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D/히로아카

[지니캇] 윗집 아저씨와 아랫집 애새끼 2

* 아고물

* 지니스트는 본명인 하카마다 츠나구로 나옵네다 ..



2.

 

버릇없는, 아니 그 이상의 고딩 녀석에게 욕을 들어먹은 다음날. 하카마다는 웬일인지 일찍 떠진 눈에 의아해 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제 그 녀석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해 낮에 할 작업을 전부 밤에 미루고 분노의 타이핑으로 새벽을 불태웠는데, 지금 시각은 오전 열 시. 거울이 없어도 시뻘겋게 충혈 됐을 눈이 보였다. 일찍 일어난 거, 물론 좋다. 늦게 일어났다간 분명 오늘도 밤을 새다시피 해야 했겠지. 그렇지만 피곤을 그런 생각으로 쉽사리 물리치고 이른 기상을 하기에 하카마다는 허약했다.

다시 자기에는 정신도 말짱했고, 그래서 하카마다는 왜 이런 이른 기상을 하게 됐는지 잠시 고민하다 웬 노랫소리에 화들짝 놀라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홱 틀었다. 하카마다의 휴대폰이 반짝거리며 울리고 있었다.

 

♬ 다신~ 울지 않을래~ 모진~ 시련 앞에도~

몇 살 때의 취향인지 모를 노래. 하카마다는 그것이 익숙한 노랫소리임을, 그리고 바로 제 알람소리임을 깨닫고 팔을 뻗어 소파 옆 휴대폰을 집었다. 하카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자서 그런지 온 몸이 쑤셨다. 하카마다의 손에 들린 휴대폰은 여전히 시끄럽게 울며, 어떠한 메세지를 끊임없이 전하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

 

“…맞다.”

 

하카마다는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으며 멍하니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귀찮음을 한가득 안고 있었다.

 

-

 

“하카마다 씨, 지금 엄청 피곤하시죠?”

“티납니까?”

“응, 많이. 우리 집 들러요, 내가 몸에 좋다는 찻잎 좀 많이 샀어.”

 

처치 곤란이라며 바쿠고 씨가 멋쩍게 웃었다. 우연히도 나온 시간이 겹쳐 바쿠고 씨네 층부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까지 츠나구는 그 고딩의 어머니인 바쿠고 씨와 동행했다. 고딩 녀석과 달라도 한참 다르게 상냥한 바쿠고 씨의 제안에 하카마다는 고민의 여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아들을 키우느라 몹시 힘드실 텐데 어쩜 이리 친절하고 다정하실까ㅡ여기에서 하카마다는 그 고딩 녀석을 떠올렸고 그를 마주칠 가능성을 계산해 보려다 관두었다. 방금 전의 대화에서 고딩이 아직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 찻잎만 받고 빨리 돌아가면 내가 제 집에 들렀다는 것조차 모를 텐데

 

“맛이 괜찮죠?”

“하하… 네.”

 

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하카마다는 찻잎이 든 봉투를 제 손에 꼬옥 쥐어주더니 저도 모르는 새 집 안으로 끌어들여 차를 대접하고, 맞은편에 앉아 달큰한 향이 풍기는 차를 홀이는 바쿠고 씨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곧 점심 때인데 같이 하실래요? 입에 차를 담고 있어 말을 할 수 없었던 하카마다는 고개를 빠르게 저어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어린 놈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그 녀석이랑 먹으면 이른 시각부터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서. 어제 그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이 차 위로 오버랩 되었다. 하카마다는 순간 찻잔을 집어던질 뻔했다. 그리고, 찰칵. 굳게 닫혀 있던 하카마다 등 뒤의 문이 열렸다. 하카마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랐기 때문이기도 하며 고딩이 기상했음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일어났니.”

“시끄러, 할망구…“

 

졸음에 가득 찬, 그런 주제에 싸가지는 또 없는 말투에 하카마다는 인상을 조금 썼다. 그래도 바쿠고 씨 앞이니 인사는 건네야겠다 싶어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하카마다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고딩과 눈이 마주쳤다. 목이 다 늘어난 티, 무릎이 툭 튀어나온 츄리닝 바지, 졸음이 묻어나는 하얀 얼굴. 눈이 마주치자 적색 눈은 당황한 듯 빠르게 깜빡이지만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를 기다리던 하카마다는 고딩이 저를 빤히 쳐다보며, 그러나 간단한 목례조차 하지 않자 괜히 오기가 생겨 저 역시 눈을 그에게 고정하고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바쿠고 씨만 의아한 얼굴인 거실에서 눈싸움이 잠시 이어졌고, 그것을 종결시킨 것은 펑키한 노랫소리였다. 새끼, 벨소리도 자기 같은 거 해 놓네. 하카마다는 제 알람 소리는 잠시 잊은 채 그렇게 생각했다.

 

노래가 삼 초 쯤 울리고 나서야 고딩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벌써 왔냐? 징한 새끼들.”

“바쿠고!!! 바쿠고오오!!!”

 

왜 굳이 전화를 한 건지 모를 만큼 법석을 떨어대며 현관문을 쿵쿵거리는, 아마도 그의 친구일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고딩은 현관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할망구, 애들 옴. 바쿠고 씨에게 짧게 통보하듯 말을 던지고 고딩은 부서질 기세로 맞고 있는 문을 열었다. 누구 친군지 예의 없는 건 똑같네. 하카마다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리고 조금 당황해 바쿠고 씨를 쳐다봤는데, 바쿠고 씨는 아들과 그에게 달려드는 친구들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듣지 못한 모양. 하카마다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딩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

“…….”

“…바쿠고.”

 

고딩은 저를 툭툭 치며 작게 이름을 부르는 친구에, 곧 눈을 다른 곳으로 두었다. 요란한 빨간 머리가 저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고딩에게 뭐라고 소근거리는 모습을 본 하카마다는, 저게 자신을 향한 시선인지 아니면 착각인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노란 머리도 까만 머리도 저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고딩의 방으로 조심조심 걸어가자 그것을 확신하게 됐고, 당연히 열이 뻗쳤다. 나를 친구들한테 뭐라고 말했길래 저러는 거야.

 

“닥치고 들어가.”

“억! 알았어. 알았어.”

 

고딩의 팔꿈치로 배를 가격당한 빨간 머리는 넉살 좋게 허허 웃으며, 바쿠고 씨에게 ‘저 또 왔어요, 엄마!’ 하카마다에게도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를 건네고 흥겹게 스텝을 밟으면서 고딩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노란 머리와 까만 머리도 바쿠고 씨를 ‘엄마’라고 부르는 걸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아들! 아들들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해.”

“그냥 굶어 뒈지라고 할래.”

“엄마, 저 치킨이요!”

 

또 그 빨간 머리. 하카마다는 그가 꽤 붙임성이 좋다고 생각하며, 아까보다는 조금 유해진 얼굴로 차를 홀짝였다.

 

***

 

“이제 일어났니.”

“시끄러, 할망구…“

 

바쿠고 카츠키는 머리 병신의 ‘지금 너네 집으로 가고 있어!’ 제멋대로인 전화를 받고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엄청난 자살 충동에 휩싸였다. 눈이 마주친 것은 분명 제 엄마여야 했는데, 어째서 아저씨가 여기에. 제가 나옴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저와 눈을 맞춘 아저씨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바쿠고에게는 없었다. 목이 다 늘어난 티, 무릎이 툭 튀어나온 츄리닝 바지, 방금 자고 일어나 씻지도 않은 얼굴! 아저씨와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이틀 동안 아저씨에게 준 인상이라고는 엿이나 날리는 늦잠꾸러기 고딩. 게다가 못난 얼굴까지 보여주다니…

지나치게 당황해서 그런지 당장 화장실로 도피해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발을 뗄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아저씨와 마주친 시선을 피할 수도 없었다. 피하기도 싫긴 했지만 그런 제 속마음까지 캐치해 내기에는 바쿠고, 여전히 여유 없음.

그리고 바쿠고에게 여유가 생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아저씨는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눈에 힘을 주고, ‘저거 노려보는 거 아니야?’ 싶을 만큼 똑바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 바쿠고는 똑똑히 들었다.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심장이 아프게 뛰고 있는 것을 들었다. 이러다 죽으면 어떡해! 죽으면 어떡해! 아침부터 이게 뭐야! 바쿠고는 이 소리가 아저씨한테까지 들릴까봐 눈을 맞추고 있는 내내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덮어버릴 커다란 벨소리가 울렸을 때, 바쿠고는 저도 모르게 안심했다. 귀찮은 녀석들이 도착한 것이겠지만 안심했다. 바쿠고는 이제 심장 소리가 들킬까봐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되었다.

 

“벌써 왔냐? 징한 새끼들.”

“바쿠고!!! 바쿠고오오!!!”

 

평소 같았으면 시끄럽게 굴지 않겠다고 맹세하기 전까지는 문을 열지 않겠다, 단호하게 선언해야 했지만 바쿠고는 빨리 녀석들이 집 안에 들어오길 바랐다. 바쿠고는 황급히, 그러나 티는 나지 않게 현관으로 이동했다. 키리시마와 전화하는 제 목소리가 떨리지만 않기를 바랐다.

할망구, 애들 옴. 원래 말투가 이렇긴 하지만 새삼 엄마한테 미안했다. 목소리가 떨릴까봐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혀 차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할망구 미안. 나중에 안마해줄게.

바쿠고는 부서질 기세로 맞고 있는 문을 열었다. 우당탕탕, 조금 열린 문 틈 사이로 녀석들이 밀고 들어왔다. 제 목을 꼬옥 껴안고 바쿠고 바쿠고! 목에 얼굴을 부비는 키리시마를 밀어내며 바쿠고는 몸을 비틀다 저도 모르게, 절대 고의는 아니었지만 아저씨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바쿠고는 봤다.

 

제 엄마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를.

 

“…….”

“…….”

 

아저씨는 곧 시선을 돌렸고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조금 놀란 듯해 보였다. 들켰다, 하는 표정. 바쿠고는 순식간에 울고 싶어졌다. 우리 엄마가 예쁘긴 하지만, 지금 애인도 남편도 없지만 그치만 정말 너무해. 아저씨 정말 너무해. 그게 순간적인 제 착각인지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쿠고는 정말 눈물을 뽑을 뻔했는데 저를 툭툭 치며 바쿠고, 작게 이름을 부르는 키리시마에 후다닥 정신을 차렸다.

 

“저 사람이야? 니가 좋아하는….”

“닥치고 들어가.”

“억! 알았어. 알았어.”

 

바쿠고는 키리시마의 배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바쿠고의 귀에, 카미나리와 세로가 ‘바쿠고가 좋아하는 아저씨네.’‘확실함.’ 소근소근 지껄이는 게 밀려들어와 기분이 배로 나빠졌다. 아저씨 들으면 어쩌려고… 물론 아저씨는 우리 엄마 좋아하지만. 아, 아, 아냐. 아냐.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걸. 그리고 웃기게도 이 생각이 든 순간 마음이 화악 편해져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저 또 왔어요, 엄마!”

“잘 왔어, 아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아저씨 목소리도 들었어. 바쿠고는 갑자기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사랑을 하면 기분이 널뛰듯 바뀐다는데, 딱 그 꼴. 그치만 아무래도 좋았다.

 

“아들! 아들들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해.”

“그냥 굶어 뒈지라고 할래.”

“엄마, 저 치킨이요!”

 

바쿠고는 방으로 돌아가는 길, 아저씨의 옆얼굴을 슬쩍 훔쳐봤다. 착각이 아니라면 조금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아저씨도 조금 즐거운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2D > 히로아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쿠캇] 놀이공원에 갔다  (0) 2016.08.13
[데쿠캇] 내 거야! 특별편  (0) 2016.08.12
[캇른] 헝거게임 AU 조각  (0) 2016.08.10
[데쿠캇] 몽환의 숲  (0) 2016.08.09
[토도바쿠] About me  (0) 201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