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멀 플레이, 약 폭력
* 스폰서와 아이돌
욱, 으읍. 쏟아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목구멍 안에 처박는다. 방금 얻어맞아 무언가 닿기만 해도 아플 뺨을, 소리를 막겠답시고 입을 틀어막은 손이 세게 짓누르고 있어 핏빛 눈은 눈물을 툭툭 떨구었다. 그 손은 억세었고 배려라고는 없었다. 분명 안 그래도 곧 부어오를 뺨을 손끝으로, 일부러인가 싶을 만큼 움켜쥐고 있었다.
쉿.
후으, 으.
조용히 해야지,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럴 리가. 이 호텔의 하룻밤 가격이 얼마인지 잘 안다. 모를 수가 없지. 그런 가격대의 호텔에서 방음이 안 될 것을 걱정해? 웃기지도 않는다. 소리가 좀 새어나가도 장소의 특성상 문제가 될 것 또한 없다. 이 호실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떠벌리고 다닐 만큼 이곳 직원들은 사회 경험이 적지 않다. 그저, 괴로움에 지친 얼굴을 보고 싶을 뿐.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 않아 눈에 힘을 주어 똑바로 시선을 마주했다. 얼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거나, 혹은 뺨을 한 대 후려갈길 줄 알았건만 헛웃음을 치더니 손을 놓는다.
…아, 아.
버릇이 제대로 안 들었네, 싸가지 없는 년.
아프, 아.
그러나 힘을 실어 머리카락을 쥐어 잡는 것에 다시금 고통 섞인 신음을 작게 뱉어낸다. 소리, 내지 말랬지. 다정한 척 하던 것마저 관두었는지 순식간에 강압적으로 변한 말투에 꾹 다문 입 안에서 앓는 소리가 맴돈다. 그럼에도 손을 놓지 않자 잔뜩 찌푸려졌던 얼굴을 억지로 폈다. 꽤나 봐줄 만 한 표정이 되지 않았나 싶었을 때 손 안에서 머리카락이 놓인다. 사르르 흩어지는 머리카락이 동그란 이마를 덮는다.
흥미 없다는 얼굴로 상체를 일으킨 채, 언제나 어여쁘다 생각했던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채운 것이 욕망이 아닌 찬 기운임을 알아챘는지, 벌겋게 칠한 입술이 작게 떨린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저 정도 눈치는 있어야지. 그럼에도 다른 이들처럼 찌들고 물든 것 같아 바람 빠진 웃음을 내보낸다. 딱히 즐거워서는 아니고, 딱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처음 만났을 적 그 순수하던 눈망울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TV 화면에 비치는 모습은 그저, 남자만 보면 후장을 들이밀 것 같은 암캐.
손을 뻗어 잘 뻗은 턱선을 쓸어내린다. 훈련이 잘 된 건지 아니면 분위기에 억눌려 튀어 나온 본능이었던 건지 손에 뺨을 부벼온다. 아픈 뺨을, 티내지 않고 고양이처럼 갸르릉 소리까지 내며 손바닥에 비비는 꼴을 가만히 보다 작게 입술을 벌리고 그를 꼭 닮은 이름을 부른다.
카츠키, 아가.
네….
짖어봐.
네? 아, 아니. 짖, 짖어…
두 번 말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못을 박아놨던 것을 되묻고서야 기억해 냈는지 붉었던 얼굴이 금세 하얗게 질려 더듬거린다. 벌을 줘야 했지만 이번에는 인심을 쓰기로 한다. 다시 한 번, 같은 말은 아니다만 반복. 뜰 수만 있다면 개처럼 일한다며.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고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억지를 부리듯 상황에 끼워 맞춘다. 발발거리는 꼴이, 애교를 부리는 꼴이 딱 주인을 대하는 개새끼 같아. 아직 화가 난 것은 아닌지 눈치를 살피다 입술 새로 가엾게도, 하찮은 소리를 뱉어낸다.
멍….
…….
멍멍, 멍. 주인, 주인님.
잘했어, 착하네.
개처럼 짖어보라는 의미였건만 전혀 똑같지 않다. 그러나 시키지도 않은 주인님이나 찾는 게 꽤나 귀여워,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꾸욱 누르며 사근사근 칭찬의 말을 건넨다. 혀를 작게 내밀어 그 손가락을 핥다가 떨리는 목소리가 말한다.
그만…, 할래.
어?
그만 한다고.
그 목소리는 금방 힘을 되찾고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 그에 놀란 토도로키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주춤주춤 침대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풀어헤쳐진 가운을 여미며 카츠키는 눈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을 슥 닦아낸다. 핏발이 선 붉은 눈동자가 토도로키를 매섭게 쏘아본다.
이런 거 싫다고 했잖아.
어, 언제 그러셨,
말대꾸 하지 마.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죄송합니다.
카츠키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더니 반쯤 발기한 제 것을 쥐고 살살 흔든다. 아, 흐응.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며 토도로키에게 까닥까닥 손가락질한다. 이리 오라는 뜻이었다. 두 손을 침대에 붙이고 무릎으로 기어 그에게 다가가니, 칭찬이라도 하는 듯 토도로키의 턱을 간질인다.
이거 봐, 아가. 응?
네.
나처럼, 아읏. 착한 스폰서가, 어디, 있어? 잡아봐. 흐우, 응. 그렇게.
네.
아, 좀, 히잇, 천천히, 응. 말하잖아.
네.
네 마음을 느껴 보겠다고 스폰서 시켜주는 스폰서가 어딨어? 당신의 악취미잖아요, 목 끝까지 차오른 비난의 말을 삼켜내고 토도로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립스틱이 번진 입술 주변에 자잘하게 입을 맞춘다. 카츠키는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밭은 숨을 뱉어내는 와중에도 종알종알 끊임없이 말한다. 근데 오늘은 진짜 별루였어. 나 맞는 거 잘 못한다니까? 멍멍은 뭐야, 멍멍은. 완전 최악. 토도로키는 처음 만난 날 마조히스트인 자신에게 맞춰 사람을 때리면서도 느낄 줄 아는 사디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던 카츠키를 떠올렸지만 억지로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덤으로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쓰고 제게 엉덩이를 부비던 며칠 전의 카츠키도. 그러자ㅡ나아, 짐승처럼 대해주는 거 좋아해. 제게 안긴 채로 사정의 여운에 바르르 떨면서 할딱이던 카츠키가 새롭게 떠오른다. 죄송합니다. 덕분에 하나도 죄송하지 않다는 투였지만 눈치라고는 죄 집에 두고 왔는지 카츠키는 꺄르르 웃으면서 토도로키의 얼굴을 들어 올려 뺨을 조물거린다. 오빠야, 나한테 잘 해. 안 그럼 질 나쁜 아저씨들한테 팔려갈 수도 있다아?
이미 충분한데요, 당신.
뭐?
…내 정액, 죄다 뽑아가는 거. 당신만한 사람 없을 걸요.
아이, 뭐야. 내가 그렇게 야해? 응? 나만 보면 발정해?
네, 뭐.
토도로키는 실수로 쏟아버린 본심을 수습하느라 속으로 진땀을 뺐다. 제 스폰서가 멍청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오늘로서 대략 열 번째 하고서, 토도로키는 카츠키가 그 이상 더 생각이란 걸 할 수 없게 손톱으로 요도구를 긁으며 그의 것을 흔드는 속도를 올렸다. 아응, 으, 좋아, 흐읏. 잘하네. 그닥 원치 않았던 칭찬을 받아내며 토도로키는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람처럼 웃었다.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였다 : 오늘도 무사히 넘겼음에 대한 행복감.
망충한 스폰서 바쿠고랑 속 시커먼 아이돌 토도로키 보고싶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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