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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하이큐

[우시오이] 루이지아 꽃이 당신에게

해리포터 AU

 


저기 저 사람 봐, 이와쨩. 아무리 소리죽여 말해도 여기저기 튀는 목소리에 이와이즈미는 질색했다. 징그럽게도 제게 팔짱을 낀 채 제 어깨를 콩콩 때리며 주책맞게 어머어머 아줌마 같은 감탄사나 연발해대는 친구 녀석을, 좀 떨어지라는 의도로 열심히 밀어봤지만 힘만 무식하게 센ㅡ밥 먹고 빗자루 타고 쏘다니는 것밖에 안 해서 그런가 싶다ㅡ 쿠소카와 녀석은 도통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트리위저드. 대략 700년 전에 처음으로 시작된, 전 마법 세계의 주목을 받는 엄청난 규모의 친선경기. 곧 눈 앞에 유럽 최대의 세 마법학교ㅡ호그와트, 덤스트랭, 보바통ㅡ의 마녀와 마법사가 한 자리에 모여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각기 다른 선수를 응원하느라 목에 핏대를 세우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는 거대한 바이킹을 타고 나타난 덤스트랭의 대표 선수, 우시지마 와카토시가 불의 잔에 이름을 넣으려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하고 있었는데…


"쟤가 우시, 뭐더라, 그, 우시와카?"

"우시지마 와카토시다, 쿠소카와."

"뭐, 쨌든. 헤에, 우시와카쨩 되게 무섭게 생겼네."


저게 6학년이라고? 말두 안 돼. 어째서 교수님이 아니고 학생인 거야? 이건 말야, 원래 오이카와씨가 먹어야 했던 나이를 죄다 우시와카쨩한테 떠넘기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구. 다들 숨죽여 우시와카, 아니 우시지마가 불의 잔에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터라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거대한 홀에서 왕왕 울렸다. 원래도 조용했던 홀에 정적이 흘렀다. 기분 나쁜 정적. 이와이즈미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우시지마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었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불의 잔을 향했다.

이, 이, 망할 오이카와… 이 녀석 입을 내가 진작에 단속시켜야 했었어. 아냐, 데리고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 이름도 막 부르고, 쿠소카와.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오이카와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굴고 싶었지만 눈치 없이 킥킥 쳐 웃고 앉아있는 제 친구 녀석은 마치 샴 쌍둥이마냥 제게 착 달라붙어 있어 어떻게 떼어낼 수도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아예 오감을 이 녀석에게서부터 차단하기로 결심했다. 이와쨩, 이와쨩. 시끄럽게 소근대는 목소리를 차단. 시선도 우시지마에게 고정. 아, 우시지마가 손을 높이 들었다. 꾹 쥐고 있던 주먹을 폈다. 작은 양피지가 떨어졌다. 불의 잔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별 것 아닌 과정이 뭐라고, 이와이즈미는 정말로 모든 시선을 불의 잔에 빼앗겼다. 이와이즈미는 입술을 살짝 벌렸다. 벌어진 입술 새로 작은 탄성이 새어 나갔다. 와아.

우레같은 환호성, 벌써부터 승리자의 미소를 띤 채 주먹을 콱 움키는 우시지마, 그리고 여전히 쪼잘쪼잘 많이 많은 쿠소카와. 이와이즈미의 표정은 다시 원상복귀되었다. 이게 뭐라구 다들 난리람, 그치 이와쨩? 이와쨩은 저런 데 관심 없지? 그래 그래 이 망할카와야…


하아. 이와이즈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와쨩, 왜 한숨 쉬어? 힘들어? 그럼 우리 들어갈까? 아, 오이카와씨는 더 보고 싶지만 이와쨩이 힘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 같이 들어가줄게! 오이카와씨 멋지지? 오이카와씨밖에 없지? 이와이즈미는 죽고 싶었다.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가만히 서 있자 오이카와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래 뭐, 이와쨩이 더 보고 싶다면 우리 더 보자.


굽이 달린 새까만 장화가 다시 움직인다. 뚜벅뚜벅뚜벅, 밤에 몰래 기숙사를 빠져 나갔다가 들으면 가장 무서운 소리. 그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응? 점점 커진다고? 여전히 시끄러운 오이카와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쉽도록 잡생각에 잠기려 애쓰던 이와이즈미가 정신을 퍼뜩 차렸다. 오고 있다. 이 쪽으로 오고 있다. 이와이즈미는 입술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아니, 일어나고 있었다.

들었다. 들은 게 분명해. 들은 게 확실해. 아니, 당연히 들었겠지만, 그래 화난 게 분명해. 지금 와서 오이카와를 한 대 치려는 게 분명해. 그 옆에 가만히 있던 나도 맞겠지. 젠장 그냥 오이카와만 두 대 때려 주세요! 이와이즈미가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을 때,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제게 다가오는 우시지마를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쟤.


"이와쨩, 쟤 왜 일루 와?"

"나도 몰라, 닥쳐 제발…"

"쟤 아무래두 이와쨩한테 반했나봐."


무슨 헛소리야 그건!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 이와쨩! 니가 내 엄마라도 되냐?! 이와이즈미가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잊고 열을 내고 있을 때, 소리가 끊겼다. 발걸음이 멈췄다. 오이카와에게 향해 있던 고개를 돌려 앞을 향하게 하자, 새까만 장화 앞코. 바로, 앞에.

그래, 난 무고한 시민이니까. 응, 쫄 필요 없어. 혹시라도 맞으면 폼프리 부인이 잘 고쳐 주시겠지? 설마 어디 하나 불구되지는 않겠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이와이즈미의 머릿속에서는 본인도 모르는 새 우시지마에게 어퍼컷을 맞고 꼴사납게 바닥을 굴러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무한히 재생되고 있었다. 물론 그 옆에는 존나 명치를 세게 맞고 있는 오이카와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다.


"이름?"


무서운 얼굴을 한 우시지마가 무서운 목소리로 무섭게 물었다. 무서운 시선은 다행히도, 아니 당연히도 오이카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제 불쌍한 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몹시 안심했다.


"오이카와씨 이름을 네가 알아서 뭐하게, 우시와카쨩?"


이거 병신 아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의 멍청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는 그가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팔을 슬쩍 털어 보았다. 오이카와는 털리지 않았다. 오히려 제 팔에 가해지는 압력이 좀 더 세진 기분.


"……."


저 표정. 이 쿠소카와는 대체 뭐지? 하는 표정. 마법약 교수님이 오이카와를 볼 때마다 짓는 표정. 낯설지 않아. 민망한 침묵ㅡ오이카와를 제외하고ㅡ이 잠깐.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큼, 우시지마가 헛기침했다.


"대왕오징어가 산다는 호수 앞으로 오늘 6시까지."

"허, 너 설마 지금 결투 신청하는 거?"

"결… 투?"

"그래, 결투!"


결투가 뭐냐. 그것도 모르냐? 너 바보지? 결투란 건 말야, 사나이들이 하는 그 무언가 눈물과 고통과 승리와 패배가 공존하는…, 읍, 이아쟝!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한 오이카와의 입을 한 손으로 훽 막아버린 이와이즈미가, 바동거리는 오이카와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하하… 그 웃음에 내포되어 있던 의미는 : 죄송해요이녀석이좀눈치도없고모자라고하긴해도심성은착한녀석이예요나쁜뜻으로그런건아니니까제발이애를불러다가때리진말아주세요

우시지마의 눈이 향한 곳은 잠시 이와이즈미, 그리고 다시 오이카와. 그리고 오이카와, 또 오이카와. 무섭게시리 눈도 안 깜빡이고 쳐다보다 숨을 깊게 내쉰 그가ㅡ아마도 한심함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ㅡ 그럼 이만, 짧게 말하고는 뒤를 돌았다.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몸을 살짝 틀어 오이카와를 그윽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본 우시지마가 저를 매섭게 쏘아보는 그에게 슬쩍 눈인사를 하고서는, 멋을 위해선지 대충 두르고 있던 망토가 펄럭일 만큼 몸을 휙 돌려 제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조오와! 이와쨩, 나 이기고 올게!"


어느새 꺼낸 지팡이를 휙휙 휘두르며 오이카와는 홀을 가로질러 마구 달렸다. 그만둬, 오이카와!


***


여섯 시 십 분. 우시지마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늦는군. 바람이 차다. 망토를 입지 않고 나온 것을 조금 후회하려던 찰나, 방정맞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입 안 가득 무언가를 우물거리며 나타난 오이카와가ㅡ아무래도 연회에 다녀온 모양이다ㅡ 우시지마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뭐라고 웅얼거렸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안 그래도 이 나라 말에 서툰데, 저건 대체 뭐라는 거람. 우시지마의 얼굴 한 바닥에 물음표가 가득 띄워진 것을 눈치챘는지, 오이카와가 서둘러 음식물을 삼키고 친절하게도 말을 다시 반복해주려고 했는데,


"컥, 컥!"

"아."


급하게 삼키느라 목에 걸렸는지 가슴팍을 팡팡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 등이라도 두드려 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매섭게 내치는 손길에 민망하게도 허공을 움킬 뿐이었다. 오이카와가 혹시라도 일찍 나올까 약속 시간ㅡ일방적이었지만 그래도ㅡ보다 20분 일찍 나와 기다린 터라, 그러니까 이 추운 겨울날 호숫가 옆에 삼십 분 가량 서 있던 터라 꽁꽁 언 손은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했다. 아팠다. 따가웠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남자 우시지마는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


"나 추우니까 빨리 끝내자구, 우시와카쨩."

"그래. 나부터 하지."


어떻게 잘 처리했는가보다. 시뻘개진 얼굴로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다 진정됐는지 지팡이를 휘저으며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호수 밑에서 잠자는 인어라도 깨울 기세다. 우시지마가 먼저 시작하겠다고 대꾸하자, 오이카와는 경계하는 기색을 더욱 강화하며 지팡이를 조금 더 세게 쥐었다. 덤벼!


"조금 빠르지만,"

"프로테,"

"내 파트너가 되어 주겠나."

"고…!"


의미없는 방어막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 자세 그대로 굳어진 오이카와가 입을 헤 벌렸다. 파트너? 설마, 설마 무도회? 이 잘생기고 예쁘기까지 한 오이카와씨한테 반해서? 역시 마성의 남자 오이카와씨…! 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어?! 잠깐, 파트너? 내가? 쟤랑? 이게 무슨 소리야! 오이카와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꽤나 혼란스러워 보이는 오이카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우시지마가 말을 덧붙였다.


"물론 무도회 말이다."

"야, 야, 너…"

"어때, 마음에 드는 결투인가?"


아냐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진짜 비명을 질렀다. 오이카와의 비명 소리가 호그와트를 쨍쨍 울렸다. 바람이 불었다. 호수에 물결이 일었다. 바람이 학교 전체에 미세한 변화를 가지고 왔다. 단 하나, 우시지마만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올곧은 시선으로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겠다. 이만."

"내, 내가 언제! 야! 어디가!"

"밥을 먹어야겠다. 배고프다."


아, 저리도 일방적인 남자. 우시지마는 황당함에 미동 없이 멍하니 서 있는 오이카와를 버려두고 자리를 떴다. 혼자 남겨진 오이카와는 한참 동안이나 그러고 서 있었다는 후문.

루이지아 꽃말 :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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