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피세계관
* 투피데쿠도 와악! 하는 성격의 팔불출
본편 안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바쿠고, 어디니?"
[죄, 죄송해요 선생님! 지금 가고 있어요. 늦잠자서…]
"괜찮아, 천천히 와. 여유롭게. 인생은 원래 비합리적인 거란다."
그리고 아이자와의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웬 손이 날아들었다. 어이쿠. 나긋하고 느긋한,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를 깔끔히 무시하고 아이자와의 휴대폰을 낚아챈 그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너 어디야!! 키리시마가 인상을 잔뜩 쓰더니 양 손으로 귀를 막았다. 저 새끼 또 저러네. 책상에 턱을 괸 우라라카가 재밌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도 그, 그러니까 미도리야 이즈쿠는 계속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어디냐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던 B반 모노마가 커다란 문을 드륵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전화받는 아이가 무서워 할 거야.' 다정한 목소리로 충고를 건넸다.
"닥쳐."
"응, 미안."
욕을 먹어도 그의 사랑이 가득 담긴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모노마는 끝까지 조신하고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문이 드르륵 닫았고, 이이다가 말했다. 정말 피곤하게 사는군.
저어, 이즈쿠? 미도리야의 귀에 작고 소심한 목소리가 닿았다. 미도리야는 그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뭐!! 그 누구도 미도리야에게 목소리 톤 좀 낮추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저번에 키리시마가 그렇게 말했다가 죽도록 싸우고 사이좋게 보건실에 실려갔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실려가는 키리시마의 옆에서 아스이가 혀를 쯧쯧 찼다.
[나, 나 지금 어디냐고 했잖아.]
"그래, 씨발. 몇 번을 물어봐? 어?"
[미안… 학교 앞 편의점이야.]
미도리야는 전화를 뚝 끊었다. 휴대폰을 휙 던지자 아이자와가 또 어이쿠, 하며 받아냈다. 다녀오렴, 이즈쿠. 인생은 원래 비합리적인 거란다.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아이자와를 뒤로 한 채 미도리야는 앞문을 박차고 달렸다. 원포올을 온 몸에 두르고, 미도리야 이즈쿠는 조례 따위 쿨하게 무시한 채 학교 앞 편의점으로 달렸다.
***
"야!!"
"이, 이즈쿠."
"존나 느려터졌어."
"미안, 근데 너 왜…"
한두 번이냐? 왜 매번 물어, 병신 새끼가. 미도리야는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면서 바쿠고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아침이라도 더워서 땀을 좀 흘렸기 때문에 바쿠고가 망설이고 있자, 미도리야가 눈을 치켜뜨며 으르렁거렸다. 잠시 주춤거리던 바쿠고는 그 얼굴을 보자 주저하지 않고 미도리야에게 폭삭 안겼다. 귀찮게 굴어, 띨띨이 새끼가. 미도리야는 중얼중얼 바쿠고를 향해 욕설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바쿠고의 엉덩이를 받쳐 안아올렸다.
"가방은 왜 이렇게 무거워?"
"별로 안 무거운데."
"어쭈, 너 지금 토 달아?"
"미안해…."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어깨에 뺨을 기댔다. 더워. 끈적끈적해. 떨어져! 바쿠고가 황급히 몸을 바로 세웠다. 아, 가만히 좀 있어!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어깨에 뺨을 기댔다. 끈적거린다고!! 바쿠고가 황급히 몸을 바로 세웠다. 누가 떨어지랬냐, 멍청아? 바쿠고는 울고 싶었다. 미도리야가 씨발씨발거리면서 바쿠고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꾹 눌러 제 어깨에 처박았다. 부딪힌 광대가 아팠지만 바쿠고는 티를 낼 수 없었다.
"꽉 잡아."
"으응."
"아프잖아, 병신아!"
"미안."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허리를 꽉 안고 뛰어오를 자세를 취했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있는 일이지만 하늘을 나는 것에 조금도 익숙해지지 못한 바쿠고는 미도리야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
"뒈져."
"왜 그래."
"진짜 뒈져, 나 장난 아냐."
"내가 뭘 했다고?"
그러지마, 이즈쿠. 제 소매를 잡아당기는 손을 탁 쳐내고 미도리야는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신소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마에 힘줄이 불거져 있었다. 신소가 생글 웃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부담스럽네, 조금. 미도리야가 신소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옆에서 바쿠고가 우는 소리를 냈다. 신소가 그를 한심하다는 듯 흘끗 쳐다보자, 미도리야가 멱살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보지마. 죽여버린다. 제가 개성을 언제 발동시킬지도 모르면서, 제게 툭툭 말을 잘만 내뱉는 미도리야가 의아했던지 신소가 대뜸 물었다.
"너, 내 개성 알고 있는 거지?"
"뭐."
"내가 너한테 개성 쓸 수 있는 것도, 알지?"
"알 바야?"
니가 나를 조종하든 뭐하든, 내 손을 이천 번 터뜨려서라도 빠져나간다. 신소는 웃음을 터뜨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미도리야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대화와 전혀 관련 없는 물음이어서 미도리야는 화만 났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니까 닥치고 사과해."
"그러니까, 대체 뭘."
"쟤한테 사과하라고."
"조금 부딪힌 거 뿐이잖아."
식당에서 나오다 바쿠고에게 부딪힌 신소가 여전히 사과를 건네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사실 미도리야가 열을 내는 일이면 언제나 그랬듯 별 일 아니다. 바쿠고가 순간 다리 힘이 풀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미도리야의 뚜껑이 열려 버렸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나 발생하는 일. 혼잡한 입구에서 어깨를 부딪혔을 뿐이다. 듣던대로 과민반응이네, 미도리야 이즈쿠. 그것이 신소의 궁금증으로 인해 고의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면 말이 달라지지만. 물론 미도리야는 그 속내를 모른다. 그러면서도 이렇게까지 화를 내고 있는 이유는, 신소 히토시가 제 것과 '닿았'으니까.
"넘어뜨렸잖아."
"혼자 넘어진 건데, 그거. 누가봐도."
"이 씨발,"
"이즈쿠!"
미도리야가 주먹에 원포올을 두르고 신소에게 휘두르려는 것 마냥 팔을 치켜들었을 때, 다급한 바쿠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도리야가 신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팔을 내리지도 않자 바쿠고가 그의 팔을 두 손으로 꼬옥 움켜쥐었다.
"놔라."
"나, 나 아파."
"…아파?"
"너가, 이즈쿠가 아까 쳐서 넘어졌어. 아파."
신소를 붙들고 있던 손에서 힘이 스르르 풀렸다. 신소가 몸을 뒤로 빼자 손이 힘없이 투둑 떨어졌다. 신소의 표정은, 흥미로움. 저를 위해서 '이즈쿠가 아까 쳐서 넘어졌'기 때문에 아프다고 말한 것이 신소는 꽤나 신기한 듯 했다.
미도리야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팩 뒤돌아 바쿠고의 손목을 세게 움켰다. 어디가. 어디가 아파. 물론 거짓말이어서, 바쿠고는 쿵쾅거리는 심장이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더듬더듬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손바닥이랑, 음, 다리도 아프고, 막. 누가봐도 어린아이의 거짓말 수준이었지만 미도리야의 표정은 심각했다.
"병신이야, 너?!"
"으, 아파."
"아파?!"
미도리야의 목소리 데시벨이 한층 커졌다.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손목을 팩 놓더니 그것도 아플까봐 안절부절 바쿠고의 눈치를 봤다ㅡ그곳에 있는 모두에게 보였다. 물론 바쿠고 빼고ㅡ 보건실 가.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어깨를 보건실 방향으로 꾸욱 밀었다. 바쿠고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파서 못 가. 당연한 거였다. 아파서가 아니라, 거짓말이니까. 그리고 그 순간,
"악!"
"시끄러워."
"미안."
미도리야가 바쿠고를 어깨에 들쳐멨다. 바쿠고가 놀라 비명을 지르고는 제 입을 두 손으로 꼭 막았다.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불편하거나 아프거나 할까봐 뛰지는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보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바쿠고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신소를 구해내기 위한 거짓말이었는데, 정말 리커버리 걸을 만나게 생겼어. 여기서 괜찮다고 해봤자 맞기밖에 더 할까. 푸른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바쿠고는, 저를 향해 유한 미소와 함께 손을 팔랑팔랑 흔드는 신소와 시선을 마주쳤다. 바쿠고는 괜한 서러움에 결국 울음을 펑 터뜨렸다.
"…너 울어? 왜 울어. 너무 아파? 어?"
"아, 흐윽, 아냐. 아냐."
"아, 씨발. 뛸까? 뛴다."
"시러, 시러어. 보건실, 히끅, 안 가아."
왜, 아프다며!! 미도리야의 목소리가 온 복도에 징징 울렸다. 이 상황에서 즐거운 것은 신소 히토시 뿐이었다. 바보들. 바둥거리는 바쿠고를 떨어뜨리지 않게 개성까지 써 가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미도리야가 코너에서 꺾어 시야에서 사라지자 신소는 깔깔 웃으며 뒤를 돌았다. 건들거리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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