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맘대로의 세계관ㄴ임다 앞으로 이걸 향기버스라고 하조 (뻔뻔!
* 전력 참여 못해서 나홀로 전력... 캇른 전력 60분 4회 <향기, 냄새>
세상은 향기로 가득 차 있다. 어디든 가만히 서 있으면 알록달록한 색채를 가졌을 듯한 여러가지 예쁜 향기들이 콧속에 스며든다. 꽃향기, 봄향기, 이것저것 이름 모를 향내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다만 그것은, 사랑에 빠진 자들에게만.
일방향이든 쌍방향이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 마음만으로 수많은 향기들을 들이마실 수 있다. 마음 속에 누군가를 향한 열렬한 사랑이 없다면 딱 한 가지 향만 맡을 수 있는데, 그 사랑이 끝나게 되면 사랑을 시작하기 전 맡을 수 있었던 향과는 미묘하게 다른 향기를 만나게 된다. 이런 걸 사람들은 뭐랄까, 성숙해졌다고 표현하던데. 그래서 종종 다채로운 향기에 중독되어 억지로 사랑에 빠지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 토도로키 쇼토는 그런 사람들은 전부 한심해 빠진 족속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28년을 이름도 모르는 한 가지 향기만 맡으며 살았다. 딱히 이렇다 할 사랑에 빠져본 적 없었고, 본인이 사랑이라 잠시 생각했어도 코끝을 맴도는 향기는 바뀐 적 없다ㅡ그래서 나중에 다시 돌이켜 보면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납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사랑에 빠져야 할 이유도 못 느꼈다. 그에게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향기, 나쁘지 않으니까. 그는 향기에 목 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같은 향만 맡으면 물론 신물이 날 수도 있겠다. 그치만 별로 사는 데 지장 없잖아?
토도로키는 그래서 제게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모르는 척 했다. 당신에게서 나는 향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달콤한 말로 속삭이는 여자를 밀어내고 울며 매달리는 남자를 무시했다. 그런 그를 보고 그의 친구는 네가 사랑을, 새로운 향기를 겁내는 건 아니냐 물었고 토도로키는 코웃음 쳤다. 웃기지마. 사랑에 빠질 거라면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내 향기가 바뀌어야 했어.
그래. 웃기지도 않게 이 인간, 운명론자다. 운명의 그 사람이 나타나면 그 지겨운 향기가 화악 바뀔 거라고 믿고 있다. 간절히 바라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서서히 향이 바뀌는 것도 꽤나 낭만적이야.'
'너나 낭만해라.'
게다가 강경파 운명론자! 그 주변 사람들은 전부 포기해 버렸다. 니 좆대로 사세요. 그와 인연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어찌저찌 설득해 보려고 잠시 노력하지만 전부 저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포기한다. 토도로키는 그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어. 노력해볼게.'
'씨발!'
그치만 뭐, 그 신념이 그에게만큼은 들어맞을지 누가 알겠어… 사실은 저 자신을 포함하여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미, 꼬옥 맞아버렸다고.
"과일향이 나요."
과일향기.
"네?"
"당신한테서 되게 맛있는 냄새가 나."
"먹지 마세요."
"안 먹어요."
토도로키는 하얀 붕대에 감긴 상대의 다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뭘 봐요? 태생부터 그런건지 잔뜩 날이 선 목소리가 쏘아붙였다. 토도로키가 그 얼굴을 쳐다봤다. 화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목소리는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을까. 그런데 왜 향은 저렇게 부드러울까. 토도로키는 순간 그렇게 떠올렸다가 얼굴을 화악 붉히며 고개를 팩 돌렸다. 웃기는 생각이야.
남자는 토도로키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몸을 뒤로 털썩 누이고 천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당신은 날 사랑하게 된 건가요?"
"모르겠어요."
"그런 게 어딨어, 등신."
"뭐라구요?"
아뇨, 아뇨. 흥얼거리듯 대꾸한 남자는 하얀 천장에 죽죽 그어진 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다리를 까닥였다. 붕대에 둘둘 말린 다리가 그 꼴을 하고는 리듬을 타는 걸 보고 토도로키는 조금 웃었다. 불편하게 고정된 제 목이 아파하지 않게끔 조심하며, 저도 그를 따라 눕고 토도로키는 그를 사랑하냐는 낯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덧붙였다.
"정말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몰라요? 향이 바뀌는데."
"뭐가 바뀌긴 했어요. 되게 달고, 음."
근데 평소 맡던 향이랑 되게 비슷해서, 이게 바뀐 건지 싶고. 당신 때문인지 싶고. 남자는 혀를 차고는 토도로키의 침대에 등을 보이고 모로 누웠다. 토도로키는 그의 등을 향해 눕고 싶었지만 목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관두었다.
병원 입원실, 텅텅 비어 있는 다른 침대들을 흘끗 보며 토도로키는 어쩌면 이게 운명일까? 하고 생각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향. 그 둘이 사랑에 빠진다면… 되게 운명적이고 낭만적이네. 그리고 어째선지 아무도 없는 입원실에 당신과 나만 딱 입원하게 됐으니 말야, 그것도 이틀 차이로. 운명일까? 운명일까? 토도로키는 눈만 데구르르 돌려 남자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바쿠고 카츠키."
"왜요."
"…들렸어요?"
남의 이름 불러놓고 들리네 마네, 진짜 짜증나게. 툴툴대는 목소리에 토도로키는 비식 웃었다. 저런 목소리를 타고서도 그 달아빠진 냄새가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제게 매정하게 등을 돌린 모습까지도 익숙하지만 낯선 향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향기가 조금 더 달라지고, 조금 더 달아진 것 같은 느낌. 기분 탓일까?
토도로키는 코로 그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기분 좋은 향이 밀려들어왔다. 토도로키가 그처럼 기분 좋은 숨을 토해냈다. 아, 어쩜 운명이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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