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D/하이큐

[리에쿠로] 벚꽃, 봄.

 

벚꽃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서 하이바는 쿠로오에게 반했다.

) --> 

누군가를 바라만 봐도 가슴이 뛰고 바라만 봐도 입이 헤 벌어지고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이 헤픈 웃음이라는 게 하이바는 다 처음이라서 다 너무 낯설어서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 --> 

자꾸만 그 얼굴을 떠올리고 있음을 알아차린 하이바는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돼!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전혀 티내지 않았다. 평소처럼 웃고, 평소처럼 장난치고, 평소처럼, 모든 걸 평소처럼. 쿠로오는 이상한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이바, 쿠로오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코즈메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코즈메는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하이바가 쿠로오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바는 변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계속 그의 시선은 쿠로오를 향했고 쿠로오의 옆에 있으려 했다. 뭐, 평소와 똑같았다. 본인도 몰랐고 상대방도 몰랐지만 눈치가 빠른 코즈메는 알고 있었다. 나중에 쿠로오가 알고 있었느냐 묻자 살짝 놀랐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데?

) --> 

내가 쿠로상을 사랑해? 그 질문을 처음 자신에게 던진 날, 학교 정문에서 쿠로오와 헤어지고 덩그러니 서서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이바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학교와 집은 그다지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고 가슴이 아팠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가 자신의 방까지 달렸다.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방 안을 뱅뱅 돌기 시작했다. 내가 쿠로상을 사랑해? 내가 쿠로상을 사랑해? 하이바는 온종일 저를 괴롭히던 질문과 싸우기 시작했다. 계속 생각하고 소리 내어 말해보기도 했다.

한참을 그러던 하이바는 우뚝 멈췄다. 벽에 걸린 커다란 거울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귀까지 새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하이바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내가 쿠로상을 사랑해.

) --> 

인정하고 난 뒤부터 그 마음은 하이바 자신도 감당이 안 될 만큼 불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원래 그만큼 사랑하고 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하이바는 이만큼이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커다란 사랑에 잠식될까봐 하이바는 무서웠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에 대한 사랑을 마음 밖으로 퍼 날랐다. 이제 됐을까? 그리고 다시 쿠로오의 얼굴을 봤다. 걸어가는 선배를, 웃는 선배를, 저를 올려다보며 한 마디 두 마디 말을 꺼내는 선배를 봤다.

하이바는 쿠로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척 즐거운 척 했지만 속으로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또 다시 마음에 쿠로오가 가득 차 버렸다.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 --> 

그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잔뜩 끌어안고 있던 하이바의 팔은 얼마 못가 힘을 잃었고, 그 예쁜 마음들이 우수수 떨어져 쿠로오에게 데굴데굴 굴러갔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쿠로오와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벚꽃이 예뻤다. 언제쯤 벚꽃이 질까, 하고 묻는 쿠로오에게 하이바가 대답했다. 좋아해요. 생각 없이 뱉어버린 그 말과 함께 하이바의 진심들이 그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모든 것이 전해지기에는 충분했다. 더 이상 저를 따라 걷지 않는 쿠로오에 하이바는 생각했다.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 --> 

그리고 하이바는 얼어버렸다. 얼굴이 뜨거웠다. 내가 좋아한다고 했어. 쿠로상한테 좋아한다고 했어. 뜨거워졌던 얼굴은 급격히 식어버렸다. 난 이제 끝났어. 하이바의 표정에 울음이 가득 찼다. 쿠로오의 발치에 닿은 마음들은 그 발끝에 채일까 바들바들 떨었다. 하이바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쿠로오를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똑같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저, 쿠로상.

떨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 --> 

죄송함다. 그, 놀라셨겠지만…

하이바는 쿠로오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금세 경멸이 가득 찬 얼굴로 변해버릴 쿠로오에게, 하이바는 다가갔다. 무서웠지만 다가갔다. 제 착한 선배는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 --> 

쿠로오는 떨어진 마음들을 주우며 제게 다가오는 하이바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하이바의 팔 안이 다시 그의 마음들로 가득해졌을 때, 쿠로오는 하이바의 마음 한 조각이 담긴 손을 내밀었고 하이바는 울어버렸다.

쿠로상. 좋아해여. 아니, 아니. 이미 이미 나는 쿠로상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몰라여. 목소리는 덜덜 떨렸고 끌어안은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팔이 아팠고 다리가 아팠고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겠다고 느꼈는데

) --> 

그 때 들려온 것은,

) --> 

리에프.

) --> 

아주 나른하고,

) --> 

고마워.

) --> 

따뜻한 목소리.

) --> 

쿠로오가 팔을 뻗어 하이바의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왜 울어, 멍청이. 나긋하고 작은 음성에 하이바는 들고 있던 마음들을 죄다 쿠로오에게 건네 버렸다. 받아 주세여, 나눠 가져여. 히끅대며 말해오는 후배에게 쿠로오는 웃어 주었다. 그래, 나눠 갖자. 네 예쁘고 아름다운 마음을 너랑 나랑.

) --> 

하이바 리에프는 이렇게 빌어먹게도 상냥한 사람과 사랑을 시작했다. 그의, 첫 사랑이었다.

'2D > 하이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쿠로] 일진물~!  (0) 2016.03.05
헝거게임 au  (0) 2016.03.05
[보쿠로] 아카아시 꽃은 자기도 모르게 피어난다  (0) 2016.03.05
[우시오이] 루이지아 꽃이 당신에게  (0) 2016.03.05
[아카쿠로] 열꽃  (0) 201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