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흑 전력 60분 1회 : 취하다
(…에) 취하다 [醉]
1. 어떤 기운으로 정신이 흐려지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다.
2. 무엇에 마음이 쏠리어 넋을 빼앗기다.
3. 사람이나 물건에 시달려 얼이 빠지다시피 되다.
C.
더 이상 너에게 파트너, 라는 재미 없는 호칭 따위로 불릴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곧바로 술을 찾았다. 이후 너를 만났을 때 축배를 들었니 어쩌니 네 놈 따위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투로 말했으나 어차피 너도 알았을 것이었다. 나는 네가 없는 삶을 모른다. 그래서 네가 내 손에서 벗어났을 때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술이라는 길을 찾았던 거다.
"야, 다자이."
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는, 목 뒤로 넘기는 행위 자체는 별로. 맛도 없고 쓰기만 하다. 다만 취하고 싶다. 그래서 마신다. 취하면 네가 보인다. 웃기지도 않지만 나는 취해서 너를 본다. 너를 보기 위해 취한다.
"네 놈은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
술이 약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참을 마셔도 멀쩡했다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그 이상을 들이부었을 테니까.
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진짜 네가 보고 싶어진다. 환영이 아닌 진짜 네가. 만지고, 안길 수 있는 너. 내가 만들어낸 너의 형체는 건드렸다간 흩어져 버릴까봐 차마 그런 것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대신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건다. 푸른 고등어, 귀엽지도 않게 저장해 놓은 이름이 휴대폰 액정을 채우고 너는 받지 않는다. 눈물이 액정을 더럽히고 나는 너의 환영 앞에서 꼴사납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항상 기억을 잃는다.
눈을 떴을 때는 늘 같은 호텔의 같은 방 침대. 누가 데려다 주었는지 카운터 직원에게 물어 받아낸 대답은, 내가 홀로 걸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너의 환영을 본 다음 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조금 울었다. 사실 내가 걱정이 되어 우리가 자주 가던 술집에 와 본 네가 나를 데리고 왔다는 웃기지도 않은 전개를 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서, 그래서 나는 그 날도 술집에 발을 들였다. 또 다시 취했다. 너를 보고 싶었다.
"... 짜증나."
다음 날도, 다음 달도, 다음 해도 나는 술을 놓지 못했다. 한심하다고 스스로를 질타해봐도 네가 보고 싶어 술을 찾았다. 취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한다. 너를 보지 못하면 잘 수가 없다.
"나도 너 없이 잘 지내, 인마."
네가 나타나면 너에게 이렇게 말해. 사실은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자이 놈 없이도 잘 지내고 있다고, 다음에는 너를 만나러 술을 찾지 않게. 웃기지도 않는 자기 위안이다. 어차피 나는 내일도 취해서 네 이름을 부르겠지. 나는 술에,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너에게 취해 있다.
D.
나는 너를 떠난 적이 없다. 그러나 너는 내게서 자꾸만 멀어진다. 파트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연인이잖아, 그 말을 내가 건넸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너와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섹스를 하고 평범한 연인들처럼 지내고 있었을까. 술에 취해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늘 생각한다.
"야, 다자이."
응, 츄야. 대답은 속으로 삼킨다. 나는 너에게 그저 환영에 불과한 것이니.
언제나 너와 함께였던 술집에 나는 당연히 너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고,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던 너는 이미 나와 이별을 한 채였다. 너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너를 사랑하는데 우리는 헤어짐을 맞았다. 그 누구의 의지도 개입되어 있지 않은 황당한 이별이었다. 우리는 헤어졌다 믿고 있었고, 나를 너의 환상이라 알고, 그리고 울기만 하는 너를 나는 일으켜 끌어안지 못했다. 너의 다자이가 여기 있으니 전화할 필요 없다고 말하지 못했다.
"네 놈은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
술 한 잔에 아픈 말 하나. 왜 내가 너에게 여전히 우리는 연인이라고 말할 수 없었는지 알 수 없다. 나 때문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너를 처음 봐서, 그래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던 걸까. 나는 지켜보기만 하다 취해 쓰러진 너를 우리가 자주 몸을 섞던 호텔의 방으로 데려간다. 직원에게는 내가 데리고 왔다 말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겁쟁이 답게 부탁한다. 그리고 네 뺨을 하염없이 어루만지다 되돌아간다. 너는 잠에서 깨어나서는 나를 보지 못한다. 네가 언제 깨어날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나는 너와 여지껏 함께 한 파트너이자 애인이니.
"... 짜증나."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포트 마피아를 떠나지도 말걸. 웃기지도 않는 후회다. 다시 그 순간이 와도 너를, 이곳을 떠날 거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나는 너에게 다시 손을 뻗지 못하는 걸까. 너는 나의 우선이 되지 못해서. 그래서 매일 비겁하게, 너와 내 사이를 취기로 막아 버리고서 너를 마주하는 것인가.
"나도 너 없이 잘 지내, 인마."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말을 들으니 왜 이리 가슴이 저릿한지.
흐릿한 초점으로 나와 시선을 맞추겠다 끙끙거리다, 결국 테이블 위로 고개를 처박은 너를 나는 술집 주인의 도움을 받아 업는다. 사실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너를 수없이 업어본 나로서는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지만ㅡ오히려 네 몸에 다른 이의 손이 닿는 것을 원치 않지만 고개를 까닥여 감사를 표하고 그곳에서 빠져 나간다.
네 숨결이 목을 간지럽힌다. 네가 내쉬는 숨은 언제나 달큰하다. 차가운 밤공기에 실려 코끝을 감도는 네 향을 힘껏 들이마신다. 너에게 흠뻑 젖은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너만을 눈에 담을 수 있게 된다면 좋으련만. 나는 너의 향기에, 오늘도 너에게 취한다.
(…에) 취하다 [醉]
1. 어떤 기운으로 정신이 흐려지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다.
2. 무엇에 마음이 쏠리어 넋을 빼앗기다.
3. 사람이나 물건에 시달려 얼이 빠지다시피 되다.
C.
더 이상 너에게 파트너, 라는 재미 없는 호칭 따위로 불릴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곧바로 술을 찾았다. 이후 너를 만났을 때 축배를 들었니 어쩌니 네 놈 따위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투로 말했으나 어차피 너도 알았을 것이었다. 나는 네가 없는 삶을 모른다. 그래서 네가 내 손에서 벗어났을 때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술이라는 길을 찾았던 거다.
"야, 다자이."
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는, 목 뒤로 넘기는 행위 자체는 별로. 맛도 없고 쓰기만 하다. 다만 취하고 싶다. 그래서 마신다. 취하면 네가 보인다. 웃기지도 않지만 나는 취해서 너를 본다. 너를 보기 위해 취한다.
"네 놈은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
술이 약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참을 마셔도 멀쩡했다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그 이상을 들이부었을 테니까.
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진짜 네가 보고 싶어진다. 환영이 아닌 진짜 네가. 만지고, 안길 수 있는 너. 내가 만들어낸 너의 형체는 건드렸다간 흩어져 버릴까봐 차마 그런 것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대신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건다. 푸른 고등어, 귀엽지도 않게 저장해 놓은 이름이 휴대폰 액정을 채우고 너는 받지 않는다. 눈물이 액정을 더럽히고 나는 너의 환영 앞에서 꼴사납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항상 기억을 잃는다.
눈을 떴을 때는 늘 같은 호텔의 같은 방 침대. 누가 데려다 주었는지 카운터 직원에게 물어 받아낸 대답은, 내가 홀로 걸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너의 환영을 본 다음 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조금 울었다. 사실 내가 걱정이 되어 우리가 자주 가던 술집에 와 본 네가 나를 데리고 왔다는 웃기지도 않은 전개를 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서, 그래서 나는 그 날도 술집에 발을 들였다. 또 다시 취했다. 너를 보고 싶었다.
"... 짜증나."
다음 날도, 다음 달도, 다음 해도 나는 술을 놓지 못했다. 한심하다고 스스로를 질타해봐도 네가 보고 싶어 술을 찾았다. 취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한다. 너를 보지 못하면 잘 수가 없다.
"나도 너 없이 잘 지내, 인마."
네가 나타나면 너에게 이렇게 말해. 사실은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자이 놈 없이도 잘 지내고 있다고, 다음에는 너를 만나러 술을 찾지 않게. 웃기지도 않는 자기 위안이다. 어차피 나는 내일도 취해서 네 이름을 부르겠지. 나는 술에,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너에게 취해 있다.
D.
나는 너를 떠난 적이 없다. 그러나 너는 내게서 자꾸만 멀어진다. 파트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연인이잖아, 그 말을 내가 건넸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너와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섹스를 하고 평범한 연인들처럼 지내고 있었을까. 술에 취해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늘 생각한다.
"야, 다자이."
응, 츄야. 대답은 속으로 삼킨다. 나는 너에게 그저 환영에 불과한 것이니.
언제나 너와 함께였던 술집에 나는 당연히 너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고,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던 너는 이미 나와 이별을 한 채였다. 너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너를 사랑하는데 우리는 헤어짐을 맞았다. 그 누구의 의지도 개입되어 있지 않은 황당한 이별이었다. 우리는 헤어졌다 믿고 있었고, 나를 너의 환상이라 알고, 그리고 울기만 하는 너를 나는 일으켜 끌어안지 못했다. 너의 다자이가 여기 있으니 전화할 필요 없다고 말하지 못했다.
"네 놈은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
술 한 잔에 아픈 말 하나. 왜 내가 너에게 여전히 우리는 연인이라고 말할 수 없었는지 알 수 없다. 나 때문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너를 처음 봐서, 그래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던 걸까. 나는 지켜보기만 하다 취해 쓰러진 너를 우리가 자주 몸을 섞던 호텔의 방으로 데려간다. 직원에게는 내가 데리고 왔다 말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겁쟁이 답게 부탁한다. 그리고 네 뺨을 하염없이 어루만지다 되돌아간다. 너는 잠에서 깨어나서는 나를 보지 못한다. 네가 언제 깨어날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나는 너와 여지껏 함께 한 파트너이자 애인이니.
"... 짜증나."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포트 마피아를 떠나지도 말걸. 웃기지도 않는 후회다. 다시 그 순간이 와도 너를, 이곳을 떠날 거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나는 너에게 다시 손을 뻗지 못하는 걸까. 너는 나의 우선이 되지 못해서. 그래서 매일 비겁하게, 너와 내 사이를 취기로 막아 버리고서 너를 마주하는 것인가.
"나도 너 없이 잘 지내, 인마."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말을 들으니 왜 이리 가슴이 저릿한지.
흐릿한 초점으로 나와 시선을 맞추겠다 끙끙거리다, 결국 테이블 위로 고개를 처박은 너를 나는 술집 주인의 도움을 받아 업는다. 사실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너를 수없이 업어본 나로서는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지만ㅡ오히려 네 몸에 다른 이의 손이 닿는 것을 원치 않지만 고개를 까닥여 감사를 표하고 그곳에서 빠져 나간다.
네 숨결이 목을 간지럽힌다. 네가 내쉬는 숨은 언제나 달큰하다. 차가운 밤공기에 실려 코끝을 감도는 네 향을 힘껏 들이마신다. 너에게 흠뻑 젖은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너만을 눈에 담을 수 있게 된다면 좋으련만. 나는 너의 향기에, 오늘도 너에게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