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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히로아카

[다비캇] 나락, 구원

* 악마 X 사제

* 2P 캇쨩


콜리님을 위헤 ,,!



푸른 새벽이 그 땅에 닿기 직전, 아직은 컴컴한 길을 한 남자가 헐레벌떡 가로지른다. 휑한 토지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성당 문에 남자는 몸을 들이박는다. 헉헉 숨을 가쁘게 들이쉬며 남자는 열쇠 구멍에 다급히 열쇠를 쑤셔넣는다. 달그락 달그락 시끄러운 소리가 고요한 그곳을 울렸으나 쉽사리 문을 열지는 못한다.

남자는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누구를 향한 애원인지는 남자 그 자신도 알 수 없었으나 누군가 그를 가엾이 여겼는지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을 다시 잠그거나 심지어는 닫을 생각조차 않고 뛰쳐 들어간 남자가 제 앞에 나타난 거대한 십자가 앞에 쓰러졌다.


"자, 잘못, 잘못했습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무언가에 대해 자꾸만 사죄하며 남자는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손을 억지로 들어 사제복을 여몄다. 그러다 검은 천 위의 하얀 얼룩을 발견하자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그러나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묻어있는, 하얗게. 남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분명 정신을 놓았을 것.

남자는 그 얼룩을 손바닥으로 마구 비볐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아. 남자의 입술 새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흐, 욱, 으, 으으, 아아… 사제복이 찢어질 기세로 문질러 대던 남자는 이를 없앨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두 손을 맞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손이 닳아 없어질 기세로 십자가 앞에서 빌어대며 남자는 빠르게 속삭였다.


"하, 하나님 아버지, 아, 아ㅡ 저, 저는 죄가 없습니다. 그 남자를 버, 벌하, 아니 그 가엾은 이마저 구원하시고 당신, 당신의 어린 양을 용, 서하소서."


안타깝게도 그 기도가 닿은 것은 그가 그리도 애타게 찾는 그의 구원자가 아닌,


"ㅡ내가,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의 옆에 앉아 그 귀에 입술을 바싹 가져다 대고 사근사근 묻는 불청객. 저의 아버지를 사칭하여 제게 숨소리를 불어넣는 낯선 이에 사제는 화들짝 놀라 엉금엉금 기어 그에게서 멀어졌다. 흘긋 곁눈질로 본 괴기스러운 얼굴은… 그의 뺨을 타고 눈물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분노와 경멸, 혐오 그리고 두려움.


'지금 널 나에게서 구원해줄 신은 없어. 그치?'

'아, 아읏, 하, 아악.'

'한 번 부르짖어봐, 언제나처럼.'


너의 하나님을.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음을 찾아내던 목소리, 그것이 갑자기 그 둘 뿐인 성당 안을 울렸고 사제의 울음소리를 묻어버렸다.


"너는 네 아버지께 용서받을 수 없어."


그리고 그 위를 낯선 이의 목소리가 덮었다. 어느 순간 돋아난 새카맣고 커다란 날개, 그것이 펄럭이며 새카만 바람을 일으켰다. 까만 머리카락이 살랑이고 까만 사제복이 펄럭였다. 그보다 더 새카맣고 매혹적인 눈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이 다시 열렸다. 다만 나는,


"네 밑바닥까지 전부 모르는 척 해줄 수 있지."


말을 잠시 멈춘 이는 저벅이는 발소리를 내며 사제에게 다가섰다. 그의 날개는 바닥에 바싹 엎드려 발발 떨고 있는 이를 감싸안았다. 사제는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아내려 했으나 흐느낌은 그 새로 자꾸만 밀려나왔다. 어때? 소름끼치게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물었다.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어?"


사제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눈물 젖은 두 눈이 불청객, 그러니까ㅡ 악마의 얼굴과 마주했다. 푸른 두 눈에서 눈물은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끝내, 달싹이던 입술 새로 처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감, 사합니다…"


사제는 참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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