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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데쿠캇] 내 거야! 특별편

* 230 팔로 기념 리퀘 (3)

* 빌런데쿠캇

* 빌런데쿠도 와악! 하는 성격의 미친 팔불출

 

 

"너 뭐야? 너 뭐야?"

"큭… 흐어, 억."

"너 뭐야? 응? 너 뭐냐구. 너 뭐 하는 애야?"

 

아무 표정도 짓고 있지 않은 이즈쿠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제 밑에 깔린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짓눌렀다. 머리가 땅에 처박힌 채, 이미 흠씬 두들겨 맞아 상처로 덮인 얼굴을 뼈로 꾹꾹 눌리니 남자가 괴로운 신음을 토해냈다. 내가 물었잖아, 너 뭐냐고.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제 얼굴을 짜악 내리치는 손바닥에 남자가 눈을 뒤집고 바들바들 떨더니 곧 아무 소리도 아무 몸짓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뭐야, 기절? 이즈쿠가 그제서야 얼굴에 감정을 드러냈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아, 씨발! 욕설을 내뱉은 이즈쿠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아직도 피가 질질 새어나오고 있는 남자의 옆구리를 구두 앞코로 걷어찼다.

 

"씨발, 씨발새끼들이 진짜아아아아아아!!"

 

이즈쿠는 발을 쿵쿵 구르며 하늘을 향해 목이 터져라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더니 거친 몸짓으로 주변을 휙휙 살폈다. 넓은 공터에 시체마냥 널브러져 있는 검은 정장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이즈쿠는 이마를 짚으며 화를 억누르는 듯 신음을 뱉어냈다. 장난하나, 씨발 것들이…. 단단히 화가 났는지 평소 잘 쓰지 않는 욕을 말할 때마다 쏟아내며 이즈쿠는 눈을 감았다. 별 것도 아닌 게 내 거에 손을 대?

씨근거리며 화를 억누르려는 시도를 한 이즈쿠가 결국 그것에 실패하자 털썩 주저앉아 땅을 주먹으로 퍽퍽 내리쳤다. 뒤져! 뒤져! 누구누구의 말투에 옮았는지 왠지 익숙한 말을 반복했다. 손에 개성을 두르고 아스팔트 바닥을 내리치자 홈이 푹푹 패였는데, 이를 의도했으면서 괜히 기분이 나빠 이즈쿠는 도로 일어났다.

 

"바닥이! 아주! 상태가! 후져!!"

 

아무래도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팼으면서 여전히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바닥을 발로 세게 밟자 저도 모르게 개성을 썼는지 바닥이 쑥 들어가 이즈쿠가 휘청했다. 이즈쿠는 이제 아예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되는 게 없네, 되는 게!!

 

***

 

"와아아아아악!!"

 

이즈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집 문을 벌컥 열었다.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그 먼 거리에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어떻게든 풀어내기 위해 미친듯이 뛰고 달렸더니 십 분만에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화는 풀리지 않았다. 그저 개고생을 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즈쿠는 훼까닥 돌아버릴 것 같아 신발을 벗어 현관에 패대기치고는 쿵쿵대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이즈쿠는 손등으로 코를 쓱 훔치고 이를 갈았다. 그 새끼들 그냥 죽였어야 했나. 갑자기 후회가 밀려와 이즈쿠는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소리없이 몸부림 쳤다. 난 바보야! 멍청이야! 왜 살게 둔 거야!! 왜!! 왜 산소를 축내게 둔 거냐고!! 아무래도 이 화 나는 마음은 정말 며칠이 지나도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왜 이렇게 쿵쿵대, 병신아."

 

그런데

 

"뭐하다 이제 와."

"캇쨩."

 

정말 화병이 나 돌아가실 지경이었는데

 

"나 아픈데 어딜 싸돌아 다녀?"

"캇쨔아아아앙!"

 

이즈쿠는 제 앞에 삐딱하게 서 있는 카츠키를 보자마자 무장해제 당한 것처럼 헤벌쭉 웃으며 그에게 몸을 던졌다. 카츠키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서려다 이즈쿠에게 붙잡혀 꼼짝 못하게 됐다. 아퍼, 시발아! 아파! 이즈쿠의 배를 주먹으로 가격하다 정말 아픈지 끝에는 앓는 소리를 내는 카츠키에 이즈쿠가 화들짝 놀라며 카츠키를 안은 손을 풀었다. 캇쨩, 아파? 아파? 내가 아프게 했어? 묻는 두 눈은 걱정에 가득 찼는데 입술은 카츠키가 좋아 미치겠다는 양 바들바들 떨며 여전히 미소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카츠키는 그 얼굴을 보고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조심히 안으라고."

"으응, 미안."

 

다시 사르르 웃으며 이번에는 조심조심 카츠키의 허리를 끌어안고 뒤통수를 쓰다듬는 이즈쿠에, 카츠키는 그 어깨에 뺨을 기댔다. 그러자 아까는 아파서 몰랐던 피 냄새가 훅 끼쳐왔고 카츠키가 중얼거렸다. 내가 걔네 그냥 놔두랬지. 이즈쿠가 카츠키의 머리카락에 귓바퀴에 귀 뒤에 차례로 입을 맞추었다. 너 아프게 했는데 내가 어떻게 그래.

 

"죽였어?"

"죽이는 거 싫어하잖아."

"때리는 것도 싫어."

"그래서 나 미워?"

 

아니, 잘 했어. 카츠키가 손을 뻗어 이즈쿠의 엉덩이를 톡톡 쳤다. 이즈쿠의 얼굴이 행복에 물들었다. 그는 좋아 죽겠는 마음을 제 연인을 한껏 껴안음으로서 표출하고 싶었지만, 카츠키가 그 못되쳐먹은 새끼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아 온몸에 붕대를 두르고 있어 아까처럼 아파할 테니 자제하기로 했다. 그건 카츠키가 다 나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즈쿠는 대신 눈을 꼭 감고 부슬부슬한 머리카락에 뺨을 부볐다.

고개를 숙여 카츠키의 귀에 입술을 바싹 붙인 이즈쿠가, 간지러운지 어깨를 움찔 떠는 카츠키에게 사근사근 속삭였다. 사랑해, 캇쨩. 카츠키가 간지러움과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얼굴을 화악 붉히며 짧게 대꾸했다. 어.

 

"캇쨩은?"

"별로."

 

짧고 무뚝뚝한 대꾸에 이즈쿠가 우는 소리를 냈다. 너무해! 하지만 그 얼굴은 상처받은 것 같아 보이기는 커녕 기쁘게 웃고 있었고, 카츠키는 보지 않아도 그럴 것을 알았기에 그냥 아무 말 없이 이즈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즈쿠가 카츠키의 이마에 입술을 꾹 찍어눌렀다.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이 사람,

아무래도 공터에 버려져 있는 준 시체들은 잊어버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