜨린 자신만큼은 끝까지 웃는 얼굴로 그를 일으켜 주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울어선 안 되었다. 그런데 자꾸만 소년의 울음이 쇼토의 귓가에 넘쳐 흘렀다.

 

"흐, 욱, 야아…."

"응."

"가, 가지마, 가지, 마."

 

조금 더 안고 싶어서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품에 넘치는 쇼토를 소년은 가득가득 끌어안았다. 팔을 더 넓게 멀리 뻗어 세게 안았다. 놓칠까봐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쇼토를 꽈악 붙잡았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을 쇼토의 어깨에 부볐다. 하이얀 와이셔츠가 축축히 젖어들어 투명한 빛을 띄었다.

쇼토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을 뱉자마자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입술을 열 수 없었다. 그래서 대답 없이 소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커서, 두고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커서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커서. 쇼토는 그 전부를 소년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자신에게도 넘치는 이 마음을 소년이 다 알아주었으면 했다. 이만큼이나 많이 사랑하고 있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쇼토는 그 수많은 마음을 전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랑, 사랑한, 다고, 해줘, 응?"

"사랑해."

 

아냐, 이게 아냐.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부족해.

 

"안, 가겠다고, 나랑 같이, 흐윽, 있겠다고… 응?"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끝까지 떠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아니 하지 못하는 쇼토에 소년은 흐느껴 울었다. 사랑한다는 대답이 너무 슬펐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토라진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쇼토의 목에 얼굴을 마구 부볐다. 싫어, 시러어. 가지마.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떼를 썼다. 그러면 안 되는 것도 알면서 소년은 쇼토를 놓을 수가 없었다. 가게 두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너도 가기 싫잖아. 나랑 같이 있고 싶잖아. 그게 다 보여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사랑해, 그니까."

"사랑해."

"쇼토,"

"안 잊을 거야."

 

정말로… 결국 쇼토도 울음을 터뜨렸다. 함께 있지 못해서, 잊지 않겠다는 말로 서로를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게 무섭고 슬프고 아파서 결국 울어 버렸다. 너를 받쳐 주어야 할 나도 너를 따라 우르르 무너져 버려서 네가 영영 일어서지 못하면 어쩌지, 싶었지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쇼토가 소년의 머리를 꾹 눌러 제게 바싹 붙게 하고 뺨을 그 머리카락에 천천히 부볐다. 눈물이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카츠키, 카츠키. 쇼토는 그 사랑스러운 이름만을 끊임없이 되뇌였다. 그 순간 정말로, 바보 같지만, 한심하지만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정말로 많이 좋아해."

"쇼, 쇼토, 쇼토, 흐우, 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두 연인이 헤어지는 날,

지구 최후의 고백을 서로에게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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