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럴 수도 있지."
자고 일어났는데 애가 뿅 생길 수도 있지, 그럼. 세상은 신비한 일로 가득 찬… 은 개뿔. 얘 누구야?!
팔짱을 턱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던 신카이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침대 옆에 앉아 침대에 턱을 대니 그 시야에 똑바로 들어온 것은, 공룡 무늬가 수놓아진 커다란 베개를 아주아주 작은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새근새근 잠에 든 어린 아이.
내가 낳았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걸맞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신카이가 제 뺨을 쳤다. 정신을 차리자는 취지였는데 그것이 과했는지 뺨이 화끈거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을 살며시 감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는데ㅡ사나이는 우는 거 아냐. 진정해 하야토.ㅡ, 자학의 희생양이 되었던 오른쪽 뺨에 차가운 손이 닿자 금세 아프지 않게 되었다. 차가운, 손이… 잠깐만요. 차가운 손이 닿았다고?
지금 자신이 팔짱을 끼고 있음을 감각으로 확인한 신카이가 눈을 퍼뜩 떴다. 그 때 마주친 것은 똘망똘망하게 저를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두 눈. 그리고 뺨에 닿았던 차가운 손은 방금까지 제 베개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꼭 쥐고 있던 아이의 손이렷다.
"아포?"
"어, 억."
"이케. 아야 아야 해."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아직 이가 다 나지 않아서 그런지 줄줄 새는 발음으로 말을 걸어오자 신카이가 바보 같은 소리로 대꾸했다. 신카이에게 닿지 않은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치면서 그가 방금 했던 행위를 재현하고, 아야 아야 하면서 인상을 팍 찌푸리는 아이에 신카이는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카이의 뺨을 손바닥으로 꼭꼭 누르면서 나름대로 치유를 하고 있는 아이를 신카이는 그저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신카이가 괜찮아진 것 같아 보였는지 손을 뗀 아이가 그 손을 자연스레 입가로 가져가, 여느 아이들처럼 엄지 손가락을 입술에 물었다. 그 상태로 신카이를 똑바로 쳐다 본 아이가 웅얼웅얼 말했다. 오빠.
"어어. 어?"
"오빠."
"뭐, 뭐, 뭐라고?"
꽤나 예쁘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사내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애였냐?! 그 호칭은 참으로 깜찍했으나 오랜만에 듣는 것이기도 했으며 갑작스레 들이 닥쳐 온 아청법의 위협에 신카이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그 파아란 눈동자를 직시했다.
"너… 여자 애니?"
"토도 남자야! 머째이야!"
머째이? 아, 멋쟁이. 그나저나 아가 이름이 토도인가 보구나.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근데 왜 오빠라고 해. 놀랐잖아."
"어제 그래써. 오빠 하라구 해써."
내가, 어제? 난 너 처음 보는데. 그 때 집 앞 가로등 밑 낡고 군데군데 찢어져 성한 곳이 없는 더러운 종이 박스에서, 신카이의 말에 따르자면 냐옹 냐옹 애처롭게 '나를 데려가요' 그를 부르던 새까만 아기 고양이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현재 보이지 않는 그 고양이의 행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구, 야옹이 추웠져용. 무서웠져용. 이제 오빠랑 같이 살아용?'
'냐옹.'
'너무 좋지? 응? 오빠가 잘 해 줄게, 우리 나비~'
'냐옹.'
'나비, 오빠라고 해봐! 오빠!'
'냐옹.'
'오구, 잘해! 맞아, 오빠야!'
어제 그 고양이를 안고 둥기둥기하며 추태를 부렸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참고로 절대 취하지 않았다. 귀여운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터라. 하나 더 말하자면 미친 것도 아니다.
어쨌든 신카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자신이 더러운 네이밍 센스로 나비라는 이름을 멋대로 붙여 주었던 고양이의 눈과 왠지 닮은 듯한 깊은 눈을 가진 아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나비야…?"
"우응."
"……."
근데 나비 아니구 토도야. 뒤에 들려오는 말은 신카이에게 닿지 못했다. 신카이가 허허 웃으며 뒤로 털썩 주저 앉았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 주워 온 냥이가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대답을 바라고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 신카이는 속으로 하염없이 비명을 지르며 끊임없이 물었다.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어째서 이렇게 된 겁니까? 이건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엇이 그 냥이를…
"밥."
"배고파?"
대답 대신 울상을 짓고 자신의 배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는 아이는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기에, 신카이는 아이를 이불로 감싸고 안아 들었다. 애 먹일 게 있나. 아이의 한 마디에 모든 생각을 싹 지워 버린 신카이가 큰 탓에 아이를 감싸고도 한참 남는 이불을 질질 끌며 방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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