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는 오늘도, 다섯 개의 반을 건너 나카하라 츄야를 만나러 간다. 뒷문을 살짝 열고 이름을 부르면 얼굴에 화색을 띠고 곧바로 다가오는 게 강아지 같아서 다자이는 웃는다. 그 웃음이 좋아서 나카하라도 웃는다. 복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금세 종이 친다. 울상이 되는 얼굴을 다자이는 모르는 척 뒤를 돈다. 망설임 없는 걸음은 제 반을 향한다. 더 붙잡아 두고 싶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을 다자이는 안다. 하지만 돌아봐주지는 않는다. 앞만 보고 걷는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다. 나카하라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乖離
괴리
2학년 B반 나카하라 츄야는 친구가 없다. 물론 수업 시간 외의 거의 대부분을 다자이 오사무라는 녀석과 함께 보내지만, 누구도 둘을 ‘친구’라고 쉬이 칭하지 못한다. 그들은 분명 친구끼리 할 만한 것들로 시간을 보내는데도 말이다. 서로를 보는 시선 때문일까. 타인이 보아도 분명한 그 시선. 갈구하는 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눈만은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애정을 사랑한다. 저에게 베푸는 친절함을, 다정함을 사랑한다. 그에 언제나 목말라 한다. 그것이 없으면 하루를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쉬는 시간에 다자이를 만나지 못하면, 나카하라는 공책에 다자이의 이름을 몇 번씩 적어본다. 왜 다자이가 저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눈물을 꾹꾹 삼킨다.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나카하라는 불안해한다. 저와, 다자이의 관계를. 나카하라 츄야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더욱 매달리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자이 오사무는? 그는 도대체 나카하라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너는 왜 나랑 놀아주는 거야?’
‘그게 왜 궁금해?’
‘그냥.’
‘그럼 몰라도 돼.’
나카하라 역시 그것이 궁금해 다자이에게 여러 번 물었었다. 너는 내가 좋은 거야? 그래서 나와 함께 있는 거야? 애석하게도 다자이는 깊이 있는 말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 자신에게는 더더욱 알려주지 않지. 다자이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하며 시무룩해져도 등을 쓸어주고 만다. 그래서 나카하라가 더욱이 다자이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카하라는 그에게 무엇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다자이는 그게 퍽 마음에 들었다.
‘넌 나카하라의 어디가 좋아서 그렇게 징그럽게 붙어 다니는 거냐?’
‘쿠니키다 군은 내 어디가 좋아서 나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라, 다자이.’
‘정말 농담도 모른다니까. 음… 귀여워서?’
나카하라 다음으로 친하다 할 수 있는 쿠니키다도 저 정도의 대답만을 끌어낼 수 있었다. 저것이 최선이었고 최대였다. 다자이는 그에 대해 무엇도 말해주지 않는다. 점심 먹었느냐는 별 것 아닌 물음에도 빙그레 웃으며 너는, 하고 되묻기만 한다. 그래서 나카하라도, 쿠니키다도 이제는 묻지 않는다.
나카하라가 처음부터 고립된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급우들은 그를 꽤 좋아했고 나카하라는 인기가 많았다. 입학으로부터 몇 달 동안은 말이다. 다자이와 어떻게 첫 만남을 가졌고 어떻게 친해졌는지 나카하라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다자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 제게 남은 이는 다자이 뿐이라는 것은 후에 알았다. 모두가 사라진 뒤에 말이다. 사람에게 받는 사랑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몰랐다면 좋았으련만. 평생을 호의와 애정에 파묻혀 보냈던 나카하라에게 그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자이에게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그 만큼의 애정을 받아내려 애쓰는 것이었다.
나카하라는 다음 학년으로 올라간 이후에도 쭉 혼자였고, 혼자다. 그러나 왕따를 당한다기에는 그들의 눈에서 경멸을 읽을 수 없다. 괴롭힘 또한 없다. 다만 나카하라는 혼자였고, 혼자다. 그 뿐이다.
나카하라는 종종 어떠한 괴리감에 생각에 잠기곤 한다. 저를 동정하는 시선, 그러나 그저 지나치는. 다가오고 싶어 하지만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이 그런 눈을 하고도 나를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늘 다자이였다. 마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나카하라는 그런 의심은 단 한 순간도 품어본 적 없다. 언제든 다자이가 어깨를 툭 치면 모든 생각을 멈추고 돌아보며 웃었다.
나카하라는 다자이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가엾게도 그런 그의 믿음은 하등 소용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카하라 그 자신을 고립시킨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우리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뭐야?’
‘츄야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할 말이냐, 그게?’
‘더 이상 묻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내 제안은 너희에게도 나쁘지 않았을 테니 말이야.’
다자이 오사무.
나카하라는 그 사실을 모른다. 몰라야만 한다. 진실이 전해지는 순간 나카하라는 끝없는 절망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다자이 역시 나카하라가 알지 못하기를 바란다. 이 년 간 어떠한 ‘제안’으로써 모두를 그에게서 떨어뜨린 것이 누구인지, 나카하라는 알 필요가 없다. 알아서는 안 된다.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그저, 온전한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그 행복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2학년 B반 나카하라 츄야는 친구가 없다. 수업 시간 외의 거의 모든 시간을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보내지만, 누구도 둘을 ‘친구’라고 쉬이 칭하지 못한다. 서로를 보는 시선 때문일까. 갈구하는 눈, 그들의 눈은 언제나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나카하라 츄야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더욱 다자이의 애정에 손을 뻗는다. 놓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자이 오사무는? 다자이는 도대체 나카하라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직접 묻는다면 아마 그는 웃을 것이다. 그리고 대답할 것이다.
그 애는 내 거니까요.
다자이 오사무는 나카하라 츄야 그 자체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카하라 츄야에게 친구가 생겼다. 작고 하얀 여자 아이였다. 오늘 전학을 온 아이는 담임이 대충 가리킨 빈자리에 가 앉았다. 나카하라의 앞자리였다. 담임이 나가자마자 뒤로 몸을 돌리더니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친하게 지내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잠시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 나카하라는 정말 기쁜 듯 웃었다. 다자이 외의 사람과 지나치게 오랜만에 말해보는 탓이었다.
친구 한 기념으로 초코 우유를 사주겠다며 매점으로 안내해 달라는 그녀와 나카하라는, 만난 지 십 분도 안 되었음에도 어색함 없이 꽤나 즐거이 대화를 나누었다. 초코 우유를 하나씩 입에 물고 돌아오는 복도에서 다자이를 마주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다자이.”
반갑게 뻗는 손을 다자이는 가만히 보기만 했다. 당황해 허공에서 멈춘 손이 움츠러든다.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눈을 맞추어도 웃어주지 않는다. 나카하라는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초조함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거렸다. 다자이가 입을 작게 열었다. 표정 없는 얼굴이 감정 없는 목소리를 낸다. 입술, 하지 마. 재빨리 입술을 놓은 나카하라는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낯설다. 나카하라는 입술을 비죽거리며 다자이의 옷자락을 꾸욱 쥐었다. 다자이는 내치지도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것은 상당히 큰 불안감을 가져다주어 나카하라는 더듬더듬 묻는다. 왜 그래…?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말을 끝맺고도 잠시 바라만 보고 있던 다자이가 툭 내뱉는다.
“우유, 사준 거야?”
쟤가. 전학생은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짜내어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제가 언급이 되자 놀란 눈이 다자이를 향했지만, 그는 시선을 나카하라에게서 떼지 않은 채였다.
나카하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자이가 가만 그와 시선을 얽는다. 나카하라가 무심코 입술을 다시 물려다 빠르게 입을 꾹 다문다. 그게 퍽 귀여워 슬쩍 웃으니 눈에 띄게 얼굴이 밝아진다. 아까보다는 다정한 음색이 말했다.
“버려.”
순간 우유갑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또렷한 눈이 칭찬해 달라고 하는 듯 보인다. 다자이는 짐짓 심각한 얼굴을 했다. 츄야, 바닥에 버리면 안 되지. 무너지는 얼굴을, 다시 줍기 위해 허둥거리는 몸짓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다 다자이는 쭈그려 앉으려는 그의 어깨를 잡아 세운다.
“내가 할게.”
“그치만,”
“착하지.”
머리를 조금 쓰다듬어주자 눈물을 매단 눈이 그제야 웃는다. 전학생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가 봐.”
“정말?”
“응. 아, 너는 잠깐 나랑 얘기하자.”
그녀는 나카하라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느냐 묻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적의를 품은 눈. 분명 여태껏 웃음만을 담고 있었는데. 전학생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래도 그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나카하라가 이 짧은 순간 전학생을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다. 마땅히 그럴 계기도 없었으니. 다만 이는, 다자이 오사무를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자이의 말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불안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보고는, 다자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서야 발을 뗀다. 영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나카하라는 복도를 벗어났다. 그의 뒷모습을 향하고 있던 눈은 나카하라가 사라지자, 그가 떨어뜨리고 간 것을 내려다보았다. 전학생은 다자이가 이야기를 꺼내길 기다렸지만 다자이는 가만 그것만을 보고 있다. 예비 종이 치자 결국 그녀가 입을 연다.
“저….”
“전학생? 못 보던 얼굴인데.”
말을 하게 두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끊어낸다. 그녀는 고갯짓으로 답하려다 ‘오늘 전학 왔어.’ 소리를 내었다. 다자이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자이는 무릎을, 허리를 조금 굽혀 우유갑을 주웠다. 손에 들어찬 그것은 다자이와 전학생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다자이의 시선이 떨어진다. 그의 두 눈은 전학생을 향했다. 전학생은 느껴지는 시선에 저 역시 고개를 들었다. 다자이가 상냥하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츄야는 내 거야.”
“어?”
“건드리지 마. 말도 걸지 마. 다가가지 마.”
안 그러면 죽여 버릴 거니까. 웃는 얼굴은 농담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저 하는 말일 뿐일지는 다자이 그 자신도 몰랐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는 현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자이는 반복한다.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고서, 그러나 여전히 나른한 목소리로.
“츄야는 내 거야.”
그리 말하는 입술은 웃고 있었다. 아름답지 못한 미소였다. 웃음이라는 말을 차마 가져다 붙일 수조차 없는. 그리고 그것은, 나카하라만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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