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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문스독

[다자츄] 울지 않는 날

* 쌍흑 서치하는 다자이(@Dazai_Soukoku), 쌍흑 서치하는 츄야(@Chuya_Soukoku) 분들의 대화를 빌렸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

 

 

처음 다자이와 다투었을 때였다. 나는 아직도 그 일을 종종 회상하는데, '첫' 다툼이 나에게 꽤나 큰 당혹스러움을 안겨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자그마한 말싸움은 언제나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격앙되어 서로를 할퀴고 꼬집는 말을 내뱉은 적은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물론 그런 말을 한 쪽은 나 뿐이다. 다자이는 그저 평소처럼 굴었는데, 나는 그것에 더 열불이 났었다. 뭐, 그 때 일은 전적으로 다자이 놈의 잘못이었으니 나에게 몹쓸 말을 했었다간 영원히 그 잘난 상판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었을 거다.

나는 녀석에게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 가며 덤벼들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 코끝을 손가락으로 톡. 나로 인해 공중을 떠다니던 것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꼴을 보다 결국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네 놈은, 네 놈은 항상 그 모양이지. 내 일을 방해할 뿐이야.'

 

아. 왜 싸웠던 것인지 방금 생각났다. 다자이 놈이 포트 마피아를 배신하고 떠난 뒤 뻔뻔스럽게 나에게 연락을 해 와서, 그래서 나는 다자이를 찾아가 뺨을 후려갈겼던 것이다. '포트 마피아를 배신하고 떠난' 것에서 내가 살의를 품었던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평생을 몸 담은 조직보다도, 평생의 파트너이자 연인인 나보다도 중요한 사람이 다자이에게 있었다는 사실에 사무치는 상실감과 배신감을 선사받은 것이었다.

어쨌든 내가 꼴사납게 울어 버리자 다자이 놈은 순식간에 웃음기를 싹 지우고 내 옆에서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이능력으로 찌부러뜨리고 싶었지만 녀석이 냅다 껴안는 바람에 시도조차 못했다.

 

등을 토닥이는 손은 조금 다정한 편이었기에 곧 울음은 그쳤다.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니 괜히 민망해져 우는 척이라도 해 볼까 했으나, 울지 않는다는 것을 다자이 놈에게 바로 들켜 실패. 다자이는 내 얼굴을 제 가슴팍에 처박더니 애를 어르듯 좌우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평소보다 나른하고, 평소보다 상냥한 목소리가 사근사근 귓가에 파고 들었고.

 

'이기적인 말이지만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츄야.'

'다 너 때문이잖아.'

'자네 울 일 없게 내가 잘 하겠네.'

 

이제는 울지 않도록 말이야, 응? 자신이 내 감정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투의 말이 마음에 안 들어 나는 그를 휙 밀쳐내었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를 외면하고, 나 혼자 투덜투덜. 내가 네 녀석 때문에 울 일이 있을 리가 없잖냐.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지금 다자이 놈 때문에 울었다는 사실을 급히 자각해 덧붙인다. 앞으로는. 짧게 뱉어내고는 입을 꾹 다물자 작은 소리로 웃는다. 화가 어느 정도 풀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모양이었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우리 츄우야, 나 없을 때마다 이렇게 외로움 타면 어쩌나 고민인걸.'

'하나도 안 외로웠거든.'

'다른 누구 앞에서 울면 안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안 운다고.'

 

뻔뻔한 낯짝은 내 말을 싸그리 무시하는 데 도가 텄다. 그와 대화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 슬슬 열이 뻗쳐 와, 돌렸던 시선이 도로 다자이를 향했다. 뒤로 두어 발짝 물러났다. 검지 손가락으로 기분 나쁜 얼굴을 콕 집어 가리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네 녀석이 없어진다면 고마워서 눈물겨울 정도니까. 내 마음 잘 알아 둬! 역시 녀석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빙글거렸고, 내 손가락을 빤히 보더니 냅다 손을 잡아채 온다.

 

'놔라.'

'내가 사라졌을 때, 축배에 눈물을 담았던 게 아니었나?'

'허, 완전히 자기 세계에 빠졌나본데. 그런 적 없…, 으니까 말이야.'

'여전히 거짓말은 못 하는군, 츄야.'

 

못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별 다른 대답 없이 올려다 보자 잡은 손을 당겨 다시금 끌어안는다. 내가 제 인형인줄 아는 게 분명하여 나는 놈의 배를 주먹으로 한 대 쳤다. 엄살을 잔뜩 피우며 '벌이야, 츄야!' 안은 팔에 힘을 주는 게 나를 죽일 심산이다. 놓지 않으면 얼굴을 못 쓰게 만들어 주겠다고 나지막히 속삭이자 얌전히 힘을 푼다. 이걸로 봐줘, 츄야. 짜증나!

 

'그건 그렇고, 내가 앞으로 자넬 두고 가는 일은 없을 테니 축배는 무리겠군. 서운하겠네?'

'서운한 것도 참 많다.'

'대신 이제는 나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자고.'

 

내일, 당장 내일 술을 마시자. 대뜸 혼자 약속을 잡고는 나를 저에게서 떼어낸다. 어깨를 잡고 짤짤 흔들어 대면서 눈을 빛낸다. 술을 마시고, 진탕 취해서 러브호텔에… 억! 턱을 갈겨주자 비틀비틀 물러선다. 코웃음을 치자 턱을 쓰다듬으며 울먹인다. 이렇게 날을 세우는 걸 보니까 자네 좀 고양이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귀를 막자 갑자기 슥 다가오더니, 내 손등에 입술을 붙이고 묻기를ㅡ.

 

'쓰다듬어도 되나?'

 

그리고 내가 한 대답은,

 

"나카하라 상!"

 

ㅡ언제나 회상은 이 즈음 끊긴다. 이 뒷부분은 사실 조금 가물가물해진 것도 같은데. 이번에는 기억의 장면들이 노크 소리에 흩어진다. 나카하라 상,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목소리를 내어 들어오라 명령했고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빼꼼 들이밀어진 부하의 얼굴이 짧게 인사를 건넨다.

 

"보스가 부르십니다."

"나 얼마나 방에 있었지?"

"들어가신지 한 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연관성 없는 물음에 착실한 대답이 돌아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나가보라 손짓했다. 부하 녀석은 허리를 깊이 숙이고 방을 나섰다. 침대 위에 아무렇지 않게 널부러져 있는 코트를 집어들어 대충 걸쳤다. 방문을 닫자마자 어른거리는 네 얼굴을 잡아채어 생각에 잠긴 것이니, 오늘의 나는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너에게 파고들고 있었구나.

모자를 꾹 눌러 쓰고 거울을 잠시 보았다. 잠시 네가 비추어진 것도 같았으나 환영에 불과한. 내가 이렇게나 쓸모 없는 기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네 놈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이자 마지막 다툼. 이제는 싸울 상대도 없으니 말이다.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액자를 집어들어, 어색하게 웃고 있는 네 얼굴 위에 입을 맞춘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지만 쑥쓰러움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나는 조금 웃었다. 가끔 네 생각에 숨이 막히어 울음을 토해낼 때도 있지만, 오늘은 울지 않는 날.

 

"다녀올게."

 

다자이 오사무가 죽은 지 3년. 두고 가는 일은 없으리라는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한 너 따위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 빌린 대화 (다자이 - 츄야 순서)

 

자네 울 일 없게 내가 잘 하겠네.

뭔…, 내가 네 녀석 때문에 울 일이 있을 리가 없잖냐!

우리 츄우야, 나 없어서 외로움 타면 어쩌나 고민인걸. 누구 앞에서 울면 안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안 운다고. 오히려 네 녀석이 없어진다면 고마워서 눈물겨울 정도니까!

헤에, 정말? 내가 사라졌을 때 들었던 축배에 눈물을 담았던 게 아니었나?

완전히 자기 세계에 빠졌나 본데, 그런 적 없…, 으니까 말이야.

흠, 그런가. 그래도 이제 자넬 두고 가는 일은 없을 테니 축배는 무리겠군. 서운하겠어.

쳇, 서운한 것도 참 많네 그래.

이렇게 보니까 자네 좀 고양이 같은데…, 쓰다듬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