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바쿠] 닿지 못하는 곳
* 230 팔로 기념 리퀘 (2)
* 가이드 토도로키 X 센티넬 바쿠고
"보고 싶었어."
"나도."
"거기 괜찮아? 잘 지내? 누가 괴롭히진 않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은 바쿠고가 그 다정한 질문 세례를 받고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보였다. 엄마처럼 구는 거 여전하네. 바쿠고가 웃는 얼굴을 본 토도로키는 약간 안심한 얼굴을 했다. 괜찮나 보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토도로키는 그렇게 짐작하고 대충 걸터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저들 사이를 가로막은 유리벽에 다가가서 그 위에 손바닥을 꾸욱 눌렀다. 바쿠고도 느적느적 일어나 토도로키의 손에 맞추어 제 손을 붙였다. 정작 손에 닿는 것은 차갑고 딱딱한 유리벽이지만 왠지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아 토도로키는 바쿠고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 바쿠고도 방금 그 미소보다 조금 더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둘이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딱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사회 질서를 어그러뜨리는 빌런 연합 TB의 주축 B, 히어로에 의해 잡혀」
제목부터 내용까지 전부 히어로를 찬양하고 거대한 규모와 활발한 활동으로 히어로들의 골치를 썩이는 이 빌런들을 깎아내리는 기사를 보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부패한 히어로, 그 히어로에 대항하는 빌런. 빌런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빌런 연합은 등장과 동시에 히어로에 진저리가 난 국민들을 순식간에 제 편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들의 위법 행위는 윤리적 측면에서의 '선'. 행동력 있는 국민들이나 소수의 정의롭고 빈곤한 히어로들은 그 연합에 직접 소속되어 히어로 세계의 부분 부분을 파괴하고 다녔다.
그들의 보스 격인 T와 B, 계략과 작전을 담당하는 T와 달리 행동 대장의 역할을 맡고 있던 B가 그깟 히어로 따위에게 잡혀 말도 안 되게 감옥에 갇혀 버렸다는 사실은 따라서 그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국민들은 경찰청 홈페이지 각종 히어로의 홈페이지에 온갖 청원을 넣었고 당연히 묵살당했다. B, 바쿠고 카츠키는 감옥으로 연행당하는 길 평온한 표정으로 제게 들이밀어지는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꺼져.'
그 순간 날아들어온 빈 캔에 머리를 맞은 바쿠고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표정으로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그 텅 빈 눈과 시선을 마주친 범인ㅡ히어로였다ㅡ은 흠칫 뒤로 물러섰다. 바쿠고는 입술을 길게 찢어 웃었다.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히어로를 향해 바쿠고가 입을 벙긋거리며,
'더러워.'
'저, 저 빌런 새끼가!!'
바쿠고는 웃음을 작게 터뜨리며 건물 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인파 사이에 섞여 있던 토도로키는 요새 익숙치 않게 혼자 잠자리에 들 때면 자꾸 그 뒷모습이 떠올라 몸을 뒤척였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무슨 드라마라도 찍는 양 가만히 가만히 손바닥을 마주대고 시선을 섞고 있는 둘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간수가 그들을 감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허튼 짓 하지 말고 종 울리면 넌 꺼지고 넌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그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쾅 닫히고 복도를 저벅저벅 걷는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토도로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해."
"뭐가."
"널 빼내올 방법을 찾느라 정작 널 찾아오질 못했네."
생각보다 힘들더라. 토도로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어렵긴 어려운지 토도로키의 눈 밑에 다크써클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바쿠고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움 반 미안함 반. 당장 손을 뻗어 어루만져 주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갈 구멍 몇 개만 뚫려있는 유리벽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토도로키를 볼 수 없다는 걸 제외하고는 감옥 생활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오늘 그를 만났는데도 가장 힘들다. 아니, 그를 만나서 힘든 게 맞겠다. 얼굴을 보니 안아주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토도로키가 유리벽에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조금만 참아."
"여기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토도로키가 입술을 유리벽에 대고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다른 새끼랑 잤잖아. 바쿠고가 피식 웃으며 저도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토도로키와 이마를 맞댄 채로 바쿠고가 웃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 알았어. 토도로키가 검지 손가락을 유리벽에 콕 대고 바쿠고의 얼굴을 가리켰다.
"얼굴 아직도 빨개."
"헤에, 그래?"
아무도 그 말 안 하던데. 바쿠고가 투덜거리며 제 뺨을 문질렀다.
아주 어린 시절 발현된 센티넬인 바쿠고는, 그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난 가이드 토도로키가 운 좋게도 운명이 정해 놓은 짝이었기 때문에 폭주를 할 때면 언제나 옆에 있는 토도로키 덕분에 쉬이 진정이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것은 만난 이후 처음이고, 그가 없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바쿠고는 감옥에서 생각보다 더 자주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간수 가이드와 몇 차례 몸을 섞을 수밖에 없었는데, 토도로키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몸은 그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분명 가이드와 접촉을 했는데도 얼굴은 발갰고 심장은 빨리 뛰었고 손발이 저렸다.
제 얼굴이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콕콕콕콕 찌르며 불퉁한 표정을 짓는 토도로키에게 닿지 않을 입맞춤을 유리벽에 전하며 바쿠고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래도 너 없으면 나 못 살잖아. 기분 풀어.
"자지 마."
"그럼 나 아파서 뒤지라고?"
"섹스하면 내가 죽일 거야."
"글쎄."
니가 날 구하려 왔을 때도 섹스 중일 수도? 진짜 혼나. 빙글 웃으면서 말하는 바쿠고에 토도로키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들 기세를 보였다. 바쿠고는 유리벽을 탕탕 치며 깔깔 웃었다. 토도로키가 콧등을 팍 찡그리며 무어라 화를 내려는 순간,
"아, 씨."
"여보, 잘 가?"
종이 쳤다.
토도로키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바쿠고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너 진짜 섹스하고 있기만 해. 바쿠고가 가운뎃손가락을 슬그머니 들어올렸다. 토도로키도 마주 엿을 날리며, 바로 바쿠고가 들어오지 않자 간수가 들어오려는지 바쿠고가 있는 쪽 문이 열리려고 하자 후닥닥 방을 벗어났다.
마무리 못하갯움