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로 어찌저찌 마비된 데쿠 X 돈 벌려고 몸 파는 캇쨩
“왔어?”
“어.”
“힘들었지.”
“좀 꺼져.”
벽에 기대 다리를 쭉 뻗으면 반대편 벽에 발이 바로 닿는, 그것도 다리를 쭉 펴지 못하고 불편하게 앉아야 하는 조그만 방에서 굳이 바쿠고는 미도리야와 멀리 떨어져 앉으려 기를 쓰며 구석에 붙었다. 팔을 뻗으면 바로 붙잡을 수 있는 거리지만 바쿠고는 그 사실을 모르는 척 미도리야에게서 등을 돌리고 벽에 얼굴을 처박았다. 업소에서 씻고 왔는지 달큰한 샤워코롱 향과 새벽의 찬 기운이 섞여 미도리야의 콧속에 스몄다.
미도리야는 저번보다 더 마른 것 같은 바쿠고의, 뼈가 도드라진 등을 빤히 쳐다보다 짐을 받아들려고 일으켰던 몸을 다시 앉혔다. 바쿠고에 대한 배려라도 하는 것처럼 제 몸도 구석에 바싹 붙이고 미도리야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어쩔 수 없지, 응. 캇쨩이 나 미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나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까… 으응.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한테 미움받는 건 슬퍼서, 매일매일 미움 받고 있어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아서 미도리야는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손등으로 부볐다.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옹송그리고 싶었지만 그것도 허락되지 않는 몸뚱이가 더 하찮게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해야 캇쨩이 더 편하게 앉을텐데.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미움 받고 있는지도 몰랐다. 도움도 안 되고, 거슬리게만 하고. 미도리야는 입 안 여린 살을 짓씹었다. 네가 싫어, 바쿠고는 직접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저에 대한 경멸과 혐오에 미도리야는 질식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야.”
미도리야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사실은 아주 느리고 삐걱거리는 몸짓이었다. 그것에도 무리가 가 입술을 살짝 벌려 바쿠고 몰래 고통을 호소한 미도리야가, 바쿠고가 저를 불렀음을 자각하고 빠르게 물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사실은 아주 느리고 어눌한 목소리였다.
“…으응?”
“병신같이 대답하지 말고, 받아.”
이게 뭔데? 입술까지 다가온 물음을 미도리야는 억지로 삼켰다. 그럼 또 멍청하게 군다고 캇쨩이 싫어하니까. 미도리야는 제게 던져진 쇼핑백을, 무의식중에 그것과 가까운 왼팔을 움직여 잡으려다 그럴 수 없음을 알고 느릿느릿 오른팔을 들어 손잡이를 붙들었다.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 팔꿈치 아랫부분이 저릿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급하게 일어나느라 조금 무리가 갔는지 골반부터 무릎 위까지 욱신거렸다. 미도리야는 아픈 티 내지 않으려고 억지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었다. 캇쨩은 하루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던 나보다 훨씬, 훨씬 힘들었을 테니까 내가 아프다고 어리광 피우면 안 돼. 하지만 그것은 찡그림에 가까운 얼굴이라 별 소용은 없었다. 그것은 미도리야를 참으로 속상하게 했지만 바쿠고가 저를 보고 있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움직임을 최대한 작게 해 쇼핑백을 열었다. 미도리야는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입을 살짝 벌렸다.
「그냥 뒤지지 왜 태어났냐」
마구 휘갈겨 쓴 못난 글씨체, 분홍색 하트로 온통 뒤덮인 빳빳한 편지지, 편지지를 받치고 있는
“캇쨩.”
“말 걸지마. 닥쳐.”
수많은 약봉지들.
미도리야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거 비싼데. 무지 비싼데. 이거 구하려면 캇쨩 엄청 힘들었을 텐데. 근데, 근데 난 맨날 집에서 뭘… 캇쨩이 나 미워한다고 우울해 하기나 하고, 캇쨩은 무지 힘들게, 힘들게. 결국 흘러넘친 눈물이 턱에서 모여 이불 위로 뚝뚝 떨어졌다. 진한 얼룩이 더러운 베이지색 이불 위에 번졌다.
미도리야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자꾸 침을 삼켰다. 울음이 같이 삼켜지길 바랐다. 하지만 끅끅거리는 소리는 입술 새로 자꾸만 새어 나와 미도리야는 덜덜 떨려오는 오른손을 힘겹게 들어 입을 꾸욱 틀어막았다. 내 저럴 줄 알았지. 바쿠고는 신경질적인 한숨을 내쉬더니 두 귀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미도리야의 울음을 뚫고 방을 가득가득 채웠다.
“그거 처먹고 꺼져버려.”
“응, 으응….”
미도리야는 덧붙여진, 다정함을 굳이 감추려 드는 서툰 한 마디에 울음이 더 밀려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바쿠고는 오른쪽 귀를 막았던 손을 떼고 주머니에서 향수 냄새 풀풀 나는 휴지 쪼가리를 꺼내 휙 던졌다. 미도리야의 발치에서 휴지가 팔랑팔랑 떨어졌다.
"에이, 씨발."
욕짓거리를 하고서도 바쿠고는 손을 뻗어 휴지를 미도리야의 허리께까지 가져다 놓았다. 고운 손가락이 얇은 이불 위로 미도리야의 허벅지에 닿았다. 그 작은 손짓 하나에 괜히 감격하는 자신이 한심했고 부끄러웠고 괜히 미안했지만
"…너, 조금 나중에 꺼져. 알겠어?"
"으, 응?"
"지금 말고, 씨바알. 아, 진짜."
아아, 내가 이래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꺼지라고.”
"으응."
"지금 나가봤자 뒤질 거면서."
너 때문에
“야.”
“응….”
“아, 씨발… 생일 축, 하해.”
조금만 더, 늦게 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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