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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바쿠고 카츠키 아이돌 AU : 출근길

* 캇쨩맘 캇른 성향 다분한 명목상 논커플링 글



AM 7:34, 오늘은 6인조 아이돌 그룹 ヒ-ロ-의 메인보컬 바쿠고 카츠키의 단독 방송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이른 시각이지만 방송국 앞에는 그의 팬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었다.

처음으로 제 오빠의 출근길에 나선 한 소녀가 멀리서 보이는 ヒ-ロ-의 밴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움켜 쥐었다. 차량은 점점 가까이 다가와 팬들에게서 이 미터 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그녀는 곧 문이 열리고 눈이 부신 카츠키가 나올 것에 환호를 준비했지만 문이 열린 것은 운전석 뿐이었다. ヒ-ロ- 훈남 매니저로 유명한 아이자와가 뱅 돌아 뒷자석의 문을 열었다. 마치 에스코트 당하는 여자 마냥 문도 매니저가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카츠키가 낯선 첫 출근맞이, 그 소녀에게 옆에 있던 어느 친절한 분이 소근소근 말해 주었다.


"캇쨩 원래 문 자기가 안 열…"

"아아악!!"


그 순간 느릿느릿 차에서 내리는 카츠키에 소녀는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그녀에게 설명을 시도하던 그 여성스럽고 조신해 보이는 분이 화들짝 놀라 억센 힘으로 소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얼굴을 꽉 쥐고 있는 손을 탁탁 치자, 그 분이 험악한 표정으로 낮게 속삭였다.


"애기 졸려 하잖아요."

"읍, 으읍."

"놀라게 하지 말아요."


안 그래도 아침잠 많은 앤데. 혀를 쯧 찬 여성은 소녀를 놓아주고 인파 속으로 몸을 감췄다. 소녀는 경직되어 몸을 바로 세웠다. 실제로도, 그가 나왔는데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작게 앓기만 했다. 그 중에는 소란을 피운 소녀를 노려보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소년은 입술을 꼭 다물고 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나 그 입술은 금세 헤 벌어졌다. 소녀에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이자와가 중얼거리며ㅡ아마 사고치지 말라는 거겠지ㅡ 카츠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카츠키가 눈을 부비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심장에 해롭게 귀여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두컴컴한 밴 안에서 어떤 얼굴이 쑥 튀어나왔다. 소녀는 입을 떡 벌렸다. 이즈쿠! 팥색 비니를 뒤집어 쓴 이즈쿠가 몸을 바깥쪽으로 기울여 카츠키에게 무어라 말하고는 배시시 웃었다. 카츠키가 손을 휘휘 저으며 짜증을 내는 것까지 본 소녀는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둘이 너무 귀여워…!

소녀는 최애를 만나러 온 자리에서 차애까지 본 것에 대해 하늘에 감사하고 있었는데, 사실 최애와 차애를 봤다는 사실보다는 최애와 차애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 더욱 소녀를 흥분하게 했다. 둘이 같이 있으면 귀여움이 두 배! 사랑스러움이 세 배!

그리고 오늘 스케쥴 표에 나와있는 바로는 나머지 멤버들은 방송이라던가 아무것도 없던데 이즈쿠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단지 카츠키가 심심할까봐 동행해준 것! 소녀는 마음 속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흐윽, 데쿠캇…."


제 옆에서 어떤 팬이 쓰러지는 것 같았지만 소녀는 모르는 척 했다. 지금 온 신경을 그 둘과 자신이 버티고 서 있는 데 집중하지 않으면 저도 기절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쁜아, 아침 먹었어?"

"아니."


헉! 아이자와가 이즈쿠를 태운 밴을 주차하러 차에 올라타고 떠나버린 뒤, 방송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카츠키에게 누군가 붙었다. 모든 팬들이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 타이밍을 노리던 찰나 그녀가 선수쳤다. 오늘 카츠키와 첫 대화를 나눈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일기장에 써 놓고 매년 그 날을 그리고 매일 그 시각을 기념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예쁜이'라는, 카츠키가 질색팔색하는 호칭을 썼는데 욕을 하지 않다니!ㅡ카츠키는 팬에게도 서스럼 없이 욕을 해서 인성 논란의 늪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팬들은 그에게 욕 먹는 걸 상당히 좋아하여 그 논란은 곧 사라졌다.

소녀도 카츠키가 욕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매번 욕 하다가 저렇게 고분고분 대답해주는 건 그보다 파급력이 더 강하다. 소녀가 약간 시무룩한 얼굴로 카츠키의 손끝발끝 몸짓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을 때 아까 그 여성이 슥 다가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캇쨩 오늘도 예쁘네요. 소녀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흠칫 놀랐지만 이 분이 아까 일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꾸했다. 정말요.


"지금 저 여자 부러워하고 있었죠?"

"네에."

"출근길에 왜 유달리 사람이 많은 줄 아세요?"

"…아뇨?"


캇쨩이 졸려서 애가 되거든요. 예쁜이나 애기나 뭐라고 불러도 화도 안 내고 엄청 잘 웃어요. 모에력이 상승한달까. 그녀가 심오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중얼거렸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어떤 말을 지껄이든 무지무지 귀여운 대답 들을 수 있거든요. 소녀도 덩달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예전에 트위터에서 봤던 일화를 떠올렸다.


[오늘 출근길에 캇쨩한테 장난으로 자기, 잘 잤어? 내 꿈 꿨어? 했더니 애가 눈도 못 뜨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으응 이러길래 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니 자기야? 했더니 몰라... 하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구 귀여워ㅜㅜ]


그게 그 날만 졸려서 그랬던 게 아니라 아침이면 대체로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한 소녀는 갑자기 커진 무기력한 발소리에 몸을 바싹 긴장시켰다. 헉, 카츠키… 그녀의 청력은 아무리 카츠키의 두 번째 솔로곡이자 현재 활동곡인 「Only my railgun」을 하루종일 들었어도 망가지지 않았는지, 실제로 카츠키는 그녀의 앞을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소녀는 옆에서 카츠키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고 주춤거리는 팬들 사이를 뚫… 지는 못하고, 그 중간에 끼여 버렸다. 그러나 카츠키에게 충분히 목소리는 닿을 것. 그래서 소녀는 카츠키가 놀라지는 않을 정도로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카츠키 사랑해!!"


정말 뻔한 말이지만 소녀가 카츠키를 처음 만나면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카츠키가 순간 우뚝 멈춰서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간절한 눈빛을 제게 마구 쏘아대고 있는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헉."


웃었다.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달달 떨었다. 평소의 '씨익'이 아니었다. 저것은 마치,


"천, 천사가 왔어."

"진짜 천사다. 천사야. 미쳤어, 너무 예쁘잖아."


주변에서 술렁이는 그대로였다. 천사.

그리고 카츠키는 하품을 한 번 하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소녀는 멀어지는 카츠키의 뒷모습을 멍하니 응시하다 군중 속을 빠져 나오고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카츠키의 뒤통수가 눈앞을 아른거렸다. 카츠키 뒷머리 뻗쳤어…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지?! 소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다음에 또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