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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데쿠캇] For your soul

* 조성모 - For your soul 모티브

 

 

새파란 잔디가 깔린 언덕에서, 미도리야 이즈쿠와 바쿠고 카츠키는 오늘 결혼식을 올린다.

 

“캇쨩, 손. 손 줘봐.”

 

아무도 없는 그곳, 바람소리만 이리저리 흩날리는 그곳에 미도리야의 목소리가 퍼진다. 미도리야는 그것이 조금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하고는 바쿠고의 손을 제 손으로 부드럽게 덮는다. 하얀 손 위에 조금 못난, 그렇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운 손이. 미도리야는 잠시 그러고 있더니 바쿠고의 손을 쥐고 들어올린다. 미도리야는 제 손바닥 위에 놓인 예쁜 손, 예쁜 손가락, 예쁜 손톱을 다정히 쳐다보다 살짝 입을 맞춘다. 찬 손에 입술이 닿고 입술이 눌리는 감촉이 좋아 미도리야는 배시시 웃었다.

 

“사랑해.”

 

입술을 댄 채로 속삭인다. 언제나 해오던 말이 괜히 낯간지러워 미도리야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손등에 뺨을 부비고 다른 쪽 손에 꼭 쥐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 놓는다. 쭉 편 손바닥에는 은색 반지가 반짝반짝. 미도리야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것과 똑같은 반지였다.

 

“결혼… 축하합니다, 캇쨩.”

“…….”

“그리고, 이즈쿠.”

 

스스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손가락에 반지를 밀어 넣었다. 만남의 순간부터 이별의 순간까지, 눈을 뜬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놓은 적 없던 손인데 사이즈가 안 맞을 리 없다. 바쿠고의 손에 꼭 들어찬 반지에서 미도리야는 눈을 떼지 못했다. 우스운 생각이지만, 바쿠고와 저를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고리 같은 느낌.

미도리야가 반지에게서 시선을 돌린 것은 바쿠고의 뺨을 타고 눈물이 한 줄기 흘렀을 때. 정확히 말하면 눈물이 아니라,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그의 얼굴로 톡 떨어진 것이었다. 미도리야는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뺨을 훔쳤다. 물기가 번져 바쿠고의 얼굴을 축축이 적셨다.

 

“캇쨩, 우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임을 알지만 미도리야는 소리 내서 물어봤다.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점점 더 많이 떨어져 수많은 풀잎에 닿았고 데구르르 굴러 떨어졌다. 둘의 머리카락에도, 잡고 있는 손에도, 빗물은 똑똑 노크를 시작했다. 미도리야의 손바닥이 바쿠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왜 울고 그래, 다 우리를 축하해주고 있잖아.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도 미도리야는 그렇게 말했다. 조금은 애달픈 표정으로, 갑작스러운 소낙비에 눈을 뜨기 힘든데도 바쿠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도리야는 그렇게 말했다. 그에 반발하듯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미도리야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곳에, 조금 더 캇쨩이랑 함께 있고 싶었는데.

 

“나중에 또 오자. 비 안 올 때, 너랑 나랑.”

 

미도리야는 허리를 숙여 바쿠고의 뺨에 제 뺨을 부볐다. 그리고 미도리야는 뚜껑을 닫았다. 투명한 것이었으나 손을 뻗었을 때 바로 바쿠고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게 싫었다. 뚜껑 위로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놓고서, 미도리야는 속삭였다. 괜찮아, 이렇게라도 함께면 괜찮아.

 

소나기가 아니었는지 비는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 언덕, 미도리야 이즈쿠는 투명한 관에 조용히 누워 있는 제 연인과 함께였다.

 

 


에 영혼 결혼식 같은 늑김으로 썻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