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이선희 - 나 항상 그대를
브금 시작하면 천천히 읽어주새요... 아나 원하던 장면+브금이 안 나와ㅏ서 길이라도 늘려볼까 햇는대 실패함
"뭐야."
"그, 어… 안녕, 캇쨩."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미도리야에 바쿠고는 인상을 팍팍 찌푸렸다. 노골적으로 싫다는 기색을 드러내며 곁을 스쳐 지나가려는 바쿠고를 미도리야는 덥석 붙잡았다. 고개만 슬쩍 돌려 당장 놓으라는 듯 불쾌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바쿠고에 미도리야는 여전히 바보같이 웃어보이고만 있었다. 쪼개지마.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본의는 아니었지만 상관은 없는, 날카로운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래도 미도리야는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입술 끝이 잠시 떨렸지만 금세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무어라 할 말은 많은데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달싹이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는 미도리야를 한심하게 쳐다보다 바쿠고는 들으라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미도리야를 향해 몸을 휙 돌렸다. 손목이 비틀리며 제가 쥐고 있는 부분이 아플까 미도리야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가, 바쿠고가 도망갈까 다시 조심스레 손목을 쥐었다. 그리고 바쿠고는 다시 한 번 한숨.
"뭔데."
"으, 응?"
"왜 왔냐고."
"보고 싶어서."
저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빙글 웃는 미도리야가 마음에 안 들어 바쿠고는 짜증스럽게 미도리야의 손을 쳐냈다. 제발 작작해라. 미도리야의 입꼬리가 추욱 내려갔다. 아무래도 도저히,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미도리야는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그럴 수 있을 리 없었지만 평소처럼 웃으면 헤어졌다는 게 없었던 일이 될 것 같아서 억지로 웃었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바쿠고는 그 노력을 모두 헛수고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미웠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어서 슬펐다. 그래서 다시 미도리야는 얼굴 근육에 힘을 잔뜩 주고 웃어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 정말 안 될 것 같아.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바쿠고가 입술을 꾸욱 짓씹었다. 진짜 피곤하다. 내가 그렇게 좆같이 구는데 이러고 싶을까? 병신인가? 분명 나는 헤어지자고 했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고, 그냥 내 성격이 병신이라서 그랬던 건데, 자존심도 없냐.
"야."
"응."
"너 진짜… 왜 그러냐."
"좋아하니까."
당연하다는 듯 대꾸하고 미도리야는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을, 헤어진 연인 앞에서 목소리를 내어 말하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한 게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속으로 되뇌이며 미도리야는 열이 오르는 눈가를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울지 않을 거야.
바쿠고는 답답했다. 자신을 놓지 못하는 미도리야가 답답했다. 물론 그를 좋아하지만, 아니 좋아해서 자기 같은 애랑 사귀면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주 많이 힘드니까 그래서 헤어져 주겠다는데.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하니까, 미리 헤어져 주겠다는데. 순간 화가 나 홧김에 헤어지자는 말 하고나면 엄청 울고 엄청 속상해 하는 주제에 바쿠고가 자신을 잡지 않는 이유를 미도리야는 몰랐지만, 그저 자신이 싫어서 그런 건 줄만 알지만 바쿠고는 나름 미도리야를 위한 마음이었다. 하나도 미도리야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저 바쿠고를 온힘을 다해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조각조각 낼 뿐이지만.
"음, 캇쨩."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미도리야는 떨리는 목소리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 큼큼 헛기침을 하고 미도리야는 다시금 그 이름을 불렀다. 캇쨩. 바쿠고는 말없이 그 울 것 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도리야는 그 시선과 잠시 마주하였다 고개를 숙였다. 사랑해 마지않는 그 눈을 봤다간 울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바쿠고의 쇄골 부근에 시선을 고정한 미도리야가 작게 중얼거렸다.
"또 이래서 미안해."
"미안하긴 하냐?"
"그치만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어."
"나더러 이해하라고?"
"그런 건 아냐, 그치만."
됐다.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미도리야의 말을 잘라버린 바쿠고가 뒤를 돌았다. 나 간다. 말을 툭 던지고 제 집 빌라 입구로 바쿠고가 걸어가려하자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를 냈다. 제발, 캇쨩! 바쿠고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모르는 척 걸었다. 미도리야가 볼 수 없는 그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번도 저렇게 소리지른 적 없었는데. 바쿠고는 미도리야가 보지 못한다 해도 그 표정을 싹 지우고 손을 뻗어 유리문을 밀었다. 그렇게 몸을 집어넣을 틈새를 만들었는데 바쿠고는 갈 수 없었다.
"가지마!"
결국 울음이 터져버린 목소리를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나, 두고, 가지, 마아!"
바쿠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진짜, 진짜 짜증나. 진짜로. 바쿠고는 그 가엾은 목소리를 듣자 되려 제가 울 것 같아 아랫입술을 윗니로 꾹꾹 짓눌렀다. 왜 씨발, 안 가고 쳐울고 지랄이야.
"나, 나 좋아해. 캇쨩 많이, 많이 좋아, 한단 말, 야."
"미친, 진짜."
"다, 고칠, 게에… 응? 나 버리, 버리지, 마. 응?"
한 번 울음이 터지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지 가슴팍을 부여잡고 헐떡이면서도 미도리야는 울음소리 새로 제 말을 전하려 노력했다. 미안해 미안해 진짜 미안해, 무얼 잘못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미도리야는 끊임없이 사과했다. 제 사랑이 저를 영영 떠나 버릴까 두려움에 미도리야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싫어, 진짜 싫어. 너 없으면 안 돼. 싫어. 머릿속에서 자꾸만 싫다는 말만 웅웅거리고, 입술로는 자꾸만 무언가에 대하여 사죄하며 미도리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뚝뚝 흘러 미도리야의 신발에 얼룩을 만들었다. 미도리야는 그것이 느껴지자 더욱 서러워 흐느낌을 토해냈다. 캇쨩이, 캇쨩이 사준 신발인데, 너무 소중한 신발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리를 수그리며 엉엉 울고 있는 미도리야를 바쿠고는 뒤돌아 바라보았다. 어깨가 덜덜 떨렸고 다리도 후들후들, 눈물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것이 바쿠고의 시야에 담겼다. 바쿠고는 저릿한 코끝을 소매로 슥 훔치고 다시 미도리야를 빤히 바라보았다. 진짜 병신도 아니고. 아니, 맞는 것 같다. 맞아. 데쿠 새끼는 병신이야. 병신, 병신, 병신. 완전 병신.
고개를 휘 저은 바쿠고가 발을 떼었다. 저 새끼랑은 도대체 언제쯤 헤어질 수 있을까. 맨날 헤어지면 찾아와서 저 지랄이지. 몇 걸음 안 되어 미도리야의 앞에 선 바쿠고가 그 어깨를 조심히 감싸안으며 생각했다. 너나 나나 진짜 병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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