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마르니 가서 음료수나 사오라는 바쿠고의 명령 아닌 명령에 바로 눈앞에 있던 가게에 다녀온 미도리야 이즈쿠는, 당황스럽게도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애인의 부재에 덩그러니 멈춰 섰다. 주변을 휙휙 둘러봐도 그 폭발적인 헤어스타일은 보이지 않아 미도리야는 가만히 서서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 있어도 그 얼빠진 표정이 보이는지 미도리야의 뒤에서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고, 그를 잔뜩 한심해하는 목소리가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데쿠.”
“응? 아…, 뭐야.”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그 쪽으로 빠르게 몸을 돌리느라 양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잠시 놓칠 뻔한 미도리야는, 제 머리를 무언가에 구겨 넣다시피 하는 바쿠고에 놀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얼었다. 바쿠고는 곧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꽤나 만족스러워 하는 얼굴. 바쿠고는 미도리야에게 무슨 짓을 하고 나서 바로 뒤에 숨겼던 손을 꺼내 머리띠를 썼다. …머리띠?
“등신 같은 얼굴. 내놔.”
“어, 어.”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손에 들린 음료수 하나를 낚아채갔다. 바쿠고의 머리에 생긴 동그랗고 까만 미키마우스 귀, 가운데에는 앙증맞은 리본 하나. 미도리야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까만 액정에 제 얼굴을 비춰보았다. 제 머리에도 역시 동그랗고 까만 미키마우스 귀, 가운데에는 앙증맞은 리본 하나. 미도리야는 씰룩이는 뺨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잔뜩 웃어버렸다. 웃음소리를 냈다간 바쿠고에게 실컷 얻어맞을 테니,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어깨만 들썩들썩.
“뭘 쳐 웃어!”
물론 들켰지만.
“미, 미안. 캇쨩, 너, 너무, 너무 귀여워서…!”
“죽어! 죽어, 너드 새끼야!”
애인과 함께 놀이동산에 오면 꼭 커플 머리띠 쓰기, 나름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쪽팔린 건 쪽팔린 거. 모르는 척 해주면 어디가 덧나! 바쿠고는 씩씩거리며 미도리야의 팔을 주먹으로 본인 딴에는 아프지 않게 몇 대 치다가, 웃느라 말까지 뚝뚝 끊기는 미도리야에게서 몸을 휙 돌리고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다.
“카, 캇쨩, 어디, 어디 가!”
“꺼져! 뒈져!”
팔을 높이 들고 가운뎃손가락을 편 손을 휘적휘적 흔드는 바쿠고에 미도리야는 웃음을 멈추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기다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 그를 향해 뛰어 가야만 했다. 계속 웃는다고 캇쨩한테 혼나겠지만, 웃음이 멈추지가 않는걸. 멈추고 갈 생각을 했다간 캇쨩을 놓칠 거야.
그리고 안타깝게도 미도리야는 멀어지는 바쿠고의 뒷모습만 쫓으며 뛰다 누군가와 부딪혀 음료수를 떨어뜨렸다. 요란한 소리,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하는 미도리야의 목소리에 바쿠고는 결국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야 했다.
“이 멍청아!”
“하, 하하. 미안해, 캇쨩.”
“왜 나한테 미안해?!”
다행히 사람에게 흘린 것은 아니라 미도리야의 사과를 받던 사람은 금방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미도리야의 옆에 남은 것은 잔뜩 심술이 난 바쿠고. 여기까지 와서 데쿠 짓이나 하냐며, 음료수는 쓰레기통 위에 잠시 올려두고는 제 뺨을 양 손으로 꾸욱 쥐고 세게 꼬집는 바쿠고에 미도리야는 예상치 못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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